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 새로운 ‘퍼주기’ 시작되나

등록 2007.02.26.
제20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내일부터 평양에서 열립니다. 다음달 2일까지 계속될 이번 회담은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부산에서 열린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7개월 만에 열리는 것입니다.

지난 13일 6자회담 합의로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회담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남측은 장관급회담을 정상회담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측은 김일성 주석의 4월 15일 생일 선물용 쌀과 봄철 파종기에 필요한 비료가 절실한 처지입니다. 따라서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 상당한 이해가 걸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는 과정에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됩니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지난해 유보된 쌀 50만t과 비료 10만t 외에 올해 지원분까지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올해에도 예년 수준인 쌀 50만t과 비료 35만t의 지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5일 로마에서 “우리가 다 주더라도 북핵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결국은 남는 장사”라고 말한 만큼 퍼주기가 다시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한 내 여론이 악화돼 있는 만큼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등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없다면 정부도 북측 요구를 마냥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해 4월 18차 장관급 회담에서 남측은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면 대북 경제 지원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습니다. 올해 들어 경제 재건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북측이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의 대상입니다.

북측은 그동안 남북대화를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기회로 이용해왔습니다.

지난 15일 개성에서 열린 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대표 접촉에서 북측 대표는 남북관계를 농사에 비유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 북남관계가 풍성한 수확이 되도록 노력해 우리 구미에 맞는 종자를 잘 선택해서 뿌리자.” 그야말로 노골적으로 속셈을 드러낸 것이죠.

북한을 오랫동안 상대해온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최근 “북한 사람들은 남한이 쌀과 비료를 주지 않으면 남북관계에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북한이 핵 폐기 원칙에 합의했지만 미덥지 못한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남북대화는 북측의 6자회담 합의 이행 상황을 봐 가면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한미국 대사를 지낸 스티븐 보스워스 미국 플레처스쿨 학장은 최근 한국 정부에 이런 충고를 했습니다. “이제는 깐깐한 포용정책을 펼쳐야 할 때다.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다 주면서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은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하는 식이면 곤란하다.”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대화 무대에 처음 데뷔하는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남북장관급회담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제20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내일부터 평양에서 열립니다. 다음달 2일까지 계속될 이번 회담은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부산에서 열린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7개월 만에 열리는 것입니다.

지난 13일 6자회담 합의로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회담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남측은 장관급회담을 정상회담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측은 김일성 주석의 4월 15일 생일 선물용 쌀과 봄철 파종기에 필요한 비료가 절실한 처지입니다. 따라서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 상당한 이해가 걸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는 과정에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됩니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지난해 유보된 쌀 50만t과 비료 10만t 외에 올해 지원분까지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올해에도 예년 수준인 쌀 50만t과 비료 35만t의 지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5일 로마에서 “우리가 다 주더라도 북핵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결국은 남는 장사”라고 말한 만큼 퍼주기가 다시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한 내 여론이 악화돼 있는 만큼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등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없다면 정부도 북측 요구를 마냥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해 4월 18차 장관급 회담에서 남측은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면 대북 경제 지원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습니다. 올해 들어 경제 재건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북측이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의 대상입니다.

북측은 그동안 남북대화를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기회로 이용해왔습니다.

지난 15일 개성에서 열린 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대표 접촉에서 북측 대표는 남북관계를 농사에 비유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 북남관계가 풍성한 수확이 되도록 노력해 우리 구미에 맞는 종자를 잘 선택해서 뿌리자.” 그야말로 노골적으로 속셈을 드러낸 것이죠.

북한을 오랫동안 상대해온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최근 “북한 사람들은 남한이 쌀과 비료를 주지 않으면 남북관계에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북한이 핵 폐기 원칙에 합의했지만 미덥지 못한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남북대화는 북측의 6자회담 합의 이행 상황을 봐 가면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한미국 대사를 지낸 스티븐 보스워스 미국 플레처스쿨 학장은 최근 한국 정부에 이런 충고를 했습니다. “이제는 깐깐한 포용정책을 펼쳐야 할 때다.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다 주면서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은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하는 식이면 곤란하다.”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대화 무대에 처음 데뷔하는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남북장관급회담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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