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없어선 안될 나는…나는…나는…남자 간호사
등록 2006.11.11.한 환자 가족은 여자 간호사를 붙잡고 “저 사람이 의사냐, 간호사냐? 누구냐?”라고 물었다.
그는 작년 11월 병원에 들어온 응급실 남자 간호사 이송로(27) 씨. 외환위기 이후 안정적인 직업이 인기를 얻으면서 2000년 460명이던 남자 간호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05년 1092명으로 급증했다. 아직 전체 간호사(21만2200명)의 0.51%에 불과하지만 남자 간호사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남자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들은 의사와 여성 간호사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처할 때가 많다. 또 그 애매한 위치 덕분에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도 한다.
남자 간호사들은 스스로를 ‘경계인’이라고 부른다. 주류와 비주류의 정체성이 내부에서 교차하면서 일반인이 하기 힘든 경험도 많이 겪는다는 것.
▽“누구세요?”=이 씨는 환자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때가 가장 당황스럽다.
얼마 전, 이 씨는 40대 응급환자를 하루 종일 돌봤다. 그날 밤 환자는 오래 참았던 말을 건넸다.
“그런데…누구세요?” 환자는 “의사는 아닌 것 같은데 정체 모를 남자가 계속 자신을 돌보니 의아했다”고 말했다.
‘유령’ 취급을 받을 때도 있다. 환자가 30여 명이 있는 병실에서 우연히 남자 간호사 두 명이 야간 당직을 서고 있는데 환자 가족들이 자꾸 안내 데스크를 찾아가 항의를 했다. 그들은 “왜 병동에 간호사가 없느냐?”며 화를 냈다.
▽남자와 여자 사이 경계인=삼성서울병원 전체 간호사는 1200여 명. 그중 남자 간호사는 34명이다. 남자 간호사들은 워낙 소수다 보니 ‘남자’로서 존재감이 없을 때가 많다.
이 병원 뇌졸중센터 간호사 이정재(27) 씨는 “선배 여자 간호사들이 ‘정재 빨리 시집보내야지’ ‘혼수는 장만했느냐?’라는 등 짓궂은 농담을 건넬 때 성정체성의 혼란이 온다”며 웃었다.
간호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3월 입사한 이정재 씨는 간호학과에서도 학생 34명 중 남학생이 자신 한 명밖에 없었던 터라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다.
같은 병원 응급실 수간호사 전도진(36) 씨는 탈의실에서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탈의실 안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공지사항을 적던 중 인기척이 있어 뒤를 돌아보니 여자 간호사 한 명이 훌러덩 옷을 벗으며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한 것.
전 씨는 “나를 남자로 보지 않는 것 같아 당황했다”면서 “여자가 절대 다수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인의 ‘조정자’ 역할=남자 간호사의 진가는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 더욱 빛난다.
남자가 다수인 의사와 여자가 다수인 간호사 간의 갈등이 발생하면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다. 남녀가 서로 탁 터놓고 얘기하는 대화통로가 없기 때문. 갈등이 있다고 해서 간호사나 의사가 서로 항의를 하면 오히려 큰 싸움으로 번진다.
이정재 씨는 “남자 간호사는 스스럼없이 형, 동생 하며 지내는 남자 의사들과 술 한잔하며 서로의 생각을 전달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간호사 최인아(36·여) 씨는 “우리한테는 함부로 하다가 남자 간호사가 있으면 태도가 돌변하는 환자가 많아 이들이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힘든 일을 함께하다 보니 정이 쉽게 쌓여 부부가 된 간호사도 많다. 이 병원 14명의 기혼 남자 간호사 중 8명의 아내가 간호사다. 과거 남자 간호사들은 마취, 신장 투석, 수술 등 특수파트에만 투입됐으나 지금은 일반 병동 등 전 분야에 고르게 진출하고 있다. 업무도 여성과 전혀 다르지 않다.
전 씨는 “남자 간호사 하면 정신병동의 덩치 큰 아저씨들이나 환자를 이송하는 등 힘 쓰는 일만 한다는 선입견을 가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환자나 독자들이 ‘남자 간호사’로 보지 말고 직업인으로서 ‘간호사인 남자’로 봐 줬으면 한다”면서 “남자 간호사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남자 간호사라는 이유로 신기하게 취급받는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9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방금 실려 온 교통사고 환자의 상태를 파악했다. 그는 환자의 호흡상태를 체크한 뒤 여자 간호사와 얘기를 나눴다. 응급조치를 마치고 한숨 돌린 뒤 남자 의사에게 농담도 건넨다. 그의 옷은 의사들의 흰 가운과 다르고 여자 간호사들의 옷 모양과도 조금 다르다.
