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게이트’와 지방선거바람에 구멍커지는 행정공백-이동관 논설위원
등록 2006.03.15.이른바 ‘골프게이트’로 이해찬 국무총리가 오늘 사임함에 따라 국무총리 부재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인 데다 연초 5개 부처 장관 경질과 이달 초 4개 부처 장관의 ‘지방선거 차출’로 개각후유증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장관청문회 도입으로 한달가까이 ‘한 지붕 두 장관’의 기현상이 계속되면서 주요정책결정이 미뤄지는 사태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후임총리가 곧바로 지명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투표까지 한달 가까운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더구나 지방선거까지 한덕수 재경부총리의 대행체제로 간다는 여권 일각의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검경수사권 조정, 일자리 만들기, 주한미군 이전대책 등 총리실이 주관해온 주요 국정현안들이 공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방 쪽도 심각합니다. 5.31 지방선거에 출마할 지방자치단체 간부들의 잇따른 사퇴로 인허가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합니다. 또 최근 산림청 공무원들은 산불걱정에 밤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거가 있는 해의 산불발생건수가 선거가 없는 해의 50% 가까이 늘어나는 데, 그 결정적 원인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일선 공무원들이 산불을 막기 위한 노력은 제쳐놓은 채 선거에 매달리기 때문입니다. 가히 온나라가 행정공백의 몸살을 앓고있는 형국입니다.
연임을 노리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선심행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가의 오피스텔을 현장조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매겨야 하는 데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자극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이를 미루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지자체들은 잇따라 재산세를 낮추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국정전체의 혼란을 부추기는 원인은 청와대와 여권이 국정의 중심축 역할을 제대로 못한 채 정치게임에만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시스템 행정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큰 소리 치지만 실제 장관 한명이 바뀌면 정책방향이 180도 달라지는 상황에서 이는 공허한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부터 정치게임에서 이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정에 전념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첫 단추는 상처받은 국민들 다독이고 공무원들을 일하게 만드는 역량있는 총리를 하루빨리 지명하는 일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날로 커지는 행정공백우려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행정공백사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골프게이트’로 이해찬 국무총리가 오늘 사임함에 따라 국무총리 부재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인 데다 연초 5개 부처 장관 경질과 이달 초 4개 부처 장관의 ‘지방선거 차출’로 개각후유증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장관청문회 도입으로 한달가까이 ‘한 지붕 두 장관’의 기현상이 계속되면서 주요정책결정이 미뤄지는 사태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후임총리가 곧바로 지명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투표까지 한달 가까운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더구나 지방선거까지 한덕수 재경부총리의 대행체제로 간다는 여권 일각의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검경수사권 조정, 일자리 만들기, 주한미군 이전대책 등 총리실이 주관해온 주요 국정현안들이 공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방 쪽도 심각합니다. 5.31 지방선거에 출마할 지방자치단체 간부들의 잇따른 사퇴로 인허가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합니다. 또 최근 산림청 공무원들은 산불걱정에 밤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거가 있는 해의 산불발생건수가 선거가 없는 해의 50% 가까이 늘어나는 데, 그 결정적 원인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일선 공무원들이 산불을 막기 위한 노력은 제쳐놓은 채 선거에 매달리기 때문입니다. 가히 온나라가 행정공백의 몸살을 앓고있는 형국입니다.
연임을 노리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선심행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가의 오피스텔을 현장조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매겨야 하는 데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자극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이를 미루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지자체들은 잇따라 재산세를 낮추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국정전체의 혼란을 부추기는 원인은 청와대와 여권이 국정의 중심축 역할을 제대로 못한 채 정치게임에만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시스템 행정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큰 소리 치지만 실제 장관 한명이 바뀌면 정책방향이 180도 달라지는 상황에서 이는 공허한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부터 정치게임에서 이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정에 전념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첫 단추는 상처받은 국민들 다독이고 공무원들을 일하게 만드는 역량있는 총리를 하루빨리 지명하는 일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날로 커지는 행정공백우려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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