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대선의 해바라기인가

등록 2007.11.23.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합당하려던 계획이 결국 무산됐습니다. 일개 기업을 합치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정당 합당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덤빈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두 당의 통합 협상과 결렬 과정을 보면 한 편의 코미디 같습니다. 정동영 이인제 두 대선 후보와 오충일 박상천 두 당 대표는 지난 12일 함께 만나 합당에 합의하고 이름까지 통합민주당으로 하기로 발표했습니다. 두 당의 핵심 책임자들이 합의했으니 그 누구도 합당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당 내부에서 예기치 못한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통합 정당의 의결기구 구성 비율을 5대 5로 하고, 전당대회를 내년 총선 이후에 열기로 한 것은 민주당에 지나치게 양보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반발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공천 때 거대 정당인 신당이 군소 정당에 불과한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게 뻔하기 때문이죠. 이후 두 당은 다시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였으나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결기구 구성비율 조정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 11일 만에 결국 무산을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욕심 때문입니다. 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대통령이 되려는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의 총선 공천이야 어떻게 되든 통합에 덜렁 합의했던 것이고, 신당 내부의 여러 계파 의원들은 통합이 자기네에게 유리할지, 총선에서의 공천은 어떻게 될지를 따져보고 반대한 것 아니겠습니까. 명색이 대선후보인 정동영 씨의 리더십과 체면이 우습게 됐습니다.

그러나 정당 간의 통합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부터가 애당초 잘못입니다. 정당은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인데,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오로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합친다는 것은 사랑은 안중에도 없는 ‘정략결혼’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만약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대선을 위해 합당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국민이 용인하고, 신당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경선에까지 참여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줄 때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은 채 자기네 마음대로 합당하고 대선후보를 단일화한다는 것은 국민을 능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대선 때마다 이런 식의 야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견실한 정당이 존재하고, 정당정치가 제대로 돼야 국민의 다양한 의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민주주의도 발전하는 것입니다. 정당은 결코 대선만을 위해 존재하는 해바라기가 아닙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합당하려던 계획이 결국 무산됐습니다. 일개 기업을 합치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정당 합당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덤빈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두 당의 통합 협상과 결렬 과정을 보면 한 편의 코미디 같습니다. 정동영 이인제 두 대선 후보와 오충일 박상천 두 당 대표는 지난 12일 함께 만나 합당에 합의하고 이름까지 통합민주당으로 하기로 발표했습니다. 두 당의 핵심 책임자들이 합의했으니 그 누구도 합당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당 내부에서 예기치 못한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통합 정당의 의결기구 구성 비율을 5대 5로 하고, 전당대회를 내년 총선 이후에 열기로 한 것은 민주당에 지나치게 양보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반발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 공천 때 거대 정당인 신당이 군소 정당에 불과한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게 뻔하기 때문이죠. 이후 두 당은 다시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였으나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결기구 구성비율 조정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 11일 만에 결국 무산을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욕심 때문입니다. 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대통령이 되려는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의 총선 공천이야 어떻게 되든 통합에 덜렁 합의했던 것이고, 신당 내부의 여러 계파 의원들은 통합이 자기네에게 유리할지, 총선에서의 공천은 어떻게 될지를 따져보고 반대한 것 아니겠습니까. 명색이 대선후보인 정동영 씨의 리더십과 체면이 우습게 됐습니다.

그러나 정당 간의 통합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부터가 애당초 잘못입니다. 정당은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인데,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오로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합친다는 것은 사랑은 안중에도 없는 ‘정략결혼’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만약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대선을 위해 합당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국민이 용인하고, 신당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경선에까지 참여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줄 때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은 채 자기네 마음대로 합당하고 대선후보를 단일화한다는 것은 국민을 능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대선 때마다 이런 식의 야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견실한 정당이 존재하고, 정당정치가 제대로 돼야 국민의 다양한 의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민주주의도 발전하는 것입니다. 정당은 결코 대선만을 위해 존재하는 해바라기가 아닙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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