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몽골발언, DJ ‘베를린 선언’ 재판?-이동관 논설위원
등록 2006.05.10.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며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조건 없이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6월로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습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종전 대북지원이나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할 때 마다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들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은 2000년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했던 ‘베를린 선언’의 재판(再版)이라 할 만 합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돕기 위해 도로 항만 철도 전력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포함해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하겠다”고 ‘조건없는 과감한 지원방침’을 밝혔습니다.
결국 북한은 베를린 선언의 내용 때문에 같은 해 6월15일 남북정상회담에 응했음이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베를린 선언은 김대중 정부에 두고두고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후 남남갈등의 양상으로 전개됐던 ‘퍼주기 논란’의 불씨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김 전 대통령은 5억 달러라는 거금을 대북 비밀송금한 뒤에야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평양방문일자가 하루 늦춰진 것도 결국은 시한까지 제때 송금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유력합니다. 그런 데도 북한은 정상회담 직후 대북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장관급 회담을 무산시키는 등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북한은 2002년 4월 대통령특사로 방북한 임동원 전 국정원장에게 “베를린 선언을 믿고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약속을 안 지켰다”고 거칠게 항의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교훈에 비추어 노 대통령의 발언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족쇄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노 대통령으로서는 레임덕에 대한 우려,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과 미국의 대북압박강화에 따른 입지축소 등으로 초조함을 느낄 만도 합니다. 그러나 대북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지 않을 경우 항상 후폭풍이 닥쳤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중에서는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권이 ‘북풍 카드’로 정국반전을 꾀해 정권 재창출을 하려한다는 소문이 진작부터 나돌고 있습니다. 정략적 색채가 짙은 ‘북풍카드’는 국민들에게도 외면당할 것입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은 바로 대북정책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의 대북지원발언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몽골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북한에 대한 ‘조건없는 지원’ 방침을 밝히고 나섰습니다.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며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조건 없이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6월로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습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종전 대북지원이나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할 때 마다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들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은 2000년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했던 ‘베를린 선언’의 재판(再版)이라 할 만 합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돕기 위해 도로 항만 철도 전력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포함해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하겠다”고 ‘조건없는 과감한 지원방침’을 밝혔습니다.
결국 북한은 베를린 선언의 내용 때문에 같은 해 6월15일 남북정상회담에 응했음이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베를린 선언은 김대중 정부에 두고두고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후 남남갈등의 양상으로 전개됐던 ‘퍼주기 논란’의 불씨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김 전 대통령은 5억 달러라는 거금을 대북 비밀송금한 뒤에야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평양방문일자가 하루 늦춰진 것도 결국은 시한까지 제때 송금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유력합니다. 그런 데도 북한은 정상회담 직후 대북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장관급 회담을 무산시키는 등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북한은 2002년 4월 대통령특사로 방북한 임동원 전 국정원장에게 “베를린 선언을 믿고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약속을 안 지켰다”고 거칠게 항의했다고 합니다.
이 같은 교훈에 비추어 노 대통령의 발언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족쇄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노 대통령으로서는 레임덕에 대한 우려,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과 미국의 대북압박강화에 따른 입지축소 등으로 초조함을 느낄 만도 합니다. 그러나 대북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지 않을 경우 항상 후폭풍이 닥쳤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중에서는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권이 ‘북풍 카드’로 정국반전을 꾀해 정권 재창출을 하려한다는 소문이 진작부터 나돌고 있습니다. 정략적 색채가 짙은 ‘북풍카드’는 국민들에게도 외면당할 것입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은 바로 대북정책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의 대북지원발언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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