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적 사학법 왜 고집하나

등록 2006.12.22.
기독교 목회자들이 집단 삭발한 모습을 보는 심정은 착잡합니다. 개신교와 천주교 등 교계의 지도자들은 “이번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을 바꾸지 않으면 순교를 각오하고 투쟁하겠다”고 했습니다.

삭발이 어떤 의미입니까. 스스로 목을 친다는 비장한 각오가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 삭발입니다. 목회자들은 순교한다는 마음으로 사학법에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도 올해 안에 사학법을 고치지 않으면 학교 폐쇄도 불사하겠다고 지난 주 밝힌 바 있습니다.

교육자들이 학교 폐쇄를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오죽하면 학교 문을 닫겠다고 하는지, 목회자들이 삭발을 하고, 종교계는 순교를 각오하고 나섰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지난해 말 무리하게 개정한 사학법은 실제로 위헌소지가 적지 않은 법입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자문 변호사들도 인정했던 사실입니다. 사학단체들은 이미 1년 전에 이 법의 위헌성을 밝혀달라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헌재는 6개월 안에 결론을 내려야하는데도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듯이 질질 끌다가, 지난주에야 처음 공개변론을 열었습니다. 언제 결정이 내려질지는 짐작도 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열린우리당도 위헌성을 그냥 둘 수는 없다고 판단했는지 재개정안을 내놨지만, 위헌성의 핵심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사학법 위헌 논란의 본질은 극소수 사학에 비리가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모든 사학의 자율성을 박탈하려는 데 있습니다. 그 핵심이 이사회의 4분의 1을 개방형 이사로 채우도록 한 제도입니다. 정부는 또 학내 분규가 일어나면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교내 일부 세력이 고의로 문제를 일으키고, 이를 빌미로 정부가 임시이사를 파견하면, 이들이 개방형 이사와 함께 사학 경영권을 영원히 뺏을 수도 있게 된 것입니다. 교계에서 사학법은 ‘사악법’ ‘사탄법’으로까지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것은 열린우리당의 태도입니다. 종교계에서 순교할 각오로 반대하고, 사학들도 학교 문을 닫겠다고 하고, 정부의 고문 변호사까지 위헌성을 지적한 법이라면 고쳐야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이 법에 여당의 ‘정체성’이 담겼다며 절대로 못 고친다니, 그렇다면 여당의 정체성이 대체 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앞 다퉈 교육규제를 폐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히 유능하지도 못한 정부가 사학까지 장악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의 본질은 미래세대를 미래 세상에 맞게 준비시키자는 것이지, 현 집권층의 코드대로 세뇌시키자는 것이 아닙니다. 현 정부가 경제를 망친데 이어 우리 아이들의 미래까지 망치지 않으려면,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정신을 위협하는 사학법을 더 이상 고집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기독교 목회자들이 집단 삭발한 모습을 보는 심정은 착잡합니다. 개신교와 천주교 등 교계의 지도자들은 “이번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을 바꾸지 않으면 순교를 각오하고 투쟁하겠다”고 했습니다.

삭발이 어떤 의미입니까. 스스로 목을 친다는 비장한 각오가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 삭발입니다. 목회자들은 순교한다는 마음으로 사학법에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도 올해 안에 사학법을 고치지 않으면 학교 폐쇄도 불사하겠다고 지난 주 밝힌 바 있습니다.

교육자들이 학교 폐쇄를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오죽하면 학교 문을 닫겠다고 하는지, 목회자들이 삭발을 하고, 종교계는 순교를 각오하고 나섰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지난해 말 무리하게 개정한 사학법은 실제로 위헌소지가 적지 않은 법입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자문 변호사들도 인정했던 사실입니다. 사학단체들은 이미 1년 전에 이 법의 위헌성을 밝혀달라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헌재는 6개월 안에 결론을 내려야하는데도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듯이 질질 끌다가, 지난주에야 처음 공개변론을 열었습니다. 언제 결정이 내려질지는 짐작도 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열린우리당도 위헌성을 그냥 둘 수는 없다고 판단했는지 재개정안을 내놨지만, 위헌성의 핵심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사학법 위헌 논란의 본질은 극소수 사학에 비리가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모든 사학의 자율성을 박탈하려는 데 있습니다. 그 핵심이 이사회의 4분의 1을 개방형 이사로 채우도록 한 제도입니다. 정부는 또 학내 분규가 일어나면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교내 일부 세력이 고의로 문제를 일으키고, 이를 빌미로 정부가 임시이사를 파견하면, 이들이 개방형 이사와 함께 사학 경영권을 영원히 뺏을 수도 있게 된 것입니다. 교계에서 사학법은 ‘사악법’ ‘사탄법’으로까지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것은 열린우리당의 태도입니다. 종교계에서 순교할 각오로 반대하고, 사학들도 학교 문을 닫겠다고 하고, 정부의 고문 변호사까지 위헌성을 지적한 법이라면 고쳐야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이 법에 여당의 ‘정체성’이 담겼다며 절대로 못 고친다니, 그렇다면 여당의 정체성이 대체 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앞 다퉈 교육규제를 폐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히 유능하지도 못한 정부가 사학까지 장악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의 본질은 미래세대를 미래 세상에 맞게 준비시키자는 것이지, 현 집권층의 코드대로 세뇌시키자는 것이 아닙니다. 현 정부가 경제를 망친데 이어 우리 아이들의 미래까지 망치지 않으려면,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정신을 위협하는 사학법을 더 이상 고집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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