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찰 수준이 이 정도인가”

등록 2007.02.07.
다단계 판매업체 제이유 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사가 피의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의식한 검찰은 신속하게 파문을 진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습니다.

선우영 동부지검장이 어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대검찰청은 동부지청 백 모 검사를 지방으로 전보 조치한 뒤 특별감찰반을 투입해 진상 규명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습니다.

백 검사가 허위 진술을 강요한 사실은 지난해 9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제이유 그룹 전직 간부 김 모 씨가 조사 과정을 녹음해 공개함으로써 드러났습니다. 공개된 녹음 내용에 따르면 백 검사는 “내가 시키는 대로 도와줘, 깨끗하게”라고 피의자에게 거짓 진술을 유도했습니다.

심지어 “거짓말 하고 법원에 가서도 거짓말하라”고 법정에서의 허위증언도 회유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백 검사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진술조서에 피의자가 서명을 거부하자 “검사가 진술을 강요했네, 그런 소리하면 안돼”라고 입단속까지 하고 구형량을 줄여주겠다고 흥정까지 했더군요.

어떻게 검사가 브로커처럼 피의자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검찰 수준이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에 절망감마저 느껴집니다.

백 검사가 허위 진술까지 받아내며 사건을 자신의 수사 각본에 맞추려고 한 상대가 청와대 사정 비서관이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충격입니다. 검사 출신의 청와대 비서관을 겨냥해 허위 진술을 요구할 정도라면 평소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어땠을지 짐작이 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검찰에서 조사받은 사람들의 강압 수사 주장이나 자살 사건이 우연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제이유 측이 조사 과정을 녹음해 공개한 것은 다음 주에 있을 주수도 회장의 1심 재판 선고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검찰 수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피의자가 조사실에 녹음기를 몰래 갖고 들어가 조사내용을 녹음한 것도 의도를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그건 그것대로 조사해 밝혀내면 될 일입니다.

검찰은 신속하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일벌백계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사법부에서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면서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이 심판대에 오르게 된 마당에 이런 사건이 터진 것은 검찰에게 악재도 보통 악재가 아닙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밀실수사, 강압수사 같은 잘못된 수사 관행을 혁파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이상 검사의 허위진술 강요 사건에 관한 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다단계 판매업체 제이유 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사가 피의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의식한 검찰은 신속하게 파문을 진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습니다.

선우영 동부지검장이 어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대검찰청은 동부지청 백 모 검사를 지방으로 전보 조치한 뒤 특별감찰반을 투입해 진상 규명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습니다.

백 검사가 허위 진술을 강요한 사실은 지난해 9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제이유 그룹 전직 간부 김 모 씨가 조사 과정을 녹음해 공개함으로써 드러났습니다. 공개된 녹음 내용에 따르면 백 검사는 “내가 시키는 대로 도와줘, 깨끗하게”라고 피의자에게 거짓 진술을 유도했습니다.

심지어 “거짓말 하고 법원에 가서도 거짓말하라”고 법정에서의 허위증언도 회유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백 검사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진술조서에 피의자가 서명을 거부하자 “검사가 진술을 강요했네, 그런 소리하면 안돼”라고 입단속까지 하고 구형량을 줄여주겠다고 흥정까지 했더군요.

어떻게 검사가 브로커처럼 피의자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검찰 수준이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에 절망감마저 느껴집니다.

백 검사가 허위 진술까지 받아내며 사건을 자신의 수사 각본에 맞추려고 한 상대가 청와대 사정 비서관이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충격입니다. 검사 출신의 청와대 비서관을 겨냥해 허위 진술을 요구할 정도라면 평소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어땠을지 짐작이 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검찰에서 조사받은 사람들의 강압 수사 주장이나 자살 사건이 우연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제이유 측이 조사 과정을 녹음해 공개한 것은 다음 주에 있을 주수도 회장의 1심 재판 선고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검찰 수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피의자가 조사실에 녹음기를 몰래 갖고 들어가 조사내용을 녹음한 것도 의도를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그건 그것대로 조사해 밝혀내면 될 일입니다.

검찰은 신속하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일벌백계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사법부에서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면서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이 심판대에 오르게 된 마당에 이런 사건이 터진 것은 검찰에게 악재도 보통 악재가 아닙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밀실수사, 강압수사 같은 잘못된 수사 관행을 혁파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이상 검사의 허위진술 강요 사건에 관한 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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