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북한과 미얀마

등록 2008.05.14.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초토화된 미얀마의 재해현장은 외국인들의 가슴도 무너져 내리게 할 만큼 처참합니다. 10여만 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대재앙에 이어 미얀마 군부가 외부 세계의 구호 손길을 거부해 피해를 눈 덩이처럼 키우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필사적으로 국민을 재난에서 구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집권세력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외부 구호인력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것입니다.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150여만 명의 국민을 외면하면서 권력유지에 급급한 미얀마 집권세력은 용서할 수 없는 반(反)인륜 집단입니다.

미얀마의 오늘에 북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지도자를 잘못 만난 탓에 애꿎은 국민들이 고통 받는 모습이 닮았습니다. 북한에서는 우려하던 대로 올봄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대북인권단체 ‘좋은 벗들’은 황해북도 사리원시 농촌 지역에서 시작된 아사 소식을 전하면서 “나르기스보다 더 무서운 아사의 태풍이 북녘 땅을 향해 북상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 집권세력의 태도도 미얀마 군부와 다를 게 없습니다. 북한은 올봄 식량난이 유독 심한데도 남한 정부 비난에 몰두하면서 도움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굶주리는 주민의 형편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은 봄철마다 우리에게 식량지원 요청을 해 해마다 40만t에서 50만t의 식량을 얻어갔습니다. 올해는 철천지원수로 생각하는 미국에까지 식량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북한은 “지원 요청을 하면 인도적 식량지원을 하겠다”는 남한 정부의 말을 자신들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배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이 주민을 굶주림에서 구하는 길입니다.

미얀마 군 장성들은 구호품에 자기 이름을 써넣어 생색을 내는 낯 뜨거운 짓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리들은 구호품을 빼돌려 판다고 합니다. 해마다 아사자가 나오는데도 강성대국이라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주민을 속이는 북한 집권층의 행태와 닮은꼴입니다. 남쪽에서 지원한 쌀을 굶주린 주민에게 주는 대신 군량미로 빼돌리는 북한의 행동도 미얀마 군부의 구호품 빼돌리기와 같은 짓입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얀마를 침공해서라도 이재민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에 다시 대량아사가 닥친다면 북한 집권세력을 향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마찬가지로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지도부와 미얀마 군부가 상대방의 모습을 거울에 비친 자신들의 얼굴로 인식하고 심사숙고하기 바랍니다. 수많은 국민의 죽음은 흔히 정권의 종말로 이어집니다. 역사가 주는 교훈입니다. 3분 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초토화된 미얀마의 재해현장은 외국인들의 가슴도 무너져 내리게 할 만큼 처참합니다. 10여만 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대재앙에 이어 미얀마 군부가 외부 세계의 구호 손길을 거부해 피해를 눈 덩이처럼 키우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필사적으로 국민을 재난에서 구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집권세력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외부 구호인력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것입니다.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150여만 명의 국민을 외면하면서 권력유지에 급급한 미얀마 집권세력은 용서할 수 없는 반(反)인륜 집단입니다.

미얀마의 오늘에 북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지도자를 잘못 만난 탓에 애꿎은 국민들이 고통 받는 모습이 닮았습니다. 북한에서는 우려하던 대로 올봄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대북인권단체 ‘좋은 벗들’은 황해북도 사리원시 농촌 지역에서 시작된 아사 소식을 전하면서 “나르기스보다 더 무서운 아사의 태풍이 북녘 땅을 향해 북상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 집권세력의 태도도 미얀마 군부와 다를 게 없습니다. 북한은 올봄 식량난이 유독 심한데도 남한 정부 비난에 몰두하면서 도움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굶주리는 주민의 형편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은 봄철마다 우리에게 식량지원 요청을 해 해마다 40만t에서 50만t의 식량을 얻어갔습니다. 올해는 철천지원수로 생각하는 미국에까지 식량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북한은 “지원 요청을 하면 인도적 식량지원을 하겠다”는 남한 정부의 말을 자신들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배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이 주민을 굶주림에서 구하는 길입니다.

미얀마 군 장성들은 구호품에 자기 이름을 써넣어 생색을 내는 낯 뜨거운 짓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리들은 구호품을 빼돌려 판다고 합니다. 해마다 아사자가 나오는데도 강성대국이라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주민을 속이는 북한 집권층의 행태와 닮은꼴입니다. 남쪽에서 지원한 쌀을 굶주린 주민에게 주는 대신 군량미로 빼돌리는 북한의 행동도 미얀마 군부의 구호품 빼돌리기와 같은 짓입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얀마를 침공해서라도 이재민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에 다시 대량아사가 닥친다면 북한 집권세력을 향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마찬가지로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지도부와 미얀마 군부가 상대방의 모습을 거울에 비친 자신들의 얼굴로 인식하고 심사숙고하기 바랍니다. 수많은 국민의 죽음은 흔히 정권의 종말로 이어집니다. 역사가 주는 교훈입니다. 3분 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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