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이 두터워야 부자 나라다

등록 2008.06.25.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여야 지나친 쏠림이 없고 균형 있는 사회발전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KDI 즉 한국개발연구원은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OECD 즉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으로는 전체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세워놓고 딱 중간에 있는 중위소득을 찾아 그 소득의 50~150%를 버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봅니다.

중위소득은 매년 달라지죠. 2006년에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벌어들인 총 소득에서 세금과 공적연금 등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의 중위 값은 282만원이었습니다. 이 값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는 전체의 58.5%였는데 이것이 중산층 비중입니다. 이 비율이 높은 나라가 부자 나라로 인식됩니다. 미국보다 네덜란드를 부자 나라로 치는 게 이런 이유입니다.

한국은 10년 전인 1996년에는 68.5%였습니다. 10%가 어디로 갔을까요. 중산층이 상류층으로 옮겨갔다면 잘 사는 사회로 발전한 것이죠. 그러나 그 10% 중 3%포인트만 상류층이 됐고 7%포인트인 약 126만 가구는 빈곤층으로 전락했습니다.

또 중산층의 몰락 즉 소득양극화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 W지수는 계속 높아집니다. 중산층이 계속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몰락 속도가 그나마 줄어드는 것이 다행이라고 합니다.

중간 60%에 속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보고 이들이 전체 가처분소득 중에서 얼마를 차지하느냐를 보기도 하는데, 이 비율은 1996년 54.3%에서 2000년 51.6%로 낮아졌다가 2006년 54.7%로 회복됐습니다. 중산층 소득이 외환위기 이후 낮아졌다가 이후 회복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하위 20%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은 계속 낮아져 빈곤층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 회복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종합적으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곤층이 늘어났다면 발전이 없는 사회입니다. 이번 보고서를 쓴 KDI 유경준 선임연구위원 등은 임금근로자보다는 자영업자들의 사업실패 때문인 것으로 해석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고 창업에 나섰지만 자영업자가 넘치다보니 계속 퇴출된 때문이 아닌가 보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소득 분배를 개선한다면서 재정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복지 전달 체계가 잘못돼 있는데도 돈만 풀다보니 빈곤층은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입니다. 복지나 소득지원 정책은 초점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가 하면, 과거 프랑스에서는 중산층의 삶의 기준으로 소득이 아닌 다른 항목을 꼽았다고 합니다. 외국어 하나 정도는 잘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나만의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공분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소득 기준을 넘어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빨리 와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몰락하는 중산층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여야 지나친 쏠림이 없고 균형 있는 사회발전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KDI 즉 한국개발연구원은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OECD 즉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으로는 전체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세워놓고 딱 중간에 있는 중위소득을 찾아 그 소득의 50~150%를 버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봅니다.

중위소득은 매년 달라지죠. 2006년에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벌어들인 총 소득에서 세금과 공적연금 등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의 중위 값은 282만원이었습니다. 이 값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는 전체의 58.5%였는데 이것이 중산층 비중입니다. 이 비율이 높은 나라가 부자 나라로 인식됩니다. 미국보다 네덜란드를 부자 나라로 치는 게 이런 이유입니다.

한국은 10년 전인 1996년에는 68.5%였습니다. 10%가 어디로 갔을까요. 중산층이 상류층으로 옮겨갔다면 잘 사는 사회로 발전한 것이죠. 그러나 그 10% 중 3%포인트만 상류층이 됐고 7%포인트인 약 126만 가구는 빈곤층으로 전락했습니다.

또 중산층의 몰락 즉 소득양극화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 W지수는 계속 높아집니다. 중산층이 계속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몰락 속도가 그나마 줄어드는 것이 다행이라고 합니다.

중간 60%에 속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보고 이들이 전체 가처분소득 중에서 얼마를 차지하느냐를 보기도 하는데, 이 비율은 1996년 54.3%에서 2000년 51.6%로 낮아졌다가 2006년 54.7%로 회복됐습니다. 중산층 소득이 외환위기 이후 낮아졌다가 이후 회복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하위 20%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은 계속 낮아져 빈곤층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 회복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종합적으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곤층이 늘어났다면 발전이 없는 사회입니다. 이번 보고서를 쓴 KDI 유경준 선임연구위원 등은 임금근로자보다는 자영업자들의 사업실패 때문인 것으로 해석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고 창업에 나섰지만 자영업자가 넘치다보니 계속 퇴출된 때문이 아닌가 보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소득 분배를 개선한다면서 재정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복지 전달 체계가 잘못돼 있는데도 돈만 풀다보니 빈곤층은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입니다. 복지나 소득지원 정책은 초점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가 하면, 과거 프랑스에서는 중산층의 삶의 기준으로 소득이 아닌 다른 항목을 꼽았다고 합니다. 외국어 하나 정도는 잘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나만의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공분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소득 기준을 넘어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빨리 와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몰락하는 중산층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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