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랑의 긴급동의

등록 2007.10.24.
요즘 신문지상에 가끔 등장하는 ‘이회창 재출마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의 건망증을 실감하게 됩니다. 어제 ‘이회창 전 총재 대통령후보 추대 결의대회’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충청의 미래’라는 단체와 ‘창사랑’ 회원 500여명은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이 전 총재 개인 사무실 앞에 모여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긴급동의한다”고 결의했습니다. ‘검증된 후보 이회창’ ‘좌파정권 종식은 이회창의 소신이다’는 피킷도 등장했습니다. 이 전 총재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매우 직설적입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도곡동 땅과 BBK 사건 때문에 결국 지지도가 하락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좌파정권 종식의 꿈은 달아나고 만다는 것입니다. ‘창사랑’ 대표는 조만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자 모임인 ‘박사모’ 대표를 만나, 연대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절로 쓴웃음이 나오는 얘기들입니다. 1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 총재가 후보로 당선됐지만,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이 일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정권재창출에 위기의식을 느낀 신한국당 의원들 상당수가 후보교체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후보교체론은 ‘이인제 대안론’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인제 의원이 신한국당을 탈당해 독자출마하는 명분이 됐습니다.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모든 비난이 이인제 의원에게 쏟아졌습니다. 그 때 이인제 의원에게 비난을 퍼붓던 바로 그 사람들이, 지금은 이회창 전 총재에게 ‘제2의 이인제’가 돼 달라고 결의대회까지 열고 있는 셈입니다.

하긴 1997년에 이어 2002년 대선 때도 후보교체론이 일었습니다. 민주당내 일부 의원들이 노무현 후보로는 안된다며 교체론을 주장했고, 노 후보는 결국 정몽준 의원과 후보단일화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이러다간 ‘후보교체론’이 대한민국 정치의 ‘고유 브랜드’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이회창 재출마설에 후보 추대 결의대회까지 열리자 한나라당 내부, 특히 이명박 후보 측근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전 총재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지는 것 같습니다. 왜 분명하게 “출마는 없다”고 대못을 박지 못하느냐는 겁니다. 결의대회가 열리는 시간, ‘민주연대 21’이라는 외곽조직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전 총재는 불출마 입장을 즉각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민주연대 21’은 한나라당 경선 때 이명박 후보를 도운 김영삼 전 대통령 직계인사들의 모임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재가 이명박 후보를 흔들면서 은근히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일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서운하게 대하자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의 ‘군기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치는 역시 돌고 도는 것인 모양입니다. 이 전 총재는 신한국당 후보가 된 다음 명예총재로 있던 김영삼 대통령을 내쫓았습니다. 이젠 그가 이명박 후보의 ‘홀대’에 섭섭해하고 있습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요즘 신문지상에 가끔 등장하는 ‘이회창 재출마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의 건망증을 실감하게 됩니다. 어제 ‘이회창 전 총재 대통령후보 추대 결의대회’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충청의 미래’라는 단체와 ‘창사랑’ 회원 500여명은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이 전 총재 개인 사무실 앞에 모여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긴급동의한다”고 결의했습니다. ‘검증된 후보 이회창’ ‘좌파정권 종식은 이회창의 소신이다’는 피킷도 등장했습니다. 이 전 총재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매우 직설적입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도곡동 땅과 BBK 사건 때문에 결국 지지도가 하락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좌파정권 종식의 꿈은 달아나고 만다는 것입니다. ‘창사랑’ 대표는 조만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자 모임인 ‘박사모’ 대표를 만나, 연대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절로 쓴웃음이 나오는 얘기들입니다. 1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 총재가 후보로 당선됐지만,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이 일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정권재창출에 위기의식을 느낀 신한국당 의원들 상당수가 후보교체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후보교체론은 ‘이인제 대안론’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인제 의원이 신한국당을 탈당해 독자출마하는 명분이 됐습니다.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모든 비난이 이인제 의원에게 쏟아졌습니다. 그 때 이인제 의원에게 비난을 퍼붓던 바로 그 사람들이, 지금은 이회창 전 총재에게 ‘제2의 이인제’가 돼 달라고 결의대회까지 열고 있는 셈입니다.

하긴 1997년에 이어 2002년 대선 때도 후보교체론이 일었습니다. 민주당내 일부 의원들이 노무현 후보로는 안된다며 교체론을 주장했고, 노 후보는 결국 정몽준 의원과 후보단일화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이러다간 ‘후보교체론’이 대한민국 정치의 ‘고유 브랜드’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이회창 재출마설에 후보 추대 결의대회까지 열리자 한나라당 내부, 특히 이명박 후보 측근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전 총재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지는 것 같습니다. 왜 분명하게 “출마는 없다”고 대못을 박지 못하느냐는 겁니다. 결의대회가 열리는 시간, ‘민주연대 21’이라는 외곽조직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전 총재는 불출마 입장을 즉각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민주연대 21’은 한나라당 경선 때 이명박 후보를 도운 김영삼 전 대통령 직계인사들의 모임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재가 이명박 후보를 흔들면서 은근히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일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서운하게 대하자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의 ‘군기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치는 역시 돌고 도는 것인 모양입니다. 이 전 총재는 신한국당 후보가 된 다음 명예총재로 있던 김영삼 대통령을 내쫓았습니다. 이젠 그가 이명박 후보의 ‘홀대’에 섭섭해하고 있습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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