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vs 反세계화, 프랑스 대선

등록 2007.05.04.
프랑스 대통령선거((5월 6일)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엊그제 최종 TV토론이 벌어졌는데 아주 흥미진진했던 모양입니다. 월드컵 결승전만큼이나 시청률이 높았고, 미국의 뉴욕타임스에선 ‘부부싸움’ 같다는 표현을 했을 정도입니다.

남의 나라 선거이지만 프랑스 대선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두 후보가 우파와 좌파로 뚜렷하게 갈렸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를 놓고 이념에 따라 어떤 처방을 내놓고 있는지, 또 세계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학습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지금 프랑스가 겪는 가장 큰 문제가 경제 침체입니다. 물론 프랑스는 경제규모가 세계 6등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평균치에 못 미치는 경제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실업률, 특히 청년 실업률은 유럽에서 가장 높습니다.

세계의 경제 전문가들은 프랑스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해서 민간부문의 활력을 가로막는다는 것입니다. 실업률이 유독 높은 것도 노동시장을 지나치게 보호한 나머지 오히려 고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우파인 집권당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는 시장 친화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을 줄이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세금을 낮춰서 시장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우파다운 처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좌파인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는 정부가 더 많이 개입해서 해결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모든 젊은이에게 1만 유로를 대출해주고,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는 좌파다운 처방입니다.

문제는 이런 일을 할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일 것입니다. 루아얄 후보는 여기에 대해선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더 많이 걷지 않으면 실현이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이 나라에선 세금이 무섭고,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 프랑스를 떠나는 고소득, 고학력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현실은, 우리가 싫다고 해서 거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멈출 수도 없는 ‘세계화’라는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과연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지금 세계는 정부가 앞장서서 공공부분을 줄이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세금을 낮춰서 시장이 한껏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뒤처지는 국민을 위해 정부는 사회 안전망과 함께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빨리 일자리를 찾도록 ‘강제’하는 추세입니다. 과거 경제가 잘나가던 시절엔 세금으로 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경제변동이 심하고 노령인구가 늘어나는 현실에선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결정은 프랑스 국민이 할 것입니다.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래서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 우리는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프랑스 대통령선거((5월 6일)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엊그제 최종 TV토론이 벌어졌는데 아주 흥미진진했던 모양입니다. 월드컵 결승전만큼이나 시청률이 높았고, 미국의 뉴욕타임스에선 ‘부부싸움’ 같다는 표현을 했을 정도입니다.

남의 나라 선거이지만 프랑스 대선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두 후보가 우파와 좌파로 뚜렷하게 갈렸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를 놓고 이념에 따라 어떤 처방을 내놓고 있는지, 또 세계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학습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지금 프랑스가 겪는 가장 큰 문제가 경제 침체입니다. 물론 프랑스는 경제규모가 세계 6등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평균치에 못 미치는 경제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실업률, 특히 청년 실업률은 유럽에서 가장 높습니다.

세계의 경제 전문가들은 프랑스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해서 민간부문의 활력을 가로막는다는 것입니다. 실업률이 유독 높은 것도 노동시장을 지나치게 보호한 나머지 오히려 고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우파인 집권당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는 시장 친화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을 줄이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세금을 낮춰서 시장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우파다운 처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좌파인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는 정부가 더 많이 개입해서 해결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모든 젊은이에게 1만 유로를 대출해주고,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는 좌파다운 처방입니다.

문제는 이런 일을 할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일 것입니다. 루아얄 후보는 여기에 대해선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더 많이 걷지 않으면 실현이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이 나라에선 세금이 무섭고,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 프랑스를 떠나는 고소득, 고학력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현실은, 우리가 싫다고 해서 거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멈출 수도 없는 ‘세계화’라는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과연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지금 세계는 정부가 앞장서서 공공부분을 줄이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세금을 낮춰서 시장이 한껏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뒤처지는 국민을 위해 정부는 사회 안전망과 함께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빨리 일자리를 찾도록 ‘강제’하는 추세입니다. 과거 경제가 잘나가던 시절엔 세금으로 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경제변동이 심하고 노령인구가 늘어나는 현실에선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결정은 프랑스 국민이 할 것입니다.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래서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 우리는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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