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자주 이뤄지지 않는다…4강신화 이제 잊자

등록 2006.06.12.
지구촌 최대의 축제라고 합니다. 축구전쟁이라고도 합니다. 지난 주말 드디어 독일 월드컵이 시작됐습니다. 65억 지구촌 가족이 목마르게 골을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6월 한 달 내내 밤잠을 설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월드컵에 푹 빠진 것은 4년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때문일 것입니다. 그 감격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2002년 한국축구는 대단했습니다. 그 이전의 다섯차례 월드컵 본선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팀이 16강, 8강전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봅시다. 4년 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했어도 우리가 그렇게 열광했을까요. 결단코 아닐 겁니다. 우리는 축구 자체에 미쳤다기 보다는 한국팀의 승리에 열광했던 겁니다.



우리는 지금 독일 월드컵에서도 한국이 내쳐 8강, 4강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정이 2002년과는 판이합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홈경기가 아니라 원정경기입니다. 미리 가서 시차(時差)를 극복했다지만 홈경기 때와 같은 절정의 컨디션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잔디도 다르고 관중 분위기도 딴 판일 것입니다.



또 한가지 우리가 짚어보아야 할 기록이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에 세 차례 출전했지만 단 1승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1무7패를 기록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8강, 4강을 꿈꾸다가 그것이 좌절됐을 때 닥쳐올 국민적 허탈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잔치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자는 게 아닙니다. 냉정하게 한 번 돌아보자는 것입니다.



월드컵에 그야말로 모든 걸 다 걸고 있는 듯한 사회분위기는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이든 도가 지나치면 후유증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우리 사회가 월드컵 상업주의에 마취돼 당면과제를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월드컵에만 매달려도 괜찮을 만큼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당장 남북관계가 불안합니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정치권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경제상황도 어렵기만 합니다.



월드컵을 즐기고 응원하되 거기에 모든 걸 다 걸어선 곤란합니다. 나라나 사회,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4강 신화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축구자체를 즐기는 여유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독일월드컵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지구촌 최대의 축제라고 합니다. 축구전쟁이라고도 합니다. 지난 주말 드디어 독일 월드컵이 시작됐습니다. 65억 지구촌 가족이 목마르게 골을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6월 한 달 내내 밤잠을 설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월드컵에 푹 빠진 것은 4년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때문일 것입니다. 그 감격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2002년 한국축구는 대단했습니다. 그 이전의 다섯차례 월드컵 본선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팀이 16강, 8강전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봅시다. 4년 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했어도 우리가 그렇게 열광했을까요. 결단코 아닐 겁니다. 우리는 축구 자체에 미쳤다기 보다는 한국팀의 승리에 열광했던 겁니다.



우리는 지금 독일 월드컵에서도 한국이 내쳐 8강, 4강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정이 2002년과는 판이합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홈경기가 아니라 원정경기입니다. 미리 가서 시차(時差)를 극복했다지만 홈경기 때와 같은 절정의 컨디션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잔디도 다르고 관중 분위기도 딴 판일 것입니다.



또 한가지 우리가 짚어보아야 할 기록이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에 세 차례 출전했지만 단 1승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1무7패를 기록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8강, 4강을 꿈꾸다가 그것이 좌절됐을 때 닥쳐올 국민적 허탈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잔치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자는 게 아닙니다. 냉정하게 한 번 돌아보자는 것입니다.



월드컵에 그야말로 모든 걸 다 걸고 있는 듯한 사회분위기는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이든 도가 지나치면 후유증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우리 사회가 월드컵 상업주의에 마취돼 당면과제를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월드컵에만 매달려도 괜찮을 만큼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당장 남북관계가 불안합니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정치권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경제상황도 어렵기만 합니다.



월드컵을 즐기고 응원하되 거기에 모든 걸 다 걸어선 곤란합니다. 나라나 사회,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4강 신화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축구자체를 즐기는 여유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독일월드컵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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