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2006년 뉴스의 중심에 선 인물들

등록 2006.12.23.
《올해도 국내외에서 수많은 인물이 뜨고 졌다.

동아일보 스포트라이트는 매일매일 그날의 뉴스를 쫓아 그 중심에 선 인물들을 캐리커처와 함께 조명했다.

국내 인물 중에는 눈부신 성과로 국민을 기쁘게 한 이도 있고 우리의 갈 길을 조언한 재계 원로들도 있었다.

해외 인물 중에는 한국 관련 인사가 단연 많았다.

한해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으로 지면을 빛낸 인물들을 정리해 본다.》

■국내

한국에서 ‘세계 정부의 대통령’이 나왔다.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0월 한국 최초, 분단국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돼 캐리커처와 함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두 번째 추기경의 탄생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37년 만에 정진석 대주교가 2월 추기경으로 임명되자 스포트라이트는 정 추기경이 ‘인류의 빛과 소금이 되시길’ 기원했다.

올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사람은 이승엽. 한때 일본 야구에 적응하지 못해 국내 복귀까지 생각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 4번 타자는 올해 홈런을 41개나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그는 8월 1일 한일 통산 400호 홈런을 터뜨릴 때까지 네 번이나 등장했다.

이승엽뿐만 아니라 유난히 굵직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많아서인지,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조명을 받았다. 2006 독일 월드컵의 스타 박지성은 6월 19일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한반도 새벽을 흔든 순간 등 두 번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마린보이’ 박태환(17·경기고)과 ‘피겨 요정’ 김연아(16·군포 수리고)는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세계무대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쳐 국민을 기쁘게 했다. 이 무서운 10대들은 각각 두 번씩 스포트라이트에 등장했다.

올해 월드 스타로 도약한 가수 비도 두 차례 집중 조명을 받았다. 미국 뉴욕에서의 단독 공연에 이어 시사주간지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기 때문이다.

영화 ‘왕의 남자’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이준익 감독과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고 여성무용수 수상자 김주원 씨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스포트라이트는 어지러운 정치판도 비껴가지 않았다. 7·26보궐선거로 화려하게 복귀한 ‘미스터 쓴소리’ 민주당 조순형 의원을 조명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절차상 하자를 끄집어냈을 때는 지면이 아닌, 진짜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기도 했다.

5·3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현 서울시장과 그와 맞붙었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각각 ‘오풍(吳風)’과 ‘강풍(康風)’을 불러일으키며 지면을 장식했다.

스포트라이트에 두 번씩 등장한 경제계 인사는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과 GM대우자동차 닉 라일리 전 사장 등 두 명이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낸드플래시메모리 개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 경제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좀처럼 걷히지 않으면서 경제계 원로들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한국의 철강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고 85세의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기업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분발하자”고 독려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우리 이웃의 작은 영웅들을 비출 때 가장 빛났다. 7월 강원지역 폭우로 고립된 인제군 주민 24명을 사투 끝에 구하고 홀연히 사라진 8인의 전문산악인, 부산 가스폭발 사고 현장에서 살신성인(殺身成仁)을 몸으로 보여 준 서병길 소방장, 미국 오리건 주의 눈 덮인 계곡에서 가족을 구할 구조대를 부르기 위해 떠났다가 숨진 재미 한인 제임스 김 씨…. 그들의 빛이 허공 속으로 스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일이다.

■ 해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반기문 차기 총장과 함께 등장했을 때를 포함해 네 차례 스포트라이트에 등장했다. 10년 동안 평화의 전도사로 활약한 공로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다.

두 번 등장한 인물은 하인스 워드 한국계 미국 프로미식축구 선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조슈아 볼턴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워드 선수는 미국 슈퍼볼 최우수선수를 차지했을 때와 한국인 어머니와 함께 내한했을 때 ‘어머니 나라’ 국민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버냉키 의장은 공식 취임했을 때에 이어 상원에서 신중치 못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번도 등장하지 못했다.

북한 핵실험 이후 북핵 관련 인물이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북핵 위기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한 한스 블릭스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북한에 줄 당근과 채찍을 각각 갖고 내한한 미 국무부의 니컬러스 번스 정무담당 차관과 로버트 조지프 군축담당 차관….

노벨 문학상과 평화상 수상자는 해마다 스포트라이트의 단골손님. 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와 평화상 수상자인 방글라데시 빈곤퇴치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 씨가 빠지지 않았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도 등장했다.

인간의 유전자를 갖지 않은 대상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월드컵 공식구인 팀 가이스트, 명왕성 탐사선으로 발사된 뉴호라이즌스 호…. 500년간 교황을 지켜온 바티칸 스위스 근위대와 창립 60주년을 맞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도 주목을 받았다.



■최남진 화백의 소회

사람의 얼굴로 세상을 표현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뉴스의 흐름과 맞도록 화제의 인물 표정을 각색하고, 실제로 그림을 그린다. 스포트라이트 후보가 마지막 순간 탈락할 때, 그 사람에게 느끼는 미안함이란….

올해 200여 명의 캐리커처를 그렸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명사, 아름다운 여배우, 국민에게 희망을 준 스포츠 스타….

가능하면 보기 좋게 그리려 노력했다. 한 획 한 획 정성을 담았다. 그러나 본인에겐 흡족한 그림이 아닐 수 있다. 누구나 자기 얼굴에 대해선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심한 마음으로 스포트라이트의 등장인물들이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알뜰살뜰 챙겨 나가면 세상은 더 밝아질 것 같다. 좋은 사람, 아름다운 사연이 넘치는 2007년이 되길 기원한다.

