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빈 열차’는 안달려도 된다

등록 2008.01.28.
북한이 남측의 문산과 북측의 판문역을 오가는 개성공단 화물열차의 운행 감축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은 지난 주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실무회담에서 “열차가 짐도 없이 오갈 바에야 차라리 운행 횟수를 줄이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개성공단 화물열차는 지난 해 12월1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 화물을 수송한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합니다. 10칸이나 되는 열차가 거의 매일 텅텅 빈 채 남북을 오가고 있습니다. 남북이 합작해 만든 기상천외한 코미디입니다. 남북을 오갈 화물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불편한 열차 이용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남이 됐든 북이 됐든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대해 진작 문제제기를 했어야 합니다. 그나마 북이 먼저 정신을 차린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 화물열차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졌습니다. 작년 10월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분명히 ‘문산~봉동간 철도화물 수송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입구인 봉동에는 역이 없어 열차는 판문역에 멈춰야 했습니다. 판문역에서 개성공단까지는 다시 트럭을 이용해야 합니다. 불편하고 비용도 많이 드니 기업들이 선호할 리가 없습니다.

현 정부의 임기 말에 이루어진 남북합의는 정상들의 약속조차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졸속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후속회담인 남북총리회담에서 보완할 수도 있었지만 무엇이 그리 급한지 합의를 밀어붙여, 빈 열차만 요란하게 달리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남북합의의 거품은 도처에 많습니다.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경원선도 지난 해 5월 요란하게 시험운행을 했으나 그 이후 감감소식입니다. 단 한번 행사 이후 소용이 없는 철도 연결을 위해 국민의 혈세 800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남측의 어느 기업도 북한의 안변에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정상은 안변조선협력단지 건설에 합의했습니다. 기업들이 사업 가능성과 경제성을 따져볼 기회는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은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의 생색내기를 위해 세금을 내는 게 아닙니다. 이러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남북 합의의 내용을 검토해 이행수준에 차이를 두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서독과 동독은 우리보다 먼저 정상회담을 했지만 보여주기 위한 합의에 매달리지 않았습니다.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해 통일에 성공한 독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남북합의의 거품은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정부는 개성공단 열차 운행의 상징성을 주장하지만 돈만 낭비하는 과시성 행사에 대한 미련은 빨리 버릴수록 좋습니다. 모처럼 북이 제기한 현실성 있는 제안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3분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북한이 남측의 문산과 북측의 판문역을 오가는 개성공단 화물열차의 운행 감축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은 지난 주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실무회담에서 “열차가 짐도 없이 오갈 바에야 차라리 운행 횟수를 줄이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개성공단 화물열차는 지난 해 12월1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 화물을 수송한 경우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합니다. 10칸이나 되는 열차가 거의 매일 텅텅 빈 채 남북을 오가고 있습니다. 남북이 합작해 만든 기상천외한 코미디입니다. 남북을 오갈 화물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불편한 열차 이용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남이 됐든 북이 됐든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대해 진작 문제제기를 했어야 합니다. 그나마 북이 먼저 정신을 차린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 화물열차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졌습니다. 작년 10월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분명히 ‘문산~봉동간 철도화물 수송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입구인 봉동에는 역이 없어 열차는 판문역에 멈춰야 했습니다. 판문역에서 개성공단까지는 다시 트럭을 이용해야 합니다. 불편하고 비용도 많이 드니 기업들이 선호할 리가 없습니다.

현 정부의 임기 말에 이루어진 남북합의는 정상들의 약속조차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졸속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후속회담인 남북총리회담에서 보완할 수도 있었지만 무엇이 그리 급한지 합의를 밀어붙여, 빈 열차만 요란하게 달리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남북합의의 거품은 도처에 많습니다.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경원선도 지난 해 5월 요란하게 시험운행을 했으나 그 이후 감감소식입니다. 단 한번 행사 이후 소용이 없는 철도 연결을 위해 국민의 혈세 800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남측의 어느 기업도 북한의 안변에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정상은 안변조선협력단지 건설에 합의했습니다. 기업들이 사업 가능성과 경제성을 따져볼 기회는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은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의 생색내기를 위해 세금을 내는 게 아닙니다. 이러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남북 합의의 내용을 검토해 이행수준에 차이를 두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서독과 동독은 우리보다 먼저 정상회담을 했지만 보여주기 위한 합의에 매달리지 않았습니다.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해 통일에 성공한 독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남북합의의 거품은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정부는 개성공단 열차 운행의 상징성을 주장하지만 돈만 낭비하는 과시성 행사에 대한 미련은 빨리 버릴수록 좋습니다. 모처럼 북이 제기한 현실성 있는 제안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3분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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