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 능력 부족을 ‘철학’으로 포장해서야-이재호 수석논설위원

등록 2006.05.08.
미국 정부가 탈북자 6명에게 처음으로 난민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한국 정부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탈북자들이 한국보다는 미국행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우리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추가 미국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이 세계 난민들에게 그렇게 관대한 나라도 아닐뿐더러 절차도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한미관계입니다. 요즘 부시 행정부의 태도를 보면 노무현 정부는 와의 관계 회복은 아예 포기한 것처럼 보입니다. 어차피 안 될 텐데 다음 정권 때 까지 기다리자는 것입니다. 미 정부 관계자들도 사석에서 그런 말을 자주 한다고 합니다.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탈북자 김한미 양 가족을 만난 후, 그 사진을 공개한 것이나, 레프코위츠 북한 인권특사가 부시 대통령과 만나는 사진을 서울의 미대사관이 공개한 것은 단적인 예입니다. 동맹국 정부로서 대단히 비(非) 외교적인 일을 한 것입니다. 과거 같으면 한국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최소한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항의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항의를 안 하는 것이겠지요. "한미관계가 다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이 대통령과 핵심 실세들의 기본 신념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주 이종석 통일부장관도 관훈 클럽 토론회에서 “동맹 간에 입장 차이가 있다면 좁혀나가야 하지만 좁힐 수 없다면 차이를 존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정권의 철학의 문제라면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철학’보다는 이 정권의 능력의 문제로 보는 것입니다. 미국을 다루는 실력과 역량이 부족해서 겪지 않아도 될 갈등과 마찰을 겪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대미(對美)외교의 실력 부족’을 무슨 절대적인 ‘철학’인양 포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무시당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 인권문제를 놓고 미국과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외교적으로 무시당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우리는 남북관계를 중요시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레프코위츠 와 같은 일개 관리로부터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하루 2달러의 저임금에 착취당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되겠습니까. 그것은 친미, 반미와 상관없는 일입니다.

일선 외교관들이라도 열심히 뛰어줘야 할 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들 눈치만 봅니다. 이런 총체적인 무능, 무기력, 무사안일을 대통령의 자주 외교노선을 충실히 실천하는 ‘철학’의 문제로 포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지요.

대통령의 자주 노선 뒤에 숨어서 무능과 무사안일로 한미관계를 더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앞으로 정권이 몇 번 바뀌더라도 ‘외교적 무능’과 ‘철학’은 구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미국 정부가 탈북자 6명에게 처음으로 난민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한국 정부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탈북자들이 한국보다는 미국행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우리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추가 미국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이 세계 난민들에게 그렇게 관대한 나라도 아닐뿐더러 절차도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한미관계입니다. 요즘 부시 행정부의 태도를 보면 노무현 정부는 와의 관계 회복은 아예 포기한 것처럼 보입니다. 어차피 안 될 텐데 다음 정권 때 까지 기다리자는 것입니다. 미 정부 관계자들도 사석에서 그런 말을 자주 한다고 합니다.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탈북자 김한미 양 가족을 만난 후, 그 사진을 공개한 것이나, 레프코위츠 북한 인권특사가 부시 대통령과 만나는 사진을 서울의 미대사관이 공개한 것은 단적인 예입니다. 동맹국 정부로서 대단히 비(非) 외교적인 일을 한 것입니다. 과거 같으면 한국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최소한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항의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항의를 안 하는 것이겠지요. "한미관계가 다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이 대통령과 핵심 실세들의 기본 신념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주 이종석 통일부장관도 관훈 클럽 토론회에서 “동맹 간에 입장 차이가 있다면 좁혀나가야 하지만 좁힐 수 없다면 차이를 존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정권의 철학의 문제라면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철학’보다는 이 정권의 능력의 문제로 보는 것입니다. 미국을 다루는 실력과 역량이 부족해서 겪지 않아도 될 갈등과 마찰을 겪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대미(對美)외교의 실력 부족’을 무슨 절대적인 ‘철학’인양 포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무시당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 인권문제를 놓고 미국과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외교적으로 무시당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우리는 남북관계를 중요시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레프코위츠 와 같은 일개 관리로부터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하루 2달러의 저임금에 착취당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되겠습니까. 그것은 친미, 반미와 상관없는 일입니다.

일선 외교관들이라도 열심히 뛰어줘야 할 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들 눈치만 봅니다. 이런 총체적인 무능, 무기력, 무사안일을 대통령의 자주 외교노선을 충실히 실천하는 ‘철학’의 문제로 포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지요.

대통령의 자주 노선 뒤에 숨어서 무능과 무사안일로 한미관계를 더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앞으로 정권이 몇 번 바뀌더라도 ‘외교적 무능’과 ‘철학’은 구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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