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수출의 시대

등록 2008.01.11.
여러분 혹시 자본수출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물건을 수출하는 것은 금방 머릿 속에 들어와도 돈을 수출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하실 텐데요. 물건을 수출하는 물건을 팔아 돈을 벌어오는 것이고 자본 수출이란 해외에 주식이나 은행 투자로 돈을 벌어오는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유난히 펀드 열풍이 거셌지요. 펀드로 벌어들인 수입이 총 44조나 된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이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44% 약 19조원을 해외에서 벌었습니다. 우리 돈인 원화를 수출해 번 것 입니다.

이 액수는 물건을 팔아 번 무역 수지 흑자 약 14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액수입니다. 피 땀 흘려 물건 팔아 번 돈보다 돈을 굴려 번 돈이 더 많은 것이지요. 이런 말씀을 드리면 열심히 땀을 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 돈으로 돈을 벌다니 뭔가 비도덕적인 일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을 바꾸셔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는 다름 아닌 금융자본주의시대이니 말입니다. 세계 금융 자산의 절대 규모는 지난 이십오년 동안 무려 열 네 배가 늘었습니다.

세계 국내 총생산 이른바 GDP 대비 금융자산 비중도 1980년 백구 퍼센트에서 2005년 무려 삼백심육퍼센트로 뛰었습니다. 지금 자산 기준으로 1등부터 20등까지 꼽아보면 모두 금융회사입니다. 놀랍지 않으십니까.

선진국 금융 회사들은 모두 수출 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스위스회사인 유에스비의 해외수익비중은 칠십일퍼센트나 되며 영국 에이치에스비에스는 칠십퍼센트, 네덜란드 에비엔 암로는 칠십팔퍼센트, 호주 맥쿼리는 사십팔퍼센트에 달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금융업하면 제조업을 도와주는 이른바, 후방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또 금융으로 번 돈은 불로 소득이기 때문에 건강한 돈이 아니라는 인식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물건만 팔아 돈을 벌던 산업화 시대의 낡은 생각입니다.

70년대 만 해도 돈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는 외국에서 돈을 빌려오고 국민들에게 저축을 장려했습니다. 그리고 이 돈을 기업들에게 빌려줬습니다. 은행이 금고에 쌓인 돈을 정부 뜻대로 제조업체에 분배하면서 소위 ‘관치금융’ 이란 게 나온 것입니다.

금융업은 반도체 철강 조선 등 글로벌 한국의 효자인 5대 제조업이 세계최고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후원자역할을 했지만 오랫동안 후원자 역할만 하다보니 독자적인 경쟁력을 키울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바야흐로 이제 돈으로 돈을 번 첫 원년을 기록했으니 한국 사람들의 역동성과 변화에 대한 유연성은 정말 칭찬감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 금융 산업 활성화도 끼어있습니다. 금융업하면 아이고 머리 아프겠다고 어렵다고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제 투자를 부동산뿐 아니라 돈으로 돈을 굴리는 투자의 시대가 됐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사항들은 공부가 필요하겠지만요.

어떻든, 금융 산업을 키우려면 국민들이 돈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일이 먼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3분논평 마치겠습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여러분 혹시 자본수출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물건을 수출하는 것은 금방 머릿 속에 들어와도 돈을 수출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하실 텐데요. 물건을 수출하는 물건을 팔아 돈을 벌어오는 것이고 자본 수출이란 해외에 주식이나 은행 투자로 돈을 벌어오는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유난히 펀드 열풍이 거셌지요. 펀드로 벌어들인 수입이 총 44조나 된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이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44% 약 19조원을 해외에서 벌었습니다. 우리 돈인 원화를 수출해 번 것 입니다.

이 액수는 물건을 팔아 번 무역 수지 흑자 약 14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액수입니다. 피 땀 흘려 물건 팔아 번 돈보다 돈을 굴려 번 돈이 더 많은 것이지요. 이런 말씀을 드리면 열심히 땀을 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 돈으로 돈을 벌다니 뭔가 비도덕적인 일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을 바꾸셔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는 다름 아닌 금융자본주의시대이니 말입니다. 세계 금융 자산의 절대 규모는 지난 이십오년 동안 무려 열 네 배가 늘었습니다.

세계 국내 총생산 이른바 GDP 대비 금융자산 비중도 1980년 백구 퍼센트에서 2005년 무려 삼백심육퍼센트로 뛰었습니다. 지금 자산 기준으로 1등부터 20등까지 꼽아보면 모두 금융회사입니다. 놀랍지 않으십니까.

선진국 금융 회사들은 모두 수출 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스위스회사인 유에스비의 해외수익비중은 칠십일퍼센트나 되며 영국 에이치에스비에스는 칠십퍼센트, 네덜란드 에비엔 암로는 칠십팔퍼센트, 호주 맥쿼리는 사십팔퍼센트에 달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금융업하면 제조업을 도와주는 이른바, 후방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또 금융으로 번 돈은 불로 소득이기 때문에 건강한 돈이 아니라는 인식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물건만 팔아 돈을 벌던 산업화 시대의 낡은 생각입니다.

70년대 만 해도 돈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는 외국에서 돈을 빌려오고 국민들에게 저축을 장려했습니다. 그리고 이 돈을 기업들에게 빌려줬습니다. 은행이 금고에 쌓인 돈을 정부 뜻대로 제조업체에 분배하면서 소위 ‘관치금융’ 이란 게 나온 것입니다.

금융업은 반도체 철강 조선 등 글로벌 한국의 효자인 5대 제조업이 세계최고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후원자역할을 했지만 오랫동안 후원자 역할만 하다보니 독자적인 경쟁력을 키울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바야흐로 이제 돈으로 돈을 번 첫 원년을 기록했으니 한국 사람들의 역동성과 변화에 대한 유연성은 정말 칭찬감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 금융 산업 활성화도 끼어있습니다. 금융업하면 아이고 머리 아프겠다고 어렵다고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제 투자를 부동산뿐 아니라 돈으로 돈을 굴리는 투자의 시대가 됐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사항들은 공부가 필요하겠지만요.

어떻든, 금융 산업을 키우려면 국민들이 돈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일이 먼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3분논평 마치겠습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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