한 환자 가족은 여자 간호사를 붙잡고 “저 사람이 의사냐, 간호사냐? 누구냐?”라고 물었다.
그는 작년 11월 병원에 들어온 응급실 남자 간호사 이송로(27) 씨. 외환위기 이후 안정적인 직업이 인기를 얻으면서 2000년 460명이던 남자 간호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05년 1092명으로 급증했다. 아직 전체 간호사(21만2200명)의 0.51%에 불과하지만 남자 간호사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남자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들은 의사와 여성 간호사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처할 때가 많다. 또 그 애매한 위치 덕분에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도 한다.
남자 간호사들은 스스로를 ‘경계인’이라고 부른다. 주류와 비주류의 정체성이 내부에서 교차하면서 일반인이 하기 힘든 경험도 많이 겪는다는 것.
▽“누구세요?”=이 씨는 환자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때가 가장 당황스럽다.
얼마 전, 이 씨는 40대 응급환자를 하루 종일 돌봤다. 그날 밤 환자는 오래 참았던 말을 건넸다.
“그런데…누구세요?” 환자는 “의사는 아닌 것 같은데 정체 모를 남자가 계속 자신을 돌보니 의아했다”고 말했다.
‘유령’ 취급을 받을 때도 있다. 환자가 30여 명이 있는 병실에서 우연히 남자 간호사 두 명이 야간 당직을 서고 있는데 환자 가족들이 자꾸 안내 데스크를 찾아가 항의를 했다. 그들은 “왜 병동에 간호사가 없느냐?”며 화를 냈다.
▽남자와 여자 사이 경계인=삼성서울병원 전체 간호사는 1200여 명. 그중 남자 간호사는 34명이다. 남자 간호사들은 워낙 소수다 보니 ‘남자’로서 존재감이 없을 때가 많다.
이 병원 뇌졸중센터 간호사 이정재(27) 씨는 “선배 여자 간호사들이 ‘정재 빨리 시집보내야지’ ‘혼수는 장만했느냐?’라는 등 짓궂은 농담을 건넬 때 성정체성의 혼란이 온다”며 웃었다.
간호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3월 입사한 이정재 씨는 간호학과에서도 학생 34명 중 남학생이 자신 한 명밖에 없었던 터라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다.
같은 병원 응급실 수간호사 전도진(36) 씨는 탈의실에서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탈의실 안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공지사항을 적던 중 인기척이 있어 뒤를 돌아보니 여자 간호사 한 명이 훌러덩 옷을 벗으며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한 것.
전 씨는 “나를 남자로 보지 않는 것 같아 당황했다”면서 “여자가 절대 다수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인의 ‘조정자’ 역할=남자 간호사의 진가는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 더욱 빛난다.
남자가 다수인 의사와 여자가 다수인 간호사 간의 갈등이 발생하면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다. 남녀가 서로 탁 터놓고 얘기하는 대화통로가 없기 때문. 갈등이 있다고 해서 간호사나 의사가 서로 항의를 하면 오히려 큰 싸움으로 번진다.
이정재 씨는 “남자 간호사는 스스럼없이 형, 동생 하며 지내는 남자 의사들과 술 한잔하며 서로의 생각을 전달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간호사 최인아(36·여) 씨는 “우리한테는 함부로 하다가 남자 간호사가 있으면 태도가 돌변하는 환자가 많아 이들이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힘든 일을 함께하다 보니 정이 쉽게 쌓여 부부가 된 간호사도 많다. 이 병원 14명의 기혼 남자 간호사 중 8명의 아내가 간호사다. 과거 남자 간호사들은 마취, 신장 투석, 수술 등 특수파트에만 투입됐으나 지금은 일반 병동 등 전 분야에 고르게 진출하고 있다. 업무도 여성과 전혀 다르지 않다.
전 씨는 “남자 간호사 하면 정신병동의 덩치 큰 아저씨들이나 환자를 이송하는 등 힘 쓰는 일만 한다는 선입견을 가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환자나 독자들이 ‘남자 간호사’로 보지 말고 직업인으로서 ‘간호사인 남자’로 봐 줬으면 한다”면서 “남자 간호사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남자 간호사라는 이유로 신기하게 취급받는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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