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 단독 인터뷰 “지금이 女대통령 나올 적기”

등록 2007.03.26.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위험한 기회”라며 “위험하다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면 기회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루어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미 FTA는 너무 과도한 이념적 접근을 해서는 안 되며 실사구시적으로, 경제협상론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피해 부분만 보고 반대를 하면 전체를 잃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4월 총리에 취임한 뒤 이달 7일 퇴임한 한 전 총리가 퇴임 후 신문과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한 전 총리는 또 자신의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지금이 여성대통령이 나올 적기”라며 “머지않아 제 결심을 국민에게 밝힐 기회가 올 것이며 그럴 경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그는 ‘한 전 총리는 대선후보라기보다는 여권의 경선 흥행카드 아니냐’라는 정치권 일각의 시각에 대해 “정치인이 목표를 흥행카드에 두는 사람은 없다. 저는 목표를 그렇게 두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한 뒤 “어떤 역할을 하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의도에) 사무실을 하나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불능화 단계까지 간다면 정상회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뒤 “대선에 임박해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회담 개최가) 이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범여권의 통합작업에 대해 한 전 총리는 “정치권 안팎에서 통합의 흐름을 묶고자 하는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만나고 있다”며 “다 밝힐 수는 없지만 머지않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상당한 성과가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25일)도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서울 시내에서 대대적 시위가 있었다. FTA 추진에 대한 생각은….

“FTA에 반대하는 분들은 한미 FTA가 불리하게 체결되면 우리 경제가 미국에 통합, 예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런 생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한국 경제와 시장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평가하면….

“현 시점에서 성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추진 시행과정에서 일시적인 혼란이 있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작년 후반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값이 폭등했다. 그 원인을 서너 가지 짚어보면 우선은 잠재적인 투기 수요, 유동성 자금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다. 또 판교와 은평뉴타운 분양에서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높게 형성돼 부동산 시장에 심리적 요인을 줬다. 주택자금이 다소 방만하게 대출됐다. 적기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런 점들이 폭등하게 된 이유라고 본다.”

―대입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정보화, 지식기반 사회에 들어서면서 우리 교육이 그런 지식기반 사회의 내용과 틀을 담아내기에 부족했다. 전체적으로 공교육의 질 저하가 초래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공교육의 질을 지식정보 사회에서 담아내는 그릇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학도 3불정책을 폐지하라고 하는 것보다는 평범한 학생을 받아서 우수한 인재를 만들고 쓰임새 있는 인재를 만들어 내야 한다. 현 시점에서 3불정책의 둑을 허물면 엄청난 교육의 양극화가 찾아올 수 있다.”

―같은 여성 리더로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평가한다면….

“나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 거론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대선) 도전을 하게 된다면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의 도전이 아니고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독립인으로서 도전을 하고 싶다. 박 전 대표는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을 아주 성공적으로 이끈 여성 리더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나하고는 역사적 경험이 다르고, 시대정신을 읽는 지향점은 한계가 있다.”

―범여권 통합이 가속화되려면 많은 사람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탈당한 분들은 특별한 명분이 없다. 탈당해서 통합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측면도 없다. 아무 원칙이 없고 우왕좌왕 여기서 나가고 저기서 나간다고 통합이 잘된다고 보지 않는다.”

―여대야소의 제1당이던 열린우리당이 탈당사태가 나올 정도로 전락한 원인은….

“우선 지도력의 문제가 있었다. 지도부의 교체가 너무 잦아 구심점이 없이 흔들리는 모습으로 보였다. 민생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그에 대한 활로를 거대여당이 뚫고 나갔어야 하는데 그런 정책 추진도 미흡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은 없나.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당정분리를 실질적으로 추진했다. 다만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여러 정책이 당과 긴밀한 협의 속에서 소위 일사불란하게 한목소리를 내며 가지 못해 상당한 불신을 국민에게 안겨줬다.”

―노 대통령의 장단점을 평가하면….

“인상적인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우리 역사에 대한 통찰력, 혜안 등이 뚜렷했다. 그리고 정책을 만들거나 추진할 때 굉장히 공격을 받거나 많이 비판받는데 그런 것에 개의치 않더라. 단점을 얘기하자면 조심스러운데 나는 대통령이 좀 더 많은 현장에 가고,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잘 못하는 배경은 있다. 있는 그대로 전달되기보다는 왜곡돼서 전달된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상에서 회의하는 것과 현장은 많이 다르다.”

