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 없는 나라경제계획표

등록 2008.03.12.
저는 요즘 경제상황을 좀 심하게 말한다면 ‘전시상황’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서민들의 하루하루 생활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조간을 보니 서울시내 가구의 절반정도가 빚을 지고 있으며 그 원인은 집값과 사교육비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물가가 만만치 않습니다. 휘발류와 경유 값에 이어 20여 년 만에 라면과 자장면 값도 뛰었습니다. 4개월 연속 3%대 고공 행진하던 소비자 물가는 1월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2월 생산자 물가 상승률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습니다. 은행 빚은 줄었지만 신용카드 외상 구매와 2금융권 대출이 늘어 총 가계 빚은 무려 630조원으로 최대치를 돌파했습니다.

경기선행지수라고 할 코스피 지수는 1630선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지난 7일 부산에서는 3억원을 펀드에 투자했다가 수익률 하락으로 대출금 상환 압박을 받던 30대 만삭의 임산부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달러 약세로 엔화와 위안 화를 비롯한 주요국들의 통화 가치는 오르고 있는데 경상수지 적자에 발목이 잡힌 원화만 아시아에서 ‘나 홀로 약세’ 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기댈 곳이 없는 천길 낭떠러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며칠 전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를 통해 발표한 올해 나라경제 계획표에는 거시경제지표에 별 관심이 없던 비경제전문가들도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를 최대 기치로 내걸고 탄생한 정부 아닙니까.

정부는 올 성장률 목표를 ‘6% 내외’로 설정했습니다. 취업자는 당초 공약했던 70만명 수준의 절반인 35 만 명 증가로 잡았습니다. 물가는 3.3% 대 ,경상수지는 70억 달러 적자선에서 방어하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당초 7.4.7 공약에서 밝힌 7% 성장률에서 한걸음 후퇴한 것은 그만큼 정부도 현재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1년 계획을 야심차게 짜느라 고심한 분들에게는 일단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저는 정부의 계획표가 피부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어렵다면, 우선 정부부터 현 상황에 대한 정밀하고 솔직한 진단이 먼저 나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 이었습니다. 지금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6% 성장도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자꾸 정부에서 기대와 환상을 심어줄수록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무리수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장률 그 자체가 아니라 상황이 어려울수록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가 하는 지혜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 정부는 과거 정부와는 뭔가 다르겠지, 다시 말해 새로운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리더쉽을 보여주겠지 하는 기대가 큰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난 적이 많지 않았습니까.

중요한 것은 ‘구호’나 ‘목표치’가 아니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프로그램입니다.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바깥의 충격이 안으로 흡수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노력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입니다.

재정도 줄이고 공무원 수도 줄이고 공기업도 민영화해서 정부가 갖고 있는 일을 최대한 민간으로 넘기는 게 이 정부가 매진해야할 일입니다. 그래야 물가충격도 최소화하고 일자리도 늘립니다.

규제완화 규제완화 말들은 하지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입니다. 규제 한개에는 거기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도 그렇게 규제완화를 부르짖었건만, 정치권과 이해관계집단에 둘러싸여 제대로 못해냈습니다.

결국 정부가 기댈 곳은 민심입니다. 우체국 민영화가 국회에서 부결되자 국민에게 묻겠다며 국회를 해산하고 선거를 치룬 고이즈미 정부의 과단성을 배워야 합니다.

대통령이 내건 실용이란 다름 아닌 ‘할 것은 하고 못 할 것은 못 하겠다’고 말하는 과감함입니다. 이상 3분논평 이었습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저는 요즘 경제상황을 좀 심하게 말한다면 ‘전시상황’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서민들의 하루하루 생활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조간을 보니 서울시내 가구의 절반정도가 빚을 지고 있으며 그 원인은 집값과 사교육비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물가가 만만치 않습니다. 휘발류와 경유 값에 이어 20여 년 만에 라면과 자장면 값도 뛰었습니다. 4개월 연속 3%대 고공 행진하던 소비자 물가는 1월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2월 생산자 물가 상승률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습니다. 은행 빚은 줄었지만 신용카드 외상 구매와 2금융권 대출이 늘어 총 가계 빚은 무려 630조원으로 최대치를 돌파했습니다.

경기선행지수라고 할 코스피 지수는 1630선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지난 7일 부산에서는 3억원을 펀드에 투자했다가 수익률 하락으로 대출금 상환 압박을 받던 30대 만삭의 임산부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달러 약세로 엔화와 위안 화를 비롯한 주요국들의 통화 가치는 오르고 있는데 경상수지 적자에 발목이 잡힌 원화만 아시아에서 ‘나 홀로 약세’ 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기댈 곳이 없는 천길 낭떠러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며칠 전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를 통해 발표한 올해 나라경제 계획표에는 거시경제지표에 별 관심이 없던 비경제전문가들도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를 최대 기치로 내걸고 탄생한 정부 아닙니까.

정부는 올 성장률 목표를 ‘6% 내외’로 설정했습니다. 취업자는 당초 공약했던 70만명 수준의 절반인 35 만 명 증가로 잡았습니다. 물가는 3.3% 대 ,경상수지는 70억 달러 적자선에서 방어하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당초 7.4.7 공약에서 밝힌 7% 성장률에서 한걸음 후퇴한 것은 그만큼 정부도 현재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1년 계획을 야심차게 짜느라 고심한 분들에게는 일단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저는 정부의 계획표가 피부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어렵다면, 우선 정부부터 현 상황에 대한 정밀하고 솔직한 진단이 먼저 나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 이었습니다. 지금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6% 성장도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자꾸 정부에서 기대와 환상을 심어줄수록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무리수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장률 그 자체가 아니라 상황이 어려울수록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가 하는 지혜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 정부는 과거 정부와는 뭔가 다르겠지, 다시 말해 새로운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리더쉽을 보여주겠지 하는 기대가 큰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난 적이 많지 않았습니까.

중요한 것은 ‘구호’나 ‘목표치’가 아니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프로그램입니다.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바깥의 충격이 안으로 흡수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노력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입니다.

재정도 줄이고 공무원 수도 줄이고 공기업도 민영화해서 정부가 갖고 있는 일을 최대한 민간으로 넘기는 게 이 정부가 매진해야할 일입니다. 그래야 물가충격도 최소화하고 일자리도 늘립니다.

규제완화 규제완화 말들은 하지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입니다. 규제 한개에는 거기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도 그렇게 규제완화를 부르짖었건만, 정치권과 이해관계집단에 둘러싸여 제대로 못해냈습니다.

결국 정부가 기댈 곳은 민심입니다. 우체국 민영화가 국회에서 부결되자 국민에게 묻겠다며 국회를 해산하고 선거를 치룬 고이즈미 정부의 과단성을 배워야 합니다.

대통령이 내건 실용이란 다름 아닌 ‘할 것은 하고 못 할 것은 못 하겠다’고 말하는 과감함입니다. 이상 3분논평 이었습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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