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들여 만든 대장금 혹평으로 ‘난타’
등록 2007.06.13.―요즘 심경은….
“솔직히 리뷰를 읽고 하루 이틀은 너무 화가 났다. 나도 그렇지만 제작진도 그런 혹평에 익숙지 않다 보니…. 하지만 어쩌겠나. 초기에 혹독한 매를 맞은 게 장기적으로는 작품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흘쯤 지나고부터 차분히 지적받은 부분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하루빨리 수정 작업을 해 작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거니까.”
그간의 혹평에 대해 ‘그놈의 리뷰’ 수준의 격앙된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그는 의외로 무척 차분했다. 그 대신 속상한 심경을 줄담배로 드러냈다.
“평론하는 분들은 열악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 제작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브로드웨이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게 섭섭하다. 그리고 비평은 하되 창작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창작자들은 다 어린애 같은 면이 있어서 혹평을 해도 마지막에 조금이나마 격려를 해 주면 그걸로 큰 위안을 받는다.”
―어느 평론가는 별 2개(5개 만점)도 줬던데 스스로 별점을 준다면….
“대형 창작 뮤지컬이고 초연이라는 점을 감안해 별 셋 반을 주고 싶다.”
―관객은 얼마나 주는 것 같나.
“별 셋은 될 것 같다.”
―뮤지컬 ‘대장금’의 문제는 뭐라고 보나.
“드라마를 무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좀 더 과감한 재구성이 없었던 점 같다. 54시간짜리 방대한 드라마를 2시간 반으로 만들기 힘들었다. 이는 ‘대장금’만이 아니라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모든 뮤지컬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음악이나 대본, 안무 등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저작권을 갖고 있는 MBC와 6년 계약을 했다. 그만큼 장기적으로 본다는 얘기다. 음악이나 대본이 취약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왜 약한지 다 알지 않나? 현실적으로 창작 뮤지컬을 할 수 있는 스태프가 몇 명이나 되나? 배우들은 라이선스 뮤지컬을 통해 기량이 확실히 좋아졌지만, 스태프는 이렇게 ‘대장금’ 같은 대형 창작물을 자꾸 해야 배울 수 있고 실력도 쌓아갈 수 있다.”
‘대장금’은 17일 서울 공연을 마친 뒤 대구 공연에 이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시 막을 올린다. 그는 “요즘 낮에는 표 팔러 다니고 밤에는 작품 수정하느라 정신없다”고 했다.
―‘대장금’이 실패할 경우 창작 뮤지컬에 대한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그간 창작 뮤지컬에 대한 투자가 있었어야 위축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대장금’은 60억 원 중 투자받은 금액은 두 군데서 5억 원씩 10억 원 정도다. 제작자는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대장금’도 지방 공연과 해외 판매까지 합하면 투자자가 손해 보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연을 보고 난 관객들이 ‘이게 왜 60억 원이냐’는 말도 한다. 순제작비는 얼마였나.
“일반인은 총제작비를 순제작비로 여겨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60억 원은 서울의 두 공연장과 대구 공연을 합친 총제작비다. 실제 작품에 투입된 순제작비는 20억 원이고 마케팅 비용이 10억 원쯤 된다. 공연장 3군데를 옮길 때마다 10억 원씩 든다. 만약 한곳에서 장기 공연을 했다면 제작비는 절감됐을 거다. 결국 극장 문제가 가장 크다.”
그는 15만 원이라는 티켓 가격에 대해서는 “한곳에서 장기 공연을 할 여건이 되면 낮아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비싼 가격에 대해서는 관객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최고가 15만 원은 사실상 기업 마케팅용이었다. 관객들에게는 20%씩 할인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12만 원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장금이를 위한 변명’을 한다면….
“창작자들이 소극장 뮤지컬이나 라이선스만 만들어선 우리 뮤지컬이 결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없다. 골프에서 퍼트를 할 때 흔히 ‘지나야 넣는다’고 한다. 짧게 쳐 홀에 못 미치는 것보다 홀을 비껴 넘어가도 길게 쳐야 결국 넣을 수 있는 거다.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해야 한다. 해외에 가지고 나가기에 ‘대장금’만 한 기획은 없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송승환 대표:
△1957년 서울생 △1975년 휘문고 졸 △1977년 한국외국어대 중퇴(1996년 한국외국어대 명예졸업) △1989년 극단 환퍼포먼스 창단 △1997년 ‘난타’ 제작 △현 ㈜PMC 대표, 명지대 교수
요즘 공연계의 최대 이슈는 뮤지컬 ‘대장금’이다. 공연계 사람들이 모이면 너나없이 ‘장금이 걱정’부터 한다. 창작 뮤지컬 사상 최고 제작비 60억 원과 최고의 티켓 가격(15만 원)으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대장금’은 지난달 26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막이 오르자마자 언론의 유례없는 혹평으로 ‘난타’당했다.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송승환(50) PMC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융단폭격’이었다. ‘난타’를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키워낸 문화산업의 선두주자로서 그도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11일 그를 만나 ‘장금이를 위한 변명’을 들었다.
