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봉급 주기 아까운 공무원들

등록 2008.03.03.
지난달 21일 밤에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불이 나 큰 피해를 냈습니다.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 사라진지 불과 10여 일 뒤여서 많은 국민이 크게 놀랐습니다.

경찰이 화재 원인을 수사해 봤더니 청사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의 전원 코드가 과열돼 불이 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공무원들이 평소 업무 처리를 소극적으로 하고 무사 안일한 태도로 근무한 것이 화재의 근본 원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행정안전부로 이름이 바뀐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8월 유선 콘센트를 직원들이 퇴근할 때 특별히 만든 카드를 꽂아 두면 전원이 자동 차단되는 무선 콘센트로 바꾸기로 하고 일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공무원들은 “내 돈도 아닌데 전기 아끼는 제품으로 교체해 봤자 뭐하느냐” “괜히 일을 만들면 귀찮기만 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교체 작업을 추진한 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러니 일이 제대로 추진될 리가 있습니까. 게다가 4500만 원의 예산 확보도 관련 부서가 “우리 소관 업무가 아니다”고 미루는 바람에 콘센트 교체 작업은 무산됐고 결국 불까지 난 겁니다.

감사원이 지난달 말 정부중앙청사와 대전청사 등에 대해 실시한 특별점검 결과도 공무원들의 기강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에 감찰팀이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대외비 문건이 책상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돌지도 않은 순찰을 돈 것처럼 일지를 조작하고, 당직자가 당직실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로 영화를 보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부 산하기관장 사무실은 출입문은 물론이고 중요문서들이 들어 있는 캐비닛과 책상서랍도 잠겨 있지 않았습니다. 관련 업체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정부 산하기관 직원들도 수십 명이나 적발됐다는군요.

이런 사람들 봉급 주라고 꼬박꼬박 세금 내는 국민은 억울한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공무원은 세금 내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열심히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두 사람이 잘못하면 조직 전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법입니다. 공조직인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노무현 정부가 공무원 수를 9만6000 명이나 늘리면서 공무원들의 근무기강은 제대로 잡지 않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규제와 간섭으로 민간을 괴롭히는 공무원들을 국민을 섬기는 ‘도우미’로 바꿔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공직 풍토가 국민을 ‘섬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국민의 평가입니다. 공무원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결국 외부로부터의 변화를 강요당하게 되는 법이죠.

이 대통령은 새 정부 초기에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신속하게 취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공무원 기강문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지난달 21일 밤에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불이 나 큰 피해를 냈습니다.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 사라진지 불과 10여 일 뒤여서 많은 국민이 크게 놀랐습니다.

경찰이 화재 원인을 수사해 봤더니 청사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의 전원 코드가 과열돼 불이 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공무원들이 평소 업무 처리를 소극적으로 하고 무사 안일한 태도로 근무한 것이 화재의 근본 원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행정안전부로 이름이 바뀐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8월 유선 콘센트를 직원들이 퇴근할 때 특별히 만든 카드를 꽂아 두면 전원이 자동 차단되는 무선 콘센트로 바꾸기로 하고 일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공무원들은 “내 돈도 아닌데 전기 아끼는 제품으로 교체해 봤자 뭐하느냐” “괜히 일을 만들면 귀찮기만 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교체 작업을 추진한 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러니 일이 제대로 추진될 리가 있습니까. 게다가 4500만 원의 예산 확보도 관련 부서가 “우리 소관 업무가 아니다”고 미루는 바람에 콘센트 교체 작업은 무산됐고 결국 불까지 난 겁니다.

감사원이 지난달 말 정부중앙청사와 대전청사 등에 대해 실시한 특별점검 결과도 공무원들의 기강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에 감찰팀이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대외비 문건이 책상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돌지도 않은 순찰을 돈 것처럼 일지를 조작하고, 당직자가 당직실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로 영화를 보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부 산하기관장 사무실은 출입문은 물론이고 중요문서들이 들어 있는 캐비닛과 책상서랍도 잠겨 있지 않았습니다. 관련 업체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정부 산하기관 직원들도 수십 명이나 적발됐다는군요.

이런 사람들 봉급 주라고 꼬박꼬박 세금 내는 국민은 억울한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공무원은 세금 내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열심히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두 사람이 잘못하면 조직 전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법입니다. 공조직인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노무현 정부가 공무원 수를 9만6000 명이나 늘리면서 공무원들의 근무기강은 제대로 잡지 않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규제와 간섭으로 민간을 괴롭히는 공무원들을 국민을 섬기는 ‘도우미’로 바꿔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공직 풍토가 국민을 ‘섬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국민의 평가입니다. 공무원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결국 외부로부터의 변화를 강요당하게 되는 법이죠.

이 대통령은 새 정부 초기에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신속하게 취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공무원 기강문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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