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펴낸 장정일 씨 “나 몰랐던게 이렇게 많았구나!”

등록 2006.11.15.
장정일(42·사진) 씨는 요즘 ‘공부 중’이다. 대학(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초빙교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새삼스럽게 공부라니. 중졸 학력이 제도교육의 전부인 그의 이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마흔 살 넘어 자신의 학력을 의식하게 된 걸까.

아니다. 최근 낸 책 ‘공부’(랜덤하우스)에서 장 씨가 비판한 것은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자신이 아니라, 문학 말고 다른 데는 무지했던 자신이었다. 김수영문학상 최연소 수상자인 ‘천재 시인’,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의 소설로 문학적·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소설가. 그랬던 그가 “문학 책만 읽었을 뿐 다른 것은 모르는 채로 청춘을 보냈다”고 털어놓는다.

장 씨의 솔직한 고백은 이어진다. “신구문화사 한국문학전집, 문학과지성사 시선, 내 참고서는 이런 것들뿐이었습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닌데, 작품은 문학적인 것에만 갇혀 있는 듯해서 나 자신이 불만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2002년 대선 무렵 생전 처음으로 집과 떨어진 곳에 집필실을 마련했는데, 집필실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이웃 사내들이 정치 토론을 하는 걸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문학하는 사람들에게선 ‘고담준론’만 들었거든요.”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문학 말고 다른 모든’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한국사회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졌다. 다독가로 유명한 장 씨답게 관심 가는 문제를 놓고 수십 권, 수백 권의 책을 찾아 읽었다. ‘공부’는 이렇게 쓰인 책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 강박적인 민족주의 문제 등 23가지 주제에 대한 서평 형식으로 쓰여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연상시키지만, 작가의 감각으로 독후감을 쓴 ‘…독서일기’와 달리 대한민국 국민으로 다양한 교양서를 통해 사회 각 분야의 문제를 공부한 결실이다.

그렇지만 단순한 정보 모음은 아니다. 장 씨가 말하는 공부의 목적은 “나만의 시각을 갖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바보가 된 대학생들’에서 그는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책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를 소개하면서 문과와 이과로 나뉘는 획일적인 교육체제와 그로 인해 지적 능력이 떨어진 우리 대학생들의 문제를 비판한다. 장 씨가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고민한 문제이기도 하다.

“문학은 사회의 반영이고 시대의 반영인데, 학생들은 개인의 내면만으로도 문학 세계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더군요. 아무리 들여다봐도 위대한 문학 작품은 사회 문제와 떼어놓을 수 없는데 말입니다.”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그는 요즘 신춘문예를 앞두고 들뜬 학생들에게도 이렇게 조언한다고 했다. “공부 없이 어쩌다가 작품 하나로 데뷔하면 고생을 많이 한다. 공부가 짧으면 삼류 작가로 전락할 테니 지금 열심히 공부해 놓아라.”

뒤늦게 공부에 빠져 문학과 멀어진 건 아닌지?

“그럴 리가요…. 다 좋은 작품 쓰려고 공부하는 건데요. 그러잖아도 지금 장편소설 하나 쓰고 있습니다.” 내용은 ‘영업상 비밀’이라면서도 즐거운 웃음소리가 전해졌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장정일(42·사진) 씨는 요즘 ‘공부 중’이다. 대학(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초빙교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새삼스럽게 공부라니. 중졸 학력이 제도교육의 전부인 그의 이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마흔 살 넘어 자신의 학력을 의식하게 된 걸까.

아니다. 최근 낸 책 ‘공부’(랜덤하우스)에서 장 씨가 비판한 것은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자신이 아니라, 문학 말고 다른 데는 무지했던 자신이었다. 김수영문학상 최연소 수상자인 ‘천재 시인’,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의 소설로 문학적·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소설가. 그랬던 그가 “문학 책만 읽었을 뿐 다른 것은 모르는 채로 청춘을 보냈다”고 털어놓는다.

장 씨의 솔직한 고백은 이어진다. “신구문화사 한국문학전집, 문학과지성사 시선, 내 참고서는 이런 것들뿐이었습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닌데, 작품은 문학적인 것에만 갇혀 있는 듯해서 나 자신이 불만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2002년 대선 무렵 생전 처음으로 집과 떨어진 곳에 집필실을 마련했는데, 집필실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이웃 사내들이 정치 토론을 하는 걸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문학하는 사람들에게선 ‘고담준론’만 들었거든요.”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문학 말고 다른 모든’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한국사회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졌다. 다독가로 유명한 장 씨답게 관심 가는 문제를 놓고 수십 권, 수백 권의 책을 찾아 읽었다. ‘공부’는 이렇게 쓰인 책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 강박적인 민족주의 문제 등 23가지 주제에 대한 서평 형식으로 쓰여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연상시키지만, 작가의 감각으로 독후감을 쓴 ‘…독서일기’와 달리 대한민국 국민으로 다양한 교양서를 통해 사회 각 분야의 문제를 공부한 결실이다.

그렇지만 단순한 정보 모음은 아니다. 장 씨가 말하는 공부의 목적은 “나만의 시각을 갖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바보가 된 대학생들’에서 그는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책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를 소개하면서 문과와 이과로 나뉘는 획일적인 교육체제와 그로 인해 지적 능력이 떨어진 우리 대학생들의 문제를 비판한다. 장 씨가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고민한 문제이기도 하다.

“문학은 사회의 반영이고 시대의 반영인데, 학생들은 개인의 내면만으로도 문학 세계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더군요. 아무리 들여다봐도 위대한 문학 작품은 사회 문제와 떼어놓을 수 없는데 말입니다.”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그는 요즘 신춘문예를 앞두고 들뜬 학생들에게도 이렇게 조언한다고 했다. “공부 없이 어쩌다가 작품 하나로 데뷔하면 고생을 많이 한다. 공부가 짧으면 삼류 작가로 전락할 테니 지금 열심히 공부해 놓아라.”

뒤늦게 공부에 빠져 문학과 멀어진 건 아닌지?

“그럴 리가요…. 다 좋은 작품 쓰려고 공부하는 건데요. 그러잖아도 지금 장편소설 하나 쓰고 있습니다.” 내용은 ‘영업상 비밀’이라면서도 즐거운 웃음소리가 전해졌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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