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씨는 염치도 없나?

등록 2006.09.27.
30대 이상의 국민은 20년 전 ‘시청료 거부 운동’을 기억합니다. 당시 KBS 밤 9시뉴스는 9시 시보가 땡 울리자마자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하고 방송을 시작해서 ‘땡전 뉴스’라고 불렸습니다.

시민들은 정권 편향적이고 편파적인 왜곡보도를 일삼으면서도 수신료까지 받는 KBS에 분노했습니다. 1986년 초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KBS 시청료 거부 운동이 벌어진 것입니다.

결국 KBS는 넉 달 만에 운영개선대책을 내놓았고, 시청료를 전기요금과 통합해서 징수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시청료를 거부할래야 거부할 수도 없는 제도적 장치가 그 때 마련된 것입니다.

지금 KBS의 방송행태는 2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KBS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같은 정치적 고비마다 편파적인 방송을 함으로써 국민의 신망을 잃었습니다. KBS의 탄핵방송에 대해 언론학자들은 ‘아무리 느슨한 잣대를 적용해도 공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경영 성적도 말이 아닙니다. 방송위원회가 평가한 경영 효율성은 지상파 3개 방송사 중에서 꼴찌였습니다. KBS 정연주 사장은 2004년 638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지난해엔 8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자 경영 잘못의 책임을 지겠다면서 임원 임금의 20%를 자진 삭감했습니다. 그러다 6개월 만에 월급이 적다면서 자기들 스스로 깎았던 임금을 슬그머니 되찾아갔습니다.

이렇게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해치고, 경영 잘못으로 국민에 손해를 끼쳐온 정 씨가 3년의 사장 임기를 채우고도 연임을 하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어떤 의도인지는 명백합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현 정부가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KBS를 도구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굳이 정 씨를 밀어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정 씨는 ‘아무리 느슨한 잣대를 적용해도 공정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편파 방송을 총지휘했던 ‘코드 인사’입니다.

그는 임기가 끝났는데도 88일이나 사장직무대행이라는 이름으로 버텨왔습니다. 정 씨의 사장 연임을 반대해온 KBS노동조합이 ‘정 연임을 원한다면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들어오라’고 요구하자 그는 26일 사장직에 응모하는 동시에 사표를 냈습니다. 참으로 염치(廉恥)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과 소위 ‘민주화운동 세력’이 집권한 오늘의 한국사회는 다릅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임하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정권이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를 연임시키기 위해 편법을 자행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20년 전 시청자 편에서 방송을 감시하던 시민단체들이 지금은 코드에 따라 정권의 편에 서 있습니다. 행인지 불행인지 시청자들은 방송뉴스에 대해 흥미도, 관심도 잃은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 씨가 KBS사장을 연임하는 것까지 용납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언론인으로서, 양식 있는 국민으로서 염치를 잃은 정 씨가 또 KBS사장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 대가는 시청자가 치를 우려가 있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30대 이상의 국민은 20년 전 ‘시청료 거부 운동’을 기억합니다. 당시 KBS 밤 9시뉴스는 9시 시보가 땡 울리자마자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하고 방송을 시작해서 ‘땡전 뉴스’라고 불렸습니다.

시민들은 정권 편향적이고 편파적인 왜곡보도를 일삼으면서도 수신료까지 받는 KBS에 분노했습니다. 1986년 초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KBS 시청료 거부 운동이 벌어진 것입니다.

결국 KBS는 넉 달 만에 운영개선대책을 내놓았고, 시청료를 전기요금과 통합해서 징수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시청료를 거부할래야 거부할 수도 없는 제도적 장치가 그 때 마련된 것입니다.

지금 KBS의 방송행태는 20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KBS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같은 정치적 고비마다 편파적인 방송을 함으로써 국민의 신망을 잃었습니다. KBS의 탄핵방송에 대해 언론학자들은 ‘아무리 느슨한 잣대를 적용해도 공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경영 성적도 말이 아닙니다. 방송위원회가 평가한 경영 효율성은 지상파 3개 방송사 중에서 꼴찌였습니다. KBS 정연주 사장은 2004년 638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지난해엔 8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자 경영 잘못의 책임을 지겠다면서 임원 임금의 20%를 자진 삭감했습니다. 그러다 6개월 만에 월급이 적다면서 자기들 스스로 깎았던 임금을 슬그머니 되찾아갔습니다.

이렇게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해치고, 경영 잘못으로 국민에 손해를 끼쳐온 정 씨가 3년의 사장 임기를 채우고도 연임을 하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어떤 의도인지는 명백합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현 정부가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KBS를 도구로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굳이 정 씨를 밀어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정 씨는 ‘아무리 느슨한 잣대를 적용해도 공정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편파 방송을 총지휘했던 ‘코드 인사’입니다.

그는 임기가 끝났는데도 88일이나 사장직무대행이라는 이름으로 버텨왔습니다. 정 씨의 사장 연임을 반대해온 KBS노동조합이 ‘정 연임을 원한다면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들어오라’고 요구하자 그는 26일 사장직에 응모하는 동시에 사표를 냈습니다. 참으로 염치(廉恥)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과 소위 ‘민주화운동 세력’이 집권한 오늘의 한국사회는 다릅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임하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정권이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를 연임시키기 위해 편법을 자행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20년 전 시청자 편에서 방송을 감시하던 시민단체들이 지금은 코드에 따라 정권의 편에 서 있습니다. 행인지 불행인지 시청자들은 방송뉴스에 대해 흥미도, 관심도 잃은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 씨가 KBS사장을 연임하는 것까지 용납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언론인으로서, 양식 있는 국민으로서 염치를 잃은 정 씨가 또 KBS사장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 대가는 시청자가 치를 우려가 있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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