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입을 누가 못 막나

등록 2006.09.08.
노무현 대통령이 또 ‘사고’를 쳤습니다. 7일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무력적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것입니다. “미사일이 미국까지 가기엔 너무 초라하고, 한국으로 향하기엔 너무 큰 것”이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언론이 이를 큰 위협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한 것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유엔이 대북 제재결의안을 통과시킨 게 두 달이 채 못 됩니다. 지금 미국과 일본은 구체적인 제재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베이징에 머물면서 중국 정부를 설득 중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의 직접 당사국인 한국의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을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관련국들이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참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지도자’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마 크게 실망했을 것입니다.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북 제재 강행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입니다. 금융 제재로 북한을 이미 혼 낼 만큼 혼 낸 미국이,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경우 대화를 통한 해결은 어려워진다는 것이지요.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대화가 완전히 끊기면 그 피해자는 결국 남북한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노 대통령의 생각이 설령 옳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14일(한국시간)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단히 중요한 회담입니다. 어떻게든 회담이 잘 돼서 한미동맹이 예전처럼 든든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다수 국민의 바람입니다. 대통령 자신도 5일 루마니아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국민이 한미동맹을 걱정하다가도 내가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 오면 불안을 잊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그래놓고서는 회담이 시작도 되기 전에 사려 깊지 못한 말로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하기 어려운 경솔한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 얼마나 많습니까. 시애틀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 중이고, 워싱턴과 서울에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를 놓고 줄다리기가 한 창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참아야 합니다. 한미 정상회담이 잘 못 돼 한미관계가 깨져버리면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북이 우리 뜻대로 따라주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혹시라도 남북 정상회담에 집착하고 있다면 버려야 합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 만이라도 말을 아끼시기 바랍니다. 제발 간청합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노무현 대통령이 또 ‘사고’를 쳤습니다. 7일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무력적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것입니다. “미사일이 미국까지 가기엔 너무 초라하고, 한국으로 향하기엔 너무 큰 것”이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언론이 이를 큰 위협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한 것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유엔이 대북 제재결의안을 통과시킨 게 두 달이 채 못 됩니다. 지금 미국과 일본은 구체적인 제재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베이징에 머물면서 중국 정부를 설득 중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의 직접 당사국인 한국의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을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관련국들이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참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지도자’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부시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마 크게 실망했을 것입니다.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북 제재 강행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입니다. 금융 제재로 북한을 이미 혼 낼 만큼 혼 낸 미국이,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경우 대화를 통한 해결은 어려워진다는 것이지요.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대화가 완전히 끊기면 그 피해자는 결국 남북한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노 대통령의 생각이 설령 옳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14일(한국시간)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단히 중요한 회담입니다. 어떻게든 회담이 잘 돼서 한미동맹이 예전처럼 든든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다수 국민의 바람입니다. 대통령 자신도 5일 루마니아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국민이 한미동맹을 걱정하다가도 내가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 오면 불안을 잊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그래놓고서는 회담이 시작도 되기 전에 사려 깊지 못한 말로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하기 어려운 경솔한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 얼마나 많습니까. 시애틀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 중이고, 워싱턴과 서울에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를 놓고 줄다리기가 한 창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참아야 합니다. 한미 정상회담이 잘 못 돼 한미관계가 깨져버리면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북이 우리 뜻대로 따라주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혹시라도 남북 정상회담에 집착하고 있다면 버려야 합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 만이라도 말을 아끼시기 바랍니다. 제발 간청합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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