박제균 기자 phark@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위험한 기회”라며 “위험하다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면 기회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루어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미 FTA는 너무 과도한 이념적 접근을 해서는 안 되며 실사구시적으로, 경제협상론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피해 부분만 보고 반대를 하면 전체를 잃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4월 총리에 취임한 뒤 이달 7일 퇴임한 한 전 총리가 퇴임 후 신문과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한 전 총리는 또 자신의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지금이 여성대통령이 나올 적기”라며 “머지않아 제 결심을 국민에게 밝힐 기회가 올 것이며 그럴 경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그는 ‘한 전 총리는 대선후보라기보다는 여권의 경선 흥행카드 아니냐’라는 정치권 일각의 시각에 대해 “정치인이 목표를 흥행카드에 두는 사람은 없다. 저는 목표를 그렇게 두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한 뒤 “어떤 역할을 하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의도에) 사무실을 하나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불능화 단계까지 간다면 정상회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뒤 “대선에 임박해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회담 개최가) 이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범여권의 통합작업에 대해 한 전 총리는 “정치권 안팎에서 통합의 흐름을 묶고자 하는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만나고 있다”며 “다 밝힐 수는 없지만 머지않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상당한 성과가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25일)도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서울 시내에서 대대적 시위가 있었다. FTA 추진에 대한 생각은….

“FTA에 반대하는 분들은 한미 FTA가 불리하게 체결되면 우리 경제가 미국에 통합, 예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런 생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한국 경제와 시장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평가하면….

“현 시점에서 성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추진 시행과정에서 일시적인 혼란이 있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작년 후반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값이 폭등했다. 그 원인을 서너 가지 짚어보면 우선은 잠재적인 투기 수요, 유동성 자금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다. 또 판교와 은평뉴타운 분양에서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높게 형성돼 부동산 시장에 심리적 요인을 줬다. 주택자금이 다소 방만하게 대출됐다. 적기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런 점들이 폭등하게 된 이유라고 본다.”

―대입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정보화, 지식기반 사회에 들어서면서 우리 교육이 그런 지식기반 사회의 내용과 틀을 담아내기에 부족했다. 전체적으로 공교육의 질 저하가 초래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공교육의 질을 지식정보 사회에서 담아내는 그릇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학도 3불정책을 폐지하라고 하는 것보다는 평범한 학생을 받아서 우수한 인재를 만들고 쓰임새 있는 인재를 만들어 내야 한다. 현 시점에서 3불정책의 둑을 허물면 엄청난 교육의 양극화가 찾아올 수 있다.”

―같은 여성 리더로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평가한다면….

“나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 거론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대선) 도전을 하게 된다면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서의 도전이 아니고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독립인으로서 도전을 하고 싶다. 박 전 대표는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을 아주 성공적으로 이끈 여성 리더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나하고는 역사적 경험이 다르고, 시대정신을 읽는 지향점은 한계가 있다.”

―범여권 통합이 가속화되려면 많은 사람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탈당한 분들은 특별한 명분이 없다. 탈당해서 통합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측면도 없다. 아무 원칙이 없고 우왕좌왕 여기서 나가고 저기서 나간다고 통합이 잘된다고 보지 않는다.”

―여대야소의 제1당이던 열린우리당이 탈당사태가 나올 정도로 전락한 원인은….

“우선 지도력의 문제가 있었다. 지도부의 교체가 너무 잦아 구심점이 없이 흔들리는 모습으로 보였다. 민생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그에 대한 활로를 거대여당이 뚫고 나갔어야 하는데 그런 정책 추진도 미흡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은 없나.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당정분리를 실질적으로 추진했다. 다만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여러 정책이 당과 긴밀한 협의 속에서 소위 일사불란하게 한목소리를 내며 가지 못해 상당한 불신을 국민에게 안겨줬다.”

―노 대통령의 장단점을 평가하면….

“인상적인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우리 역사에 대한 통찰력, 혜안 등이 뚜렷했다. 그리고 정책을 만들거나 추진할 때 굉장히 공격을 받거나 많이 비판받는데 그런 것에 개의치 않더라. 단점을 얘기하자면 조심스러운데 나는 대통령이 좀 더 많은 현장에 가고,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잘 못하는 배경은 있다. 있는 그대로 전달되기보다는 왜곡돼서 전달된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상에서 회의하는 것과 현장은 많이 다르다.”

박제균 기자 phark@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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