고건, 대권 잡겠다면서 지방선거는 구경만 할텐가-이재호 수석논설위원

등록 2006.02.15.
다시 고건 전 국무총리의 행보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14일자 보도가 단초가 됐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고 전 총리는 다음달 초 쯤 ‘새시대정치연합’을 발족시켜 5월 31일 지방선거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새시대정치연합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을 연대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궁극적인 목표는 한나라당을 제외한 범(汎) 여권 통합이라는 것입니다. 이 경우 물론 통합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는 고 전 총리가 되겠지요.

고 전 총리측은 즉각 이를 부인했습니다만 불길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고 전 총리 자신도 “새 정치 구현을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고 전 총리의 고민은 하나입니다. 5월 31일 지방선거에 참여하느냐 마느냐는 것입니다.

고 전 총리 진영에서도 의견들이 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참여파들은 어떤 형태로든 지방선거에 참여해서 지지 세력을 심어 놓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 고전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광역단체장에 ‘고건 사람’을 몇 사람 심어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손놓고 있다가는 내년 대선 때 ‘쭉정이’들만 가지고 선거를 치를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쭉정이들’ 이란 표현은 제가 만들어낸 말이 아니고 고건 진영의 한 핵심 참모가 사용한 표현입니다.

관망파들은 “정치판이 너무 유동적이므로 좀더 지켜보자”는 것입니다. 지금 추세라면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우므로 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그 중 상당수가 고 전 총리 쪽으로 넘어올 것이라는 것입니다.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고 전 총리가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지금까지는 관망파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 전 총리는 오래전부터 측근들에게 “나는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습니다.

한 측근은 이 말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고 전 총리는 ‘내가 나서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서 각각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나에게로 넘어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굳이 지금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지방선거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는 것입니다.

5·31 지방선거가 지금처럼 여당의 참패가 예상되는 추세로 계속 간다면 관망파들의 판단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입니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수가 없습니다. 전 영국 수상 해롤드 윌슨은 ‘정치에서 1주일은 긴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지방선거까지 앞으로 3개월 이상이 남았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올라, 한나라당과의 박빙의 승부가 벌어진다면 참여하지 않은 고 전 총리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것입니다.

기회주의자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천하의 대권을 잡겠다는 사람이 대선을 1년 반 앞두고 치러지는 중요한 정치행사를 관중석에 앉아 구경만 하고 있다면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눈앞에서 도저히 도지사나 시장 군수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설치고 있습니다.

정말로 국가를 생각하고 정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대선에서의 유, 불리를 따지기 전에 선거에 뛰어들어 보다 나은 사람들이 도지사도 되고 시장 군수도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고 전 총리에게 그럴 용기가 있을까요.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다시 고건 전 국무총리의 행보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14일자 보도가 단초가 됐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고 전 총리는 다음달 초 쯤 ‘새시대정치연합’을 발족시켜 5월 31일 지방선거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새시대정치연합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을 연대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궁극적인 목표는 한나라당을 제외한 범(汎) 여권 통합이라는 것입니다. 이 경우 물론 통합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는 고 전 총리가 되겠지요.

고 전 총리측은 즉각 이를 부인했습니다만 불길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고 전 총리 자신도 “새 정치 구현을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고 전 총리의 고민은 하나입니다. 5월 31일 지방선거에 참여하느냐 마느냐는 것입니다.

고 전 총리 진영에서도 의견들이 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참여파들은 어떤 형태로든 지방선거에 참여해서 지지 세력을 심어 놓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 고전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광역단체장에 ‘고건 사람’을 몇 사람 심어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손놓고 있다가는 내년 대선 때 ‘쭉정이’들만 가지고 선거를 치를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쭉정이들’ 이란 표현은 제가 만들어낸 말이 아니고 고건 진영의 한 핵심 참모가 사용한 표현입니다.

관망파들은 “정치판이 너무 유동적이므로 좀더 지켜보자”는 것입니다. 지금 추세라면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우므로 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그 중 상당수가 고 전 총리 쪽으로 넘어올 것이라는 것입니다.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고 전 총리가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지금까지는 관망파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 전 총리는 오래전부터 측근들에게 “나는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습니다.

한 측근은 이 말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고 전 총리는 ‘내가 나서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서 각각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나에게로 넘어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굳이 지금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지방선거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는 것입니다.

5·31 지방선거가 지금처럼 여당의 참패가 예상되는 추세로 계속 간다면 관망파들의 판단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입니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수가 없습니다. 전 영국 수상 해롤드 윌슨은 ‘정치에서 1주일은 긴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지방선거까지 앞으로 3개월 이상이 남았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올라, 한나라당과의 박빙의 승부가 벌어진다면 참여하지 않은 고 전 총리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것입니다.

기회주의자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천하의 대권을 잡겠다는 사람이 대선을 1년 반 앞두고 치러지는 중요한 정치행사를 관중석에 앉아 구경만 하고 있다면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눈앞에서 도저히 도지사나 시장 군수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설치고 있습니다.

정말로 국가를 생각하고 정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대선에서의 유, 불리를 따지기 전에 선거에 뛰어들어 보다 나은 사람들이 도지사도 되고 시장 군수도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고 전 총리에게 그럴 용기가 있을까요.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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