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선심 미리 쓰고 부담은 선거 이후로?-홍권희 논설위원

등록 2006.03.08.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작은 꾀를 부리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은 미리 보여주면서 생색을 내고, 유권자들이 싫어할 만한 것은 일단 뒤로 미루고 보는 것입니다.

첫째가는 것이 증세입니다. 세금 올린다면 싫어하는 사람이 많죠. 그래서 선거 전에는 가급적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은 심화되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이 세금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선진국 국민에 비해 우리 국민이 세금을 적게 낸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증세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자 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측 인사들이 일제히 입을 닫았습니다.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다가오는 선거를 의식해서 일단 욕먹을 일은 피하자는 것이었죠. 각종 세금공제혜택을 줄이는 등 증세방안에 대한 논의는 올 여름부터 다시 뜨겁게 이어질 전망입니다.

또 전국적으로 각종 공공요금이 인상 조정될 여지가 있는데, 그 조정 시점을 선거 이후로 미루는 게 유행입니다. 선거 전에 요금을 올려서 유권자들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지하철, 택시, 상하수도 요금을 선거 직후에 올리려고 준비 중인 지방자치단체들도 많습니다.



반면에, 선심 쓰기는 앞당겨서 합니다.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을 “우리가 알아서 다 해주겠다”고 하거나 다른데서 한 일들을 다 모아서 “우리가 했다”고 생색을 내는 것입니다.



어제 열린우리당이 시작한 ‘정책 데이트’도 그런 현장이었습니다. 정동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이 행사를 처음 연 곳은 대전과 충남이었습니다. 당원과 일부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이들은, 호남고속철의 오송역과 익산역 사이에 공주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안은 작년말에도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확약했다고 해서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입니다. 역을 신설하는 문제는 전문가들의 타당성 검토가 우선돼야 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서 결정돼야할 일이지 열린우리당이 뒤늦게 현지 주민들 앞에서 생색을 낼 일은 아닌 것입니다.

며칠 전에는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예비군 훈련기간 단축시점을 2020년에서 2015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말한 것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선심성 공약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 또는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모처럼의 중요한 정치적 기회입니다. 그러나 선거기간을 잘 넘기지 않으면 선거 이후에 여러 불안요인이 겹쳐 경제에 충격을 주게 됩니다. 어느 당이든, 어떤 후보자건 간에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야할 시점입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작은 꾀를 부리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은 미리 보여주면서 생색을 내고, 유권자들이 싫어할 만한 것은 일단 뒤로 미루고 보는 것입니다.

첫째가는 것이 증세입니다. 세금 올린다면 싫어하는 사람이 많죠. 그래서 선거 전에는 가급적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은 심화되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이 세금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선진국 국민에 비해 우리 국민이 세금을 적게 낸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증세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자 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측 인사들이 일제히 입을 닫았습니다.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다가오는 선거를 의식해서 일단 욕먹을 일은 피하자는 것이었죠. 각종 세금공제혜택을 줄이는 등 증세방안에 대한 논의는 올 여름부터 다시 뜨겁게 이어질 전망입니다.

또 전국적으로 각종 공공요금이 인상 조정될 여지가 있는데, 그 조정 시점을 선거 이후로 미루는 게 유행입니다. 선거 전에 요금을 올려서 유권자들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지하철, 택시, 상하수도 요금을 선거 직후에 올리려고 준비 중인 지방자치단체들도 많습니다.



반면에, 선심 쓰기는 앞당겨서 합니다.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을 “우리가 알아서 다 해주겠다”고 하거나 다른데서 한 일들을 다 모아서 “우리가 했다”고 생색을 내는 것입니다.



어제 열린우리당이 시작한 ‘정책 데이트’도 그런 현장이었습니다. 정동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이 행사를 처음 연 곳은 대전과 충남이었습니다. 당원과 일부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이들은, 호남고속철의 오송역과 익산역 사이에 공주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안은 작년말에도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확약했다고 해서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입니다. 역을 신설하는 문제는 전문가들의 타당성 검토가 우선돼야 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서 결정돼야할 일이지 열린우리당이 뒤늦게 현지 주민들 앞에서 생색을 낼 일은 아닌 것입니다.

며칠 전에는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예비군 훈련기간 단축시점을 2020년에서 2015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말한 것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선심성 공약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 또는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모처럼의 중요한 정치적 기회입니다. 그러나 선거기간을 잘 넘기지 않으면 선거 이후에 여러 불안요인이 겹쳐 경제에 충격을 주게 됩니다. 어느 당이든, 어떤 후보자건 간에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야할 시점입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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