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웃으면서 ‘별거선언’ ?

등록 2006.09.15.
오늘 새벽 워싱턴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양국간의 벌어진 ‘틈새’를 외교적 수사(修辭)로 봉합한 회담이었습니다. 안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던 국민적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결과였습니다. 마치 웃으면서 ‘별거선언’에 도장찍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합의의 핵심인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란 내용부터가 그렇습니다. 알맹이가 없는 모호한 내용인 것입니다. 아마도 미국의 대북금융제재완화방안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이미 본격제재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미국이 새로운 당근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오죽하면 노 대통령 자신도 이 문제에 대해 “매우 복잡하다”고 실토했겠습니까. 결국 알맹이 없는 정상회담을 포장하기 위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내용을 합의라고 내놓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대한방위공약이 확실하다고 강조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두 정상은 ‘환수 시기는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을 뿐입니다. 오히려 정상회담에 앞서 노 대통령과 만났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동맹의 현대화’를 강조했습니다. 종전의 혈맹(血盟)관계에서 벗어나 주한미군의 기동군화를 추진하겠다는 사실상의 통보인 셈입니다.

유명환 외교부차관이 최근 작전권 환수문제에 대해 “울고싶은 미국의 뺨을 때려준 것”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인 것입니다.

한국으로서는 당장 대북 제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정상회담 전부터 한국의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1695호)에 따라 추가 제재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해 왔고 190여 유엔 회원국들에게 동참을 촉구하는 공문까지 보냈습니다.

일본 정부도 빠르면 이달 중 일본 내 금융기관에 개설된 북한 관련 계좌의 예금인출과 해외송금을 동결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회담에서 “새로운 제재를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고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상회담은 본래 숨겨진 말의 의미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전시작전권 문제가 정치적으로 다뤄져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은 한국 내에서 ‘자주장사’의 일환으로 이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는 미국 쪽 시각을 대변한 것입니다.

어설픈 자주의 구호가 빚어낼 안보불안의 참담한 후유증을 이제 국민들이 겪어야할 판입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오늘 새벽 워싱턴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양국간의 벌어진 ‘틈새’를 외교적 수사(修辭)로 봉합한 회담이었습니다. 안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던 국민적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결과였습니다. 마치 웃으면서 ‘별거선언’에 도장찍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입니다.

합의의 핵심인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란 내용부터가 그렇습니다. 알맹이가 없는 모호한 내용인 것입니다. 아마도 미국의 대북금융제재완화방안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이미 본격제재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미국이 새로운 당근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오죽하면 노 대통령 자신도 이 문제에 대해 “매우 복잡하다”고 실토했겠습니까. 결국 알맹이 없는 정상회담을 포장하기 위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내용을 합의라고 내놓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대한방위공약이 확실하다고 강조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두 정상은 ‘환수 시기는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을 뿐입니다. 오히려 정상회담에 앞서 노 대통령과 만났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동맹의 현대화’를 강조했습니다. 종전의 혈맹(血盟)관계에서 벗어나 주한미군의 기동군화를 추진하겠다는 사실상의 통보인 셈입니다.

유명환 외교부차관이 최근 작전권 환수문제에 대해 “울고싶은 미국의 뺨을 때려준 것”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인 것입니다.

한국으로서는 당장 대북 제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정상회담 전부터 한국의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1695호)에 따라 추가 제재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해 왔고 190여 유엔 회원국들에게 동참을 촉구하는 공문까지 보냈습니다.

일본 정부도 빠르면 이달 중 일본 내 금융기관에 개설된 북한 관련 계좌의 예금인출과 해외송금을 동결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회담에서 “새로운 제재를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고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상회담은 본래 숨겨진 말의 의미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전시작전권 문제가 정치적으로 다뤄져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은 한국 내에서 ‘자주장사’의 일환으로 이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는 미국 쪽 시각을 대변한 것입니다.

어설픈 자주의 구호가 빚어낼 안보불안의 참담한 후유증을 이제 국민들이 겪어야할 판입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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