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몽니’에 언제까지 끌려 다닐 건가

등록 2007.03.23.
북핵 시설 폐쇄 등 ‘2.13합의’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제6차 베이징 6자회담이 어제 차기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있던 2500만 달러의 ‘입금(入金)’을 확인해야겠다며 막무가내로 ‘몽니’를 부린 결과입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어제 오후 의장국인 중국 측의 만류마저 뿌리친 채 일방적으로 귀국해 버렸고, 어쩔 수 없이 나머지 5개국 대표들이 모여 휴회를 결의한 것입니다.

BDA자금 처리가 지연된 것은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미국이 이미 동결해제를 약속했지만 북한 측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50개에 이르는 BDA북한계좌별로 권리위임을 위한 서명이 필요한 데 가-차명계좌를 쓰다보니 이미 사망한 사람까지 있어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더욱이 마지막 단계에서 베이징의 중국은행(BOC)이 “불법자금을 받을 수 없다”며 “제3국은행으로 중계 해줄 테니 계좌를 개설해오라다”고 버티는 바람에 더 지체됐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측은 ‘선(先) 입금’만 외치며 회담을 거부했습니다. 김정일의 ‘통 큰 한마디’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북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은 아직도 ‘우물안 개구리’식 발상에 머물고 있는 북한의 대외협상태도입니다. 천영우 한국 수석대표가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다” “처음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더라”라며 답답해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도 “북한은 골치아픈 집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손안에 확실한 결과가 들어와야 움직이는 북한의 경직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99년 열렸던 비료회담이 무산된 것도 그랬습니다. 비료를 실은 배가 남포항으로 가고 있는데도 북은 ‘물건을 직접 볼 때까지는 믿지 못하겠다’며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습니다.

이번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측 대표들은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상식이나 주고받는 거래의 질서에 대한 이해를 몸에 익히지 않고는 책임있는 일원이 될 수 없습니다.

북한은 최근 개성에 체류하는 남쪽 사람들에게 체류비를 받겠다고 느닷없이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미 현대그룹이 갖고 있는 개성관광사업권을 재검토하겠다며 롯데관광 사람들을 불러들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모두 신용을 무시하는 상도의에 어긋난 행태입니다.

남이 하나를 양보하면 어거지를 써 두개를 더 얻어내려는 막무가내식 행태가 계속되는 한 핵없는 ‘한반도의 봄’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요. 북한의 성숙한 협상태도가 아쉽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 6자회담 무산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북핵 시설 폐쇄 등 ‘2.13합의’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제6차 베이징 6자회담이 어제 차기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있던 2500만 달러의 ‘입금(入金)’을 확인해야겠다며 막무가내로 ‘몽니’를 부린 결과입니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어제 오후 의장국인 중국 측의 만류마저 뿌리친 채 일방적으로 귀국해 버렸고, 어쩔 수 없이 나머지 5개국 대표들이 모여 휴회를 결의한 것입니다.

BDA자금 처리가 지연된 것은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미국이 이미 동결해제를 약속했지만 북한 측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50개에 이르는 BDA북한계좌별로 권리위임을 위한 서명이 필요한 데 가-차명계좌를 쓰다보니 이미 사망한 사람까지 있어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더욱이 마지막 단계에서 베이징의 중국은행(BOC)이 “불법자금을 받을 수 없다”며 “제3국은행으로 중계 해줄 테니 계좌를 개설해오라다”고 버티는 바람에 더 지체됐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측은 ‘선(先) 입금’만 외치며 회담을 거부했습니다. 김정일의 ‘통 큰 한마디’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북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은 아직도 ‘우물안 개구리’식 발상에 머물고 있는 북한의 대외협상태도입니다. 천영우 한국 수석대표가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다” “처음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더라”라며 답답해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도 “북한은 골치아픈 집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손안에 확실한 결과가 들어와야 움직이는 북한의 경직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99년 열렸던 비료회담이 무산된 것도 그랬습니다. 비료를 실은 배가 남포항으로 가고 있는데도 북은 ‘물건을 직접 볼 때까지는 믿지 못하겠다’며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습니다.

이번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측 대표들은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상식이나 주고받는 거래의 질서에 대한 이해를 몸에 익히지 않고는 책임있는 일원이 될 수 없습니다.

북한은 최근 개성에 체류하는 남쪽 사람들에게 체류비를 받겠다고 느닷없이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미 현대그룹이 갖고 있는 개성관광사업권을 재검토하겠다며 롯데관광 사람들을 불러들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모두 신용을 무시하는 상도의에 어긋난 행태입니다.

남이 하나를 양보하면 어거지를 써 두개를 더 얻어내려는 막무가내식 행태가 계속되는 한 핵없는 ‘한반도의 봄’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요. 북한의 성숙한 협상태도가 아쉽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 6자회담 무산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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