최남진 namjin@donga.com

《올해도 국내외에서 수많은 인물이 뜨고 졌다.

동아일보 스포트라이트는 매일매일 그날의 뉴스를 쫓아 그 중심에 선 인물들을 캐리커처와 함께 조명했다.

국내 인물 중에는 눈부신 성과로 국민을 기쁘게 한 이도 있고 우리의 갈 길을 조언한 재계 원로들도 있었다.

해외 인물 중에는 한국 관련 인사가 단연 많았다.

한해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으로 지면을 빛낸 인물들을 정리해 본다.》

■국내

한국에서 ‘세계 정부의 대통령’이 나왔다.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0월 한국 최초, 분단국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돼 캐리커처와 함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두 번째 추기경의 탄생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37년 만에 정진석 대주교가 2월 추기경으로 임명되자 스포트라이트는 정 추기경이 ‘인류의 빛과 소금이 되시길’ 기원했다.

올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사람은 이승엽. 한때 일본 야구에 적응하지 못해 국내 복귀까지 생각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 4번 타자는 올해 홈런을 41개나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그는 8월 1일 한일 통산 400호 홈런을 터뜨릴 때까지 네 번이나 등장했다.

이승엽뿐만 아니라 유난히 굵직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많아서인지,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조명을 받았다. 2006 독일 월드컵의 스타 박지성은 6월 19일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한반도 새벽을 흔든 순간 등 두 번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마린보이’ 박태환(17·경기고)과 ‘피겨 요정’ 김연아(16·군포 수리고)는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세계무대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쳐 국민을 기쁘게 했다. 이 무서운 10대들은 각각 두 번씩 스포트라이트에 등장했다.

올해 월드 스타로 도약한 가수 비도 두 차례 집중 조명을 받았다. 미국 뉴욕에서의 단독 공연에 이어 시사주간지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기 때문이다.

영화 ‘왕의 남자’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이준익 감독과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고 여성무용수 수상자 김주원 씨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스포트라이트는 어지러운 정치판도 비껴가지 않았다. 7·26보궐선거로 화려하게 복귀한 ‘미스터 쓴소리’ 민주당 조순형 의원을 조명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절차상 하자를 끄집어냈을 때는 지면이 아닌, 진짜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기도 했다.

5·3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현 서울시장과 그와 맞붙었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각각 ‘오풍(吳風)’과 ‘강풍(康風)’을 불러일으키며 지면을 장식했다.

스포트라이트에 두 번씩 등장한 경제계 인사는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과 GM대우자동차 닉 라일리 전 사장 등 두 명이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낸드플래시메모리 개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 경제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좀처럼 걷히지 않으면서 경제계 원로들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한국의 철강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고 85세의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기업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분발하자”고 독려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우리 이웃의 작은 영웅들을 비출 때 가장 빛났다. 7월 강원지역 폭우로 고립된 인제군 주민 24명을 사투 끝에 구하고 홀연히 사라진 8인의 전문산악인, 부산 가스폭발 사고 현장에서 살신성인(殺身成仁)을 몸으로 보여 준 서병길 소방장, 미국 오리건 주의 눈 덮인 계곡에서 가족을 구할 구조대를 부르기 위해 떠났다가 숨진 재미 한인 제임스 김 씨…. 그들의 빛이 허공 속으로 스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일이다.

■ 해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반기문 차기 총장과 함께 등장했을 때를 포함해 네 차례 스포트라이트에 등장했다. 10년 동안 평화의 전도사로 활약한 공로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다.

두 번 등장한 인물은 하인스 워드 한국계 미국 프로미식축구 선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조슈아 볼턴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워드 선수는 미국 슈퍼볼 최우수선수를 차지했을 때와 한국인 어머니와 함께 내한했을 때 ‘어머니 나라’ 국민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버냉키 의장은 공식 취임했을 때에 이어 상원에서 신중치 못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번도 등장하지 못했다.

북한 핵실험 이후 북핵 관련 인물이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북핵 위기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한 한스 블릭스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북한에 줄 당근과 채찍을 각각 갖고 내한한 미 국무부의 니컬러스 번스 정무담당 차관과 로버트 조지프 군축담당 차관….

노벨 문학상과 평화상 수상자는 해마다 스포트라이트의 단골손님. 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와 평화상 수상자인 방글라데시 빈곤퇴치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 씨가 빠지지 않았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도 등장했다.

인간의 유전자를 갖지 않은 대상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월드컵 공식구인 팀 가이스트, 명왕성 탐사선으로 발사된 뉴호라이즌스 호…. 500년간 교황을 지켜온 바티칸 스위스 근위대와 창립 60주년을 맞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도 주목을 받았다.



■최남진 화백의 소회

사람의 얼굴로 세상을 표현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뉴스의 흐름과 맞도록 화제의 인물 표정을 각색하고, 실제로 그림을 그린다. 스포트라이트 후보가 마지막 순간 탈락할 때, 그 사람에게 느끼는 미안함이란….

올해 200여 명의 캐리커처를 그렸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명사, 아름다운 여배우, 국민에게 희망을 준 스포츠 스타….

가능하면 보기 좋게 그리려 노력했다. 한 획 한 획 정성을 담았다. 그러나 본인에겐 흡족한 그림이 아닐 수 있다. 누구나 자기 얼굴에 대해선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심한 마음으로 스포트라이트의 등장인물들이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알뜰살뜰 챙겨 나가면 세상은 더 밝아질 것 같다. 좋은 사람, 아름다운 사연이 넘치는 2007년이 되길 기원한다.

최남진 nam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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