―요즘 심경은….
“솔직히 리뷰를 읽고 하루 이틀은 너무 화가 났다. 나도 그렇지만 제작진도 그런 혹평에 익숙지 않다 보니…. 하지만 어쩌겠나. 초기에 혹독한 매를 맞은 게 장기적으로는 작품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흘쯤 지나고부터 차분히 지적받은 부분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하루빨리 수정 작업을 해 작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거니까.”
그간의 혹평에 대해 ‘그놈의 리뷰’ 수준의 격앙된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그는 의외로 무척 차분했다. 그 대신 속상한 심경을 줄담배로 드러냈다.
“평론하는 분들은 열악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 제작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브로드웨이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게 섭섭하다. 그리고 비평은 하되 창작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창작자들은 다 어린애 같은 면이 있어서 혹평을 해도 마지막에 조금이나마 격려를 해 주면 그걸로 큰 위안을 받는다.”
―어느 평론가는 별 2개(5개 만점)도 줬던데 스스로 별점을 준다면….
“대형 창작 뮤지컬이고 초연이라는 점을 감안해 별 셋 반을 주고 싶다.”
―관객은 얼마나 주는 것 같나.
“별 셋은 될 것 같다.”
―뮤지컬 ‘대장금’의 문제는 뭐라고 보나.
“드라마를 무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좀 더 과감한 재구성이 없었던 점 같다. 54시간짜리 방대한 드라마를 2시간 반으로 만들기 힘들었다. 이는 ‘대장금’만이 아니라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모든 뮤지컬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음악이나 대본, 안무 등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저작권을 갖고 있는 MBC와 6년 계약을 했다. 그만큼 장기적으로 본다는 얘기다. 음악이나 대본이 취약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왜 약한지 다 알지 않나? 현실적으로 창작 뮤지컬을 할 수 있는 스태프가 몇 명이나 되나? 배우들은 라이선스 뮤지컬을 통해 기량이 확실히 좋아졌지만, 스태프는 이렇게 ‘대장금’ 같은 대형 창작물을 자꾸 해야 배울 수 있고 실력도 쌓아갈 수 있다.”
‘대장금’은 17일 서울 공연을 마친 뒤 대구 공연에 이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시 막을 올린다. 그는 “요즘 낮에는 표 팔러 다니고 밤에는 작품 수정하느라 정신없다”고 했다.
―‘대장금’이 실패할 경우 창작 뮤지컬에 대한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그간 창작 뮤지컬에 대한 투자가 있었어야 위축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대장금’은 60억 원 중 투자받은 금액은 두 군데서 5억 원씩 10억 원 정도다. 제작자는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대장금’도 지방 공연과 해외 판매까지 합하면 투자자가 손해 보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연을 보고 난 관객들이 ‘이게 왜 60억 원이냐’는 말도 한다. 순제작비는 얼마였나.
“일반인은 총제작비를 순제작비로 여겨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60억 원은 서울의 두 공연장과 대구 공연을 합친 총제작비다. 실제 작품에 투입된 순제작비는 20억 원이고 마케팅 비용이 10억 원쯤 된다. 공연장 3군데를 옮길 때마다 10억 원씩 든다. 만약 한곳에서 장기 공연을 했다면 제작비는 절감됐을 거다. 결국 극장 문제가 가장 크다.”
그는 15만 원이라는 티켓 가격에 대해서는 “한곳에서 장기 공연을 할 여건이 되면 낮아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비싼 가격에 대해서는 관객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최고가 15만 원은 사실상 기업 마케팅용이었다. 관객들에게는 20%씩 할인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12만 원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장금이를 위한 변명’을 한다면….
“창작자들이 소극장 뮤지컬이나 라이선스만 만들어선 우리 뮤지컬이 결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없다. 골프에서 퍼트를 할 때 흔히 ‘지나야 넣는다’고 한다. 짧게 쳐 홀에 못 미치는 것보다 홀을 비껴 넘어가도 길게 쳐야 결국 넣을 수 있는 거다.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해야 한다. 해외에 가지고 나가기에 ‘대장금’만 한 기획은 없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송승환 대표:
△1957년 서울생 △1975년 휘문고 졸 △1977년 한국외국어대 중퇴(1996년 한국외국어대 명예졸업) △1989년 극단 환퍼포먼스 창단 △1997년 ‘난타’ 제작 △현 ㈜PMC 대표,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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