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장관, 말하는 법부터 배우시오

등록 2006.07.24.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초래된 지금의 위기 상황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말을 조심해야 하는데 이 정권 사람들은 그러지 못 합니다. 그들은 입만 열면 “지금 상황이 매우 미묘하므로 언론이 신중하고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 ‘미묘한 상황’을 흔들어버리는 것은 그들입니다. 할 말 안 할 말을 가리지 않고 마구 토해냄으로써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어버리는 것이지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경우를 한 번 보죠. 이 장관은 어제 SBS 방송에 출연해 “(북한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해) 중국도 우리도 실패했지만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한 나라”라고 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미국이 북한과 양자 협상을 했더라면 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도 있었는데 안 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내용이 맞느냐 안 맞느냐를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문제는 내용을 담아내는 그릇, 곧 형식입니다. 노련한 외교관이라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해 미국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유감스럽게도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우려가 가장 클 것입니다.”

이 장관은 또 “한미동맹이라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기에 많은 부분 차이가 없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선 몇 가지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했습니다. 노련한 외교관이라면 이렇게 돌려 말했을 것입니다. “북한 문제에 설령 이견이 있다면 그 것은 보다 튼튼하고 효율적인 한미공조를 위해서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이 장관은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의 안보불감증’을 걱정했다는 데 대해서도 “흔쾌히 동의 못 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일급 외교관이라면 결코 그런 식으로 맞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이렇게 말했겠지요. “한국의 안보를 걱정해주는 벨 사령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런 걱정이 바로 한미동맹의 굳건한 토대라고 생각한다.”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 않습니까. 왜 이 정권 사람들은 같은 말이라도 더 숙성시켜서, 더 완곡하게, 더 효과적으로 하지 못합니까. 우리 외교통상부에만 해도 2시간, 3시간 기자회견을 해도 단 한 줄도 기사거리가 안 나오는 노련한 외교관들이 많습니다.

기자들이 아무리 추궁하고 닦달을 해도 대답은 정부 방침에서 단 1mm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기자회견을 불성실하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들은 성의껏 질문에 답합니다. 그러나 뒤돌아서면 단 한 줄도 기사가 되는 내용이 없습니다.

유능한 외교관이라면 이쯤은 기본입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이 정권 사람들은 이제라도 이를 배워야 합니다. 배우기 싫다면 답을 미리 꼼꼼히 준비한 후 준비된 대로만 읽으십시오. 그것이 실수를 줄이는 첩경입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재호 수석 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초래된 지금의 위기 상황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말을 조심해야 하는데 이 정권 사람들은 그러지 못 합니다. 그들은 입만 열면 “지금 상황이 매우 미묘하므로 언론이 신중하고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 ‘미묘한 상황’을 흔들어버리는 것은 그들입니다. 할 말 안 할 말을 가리지 않고 마구 토해냄으로써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어버리는 것이지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경우를 한 번 보죠. 이 장관은 어제 SBS 방송에 출연해 “(북한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지 못한 데 대해) 중국도 우리도 실패했지만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한 나라”라고 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미국이 북한과 양자 협상을 했더라면 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도 있었는데 안 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내용이 맞느냐 안 맞느냐를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문제는 내용을 담아내는 그릇, 곧 형식입니다. 노련한 외교관이라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해 미국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유감스럽게도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우려가 가장 클 것입니다.”

이 장관은 또 “한미동맹이라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기에 많은 부분 차이가 없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선 몇 가지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했습니다. 노련한 외교관이라면 이렇게 돌려 말했을 것입니다. “북한 문제에 설령 이견이 있다면 그 것은 보다 튼튼하고 효율적인 한미공조를 위해서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이 장관은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의 안보불감증’을 걱정했다는 데 대해서도 “흔쾌히 동의 못 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일급 외교관이라면 결코 그런 식으로 맞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이렇게 말했겠지요. “한국의 안보를 걱정해주는 벨 사령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런 걱정이 바로 한미동맹의 굳건한 토대라고 생각한다.”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 않습니까. 왜 이 정권 사람들은 같은 말이라도 더 숙성시켜서, 더 완곡하게, 더 효과적으로 하지 못합니까. 우리 외교통상부에만 해도 2시간, 3시간 기자회견을 해도 단 한 줄도 기사거리가 안 나오는 노련한 외교관들이 많습니다.

기자들이 아무리 추궁하고 닦달을 해도 대답은 정부 방침에서 단 1mm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기자회견을 불성실하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들은 성의껏 질문에 답합니다. 그러나 뒤돌아서면 단 한 줄도 기사가 되는 내용이 없습니다.

유능한 외교관이라면 이쯤은 기본입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이 정권 사람들은 이제라도 이를 배워야 합니다. 배우기 싫다면 답을 미리 꼼꼼히 준비한 후 준비된 대로만 읽으십시오. 그것이 실수를 줄이는 첩경입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재호 수석 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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