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바이러스’ 생활-문화 속으로

등록 2009.02.02.
세기말 화가 ’ 21세기 들어서도 인기…

1996년에 나온 소설가 김영하 씨의 스테디셀러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는 ‘유디트Ⅰ’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삶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과 자살안내인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다뤘으며 한국에 클림트를 알리는 데 한몫을 했다. 같은 이름의 영화도 2005년 개봉했다.

세기말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감성은 20세기의 마지막을 살아가는 한국의 청춘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1990년대는 관능과 죽음이 공존하는 클림트의 그림을 담은 엽서와 화집, 소설과 평전 등이 잇따라 나왔고 새로운 세기가 열린 뒤에도 그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도 TV의 미술 프로그램과 여러 드라마에서 ‘클림트’의 이름을 폭넓게 각인시켰다.

2006년에는 ‘아델레 블로흐 바워의 초상’이 당시 회화 거래 사상 최고가에 팔리면서 클림트는 다시 유명세를 탔다. 2007년엔 ‘키스’를 예찬한 ‘신정아의 편지’라는 가짜 연서가 나돌면서 클림트가 화제에 올랐다. 요즘엔 ‘황금빛 키스로 세상을 중독시킨 화가 클림트를 찾아서’라는 문안 아래 그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행체험상품도 나왔다.

‘클림트 바이러스’는 기업의 문화마케팅에서도 감지된다. 애경과 코리아나 등은 샴푸와 화장품 용기에 클림트 작품을 활용했고, 장인가구도 그를 모티브로 삼은 시리즈를 만들었다.

한국도자기는 ‘키스’ ‘유디트Ⅰ’의 이미지가 담긴 도자기 제품을 선보였고, 종근당에선 두통약 ‘펜잘’의 포장을 바꾸면서 ‘아델레 블로흐 바워의 초상’을 활용했다.

아트숍에서도 클림트의 인기는 상한가다. 서울 예술의전당 아트숍에서는 1만 원부터 55만 원대까지 클림트 관련 상품을 팔고 있다. 아트숍의 윤슬기 씨는 “클림트 작품은 아트숍의 주력 상품”이라며 “‘키스’로 유명해졌으나 초상화와 풍경화로도 관심이 깊어지고, 다양한 연령대로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왜 클림트에 열광하는가

당대에 퇴폐적이라고 비난받은 클림트. 오늘날에는 낭만적이고 신비한 사랑을 표현한 연인들의 화가로 사랑받고 있다. 2000년 10월 개설된 싸이월드의 ‘클림트 클럽’에는 23만여 명이 가입할 만큼 국내서도 인기다.

덕수궁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세기말을 지나면서 청년기를 형성한 사람들은 세기말의 시대정신이 담긴 클림트의 작품과 공감할 요소가 많아 매니아층을 형성한 것 같다”며 “치명적 매력을 지닌 팜 파탈이란 주제, 그림의 성(性)적 내레이션 등 자극적 요소도 개방적 풍조와 맞물리면서 관심을 높인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클림트 황금빛 비밀‘전의 어시스트 큐레이터 비베케 페테르손 씨는 “20세기에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앤디 워홀이 있다면 클림트는 그보다 훨씬 앞서 그 벽을 허물었던 작가”라고 말했다.

세기말의 절망과 흥분, 아르누보의 장식 스타일이 녹아든 클림트의 작품. 첫눈에 화려함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안에는 죽음과 사랑의 오묘한 스펙트럼이 감춰져 있어 더욱 매혹적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영상취재=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세기말 화가 ’ 21세기 들어서도 인기…

1996년에 나온 소설가 김영하 씨의 스테디셀러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는 ‘유디트Ⅰ’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삶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과 자살안내인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다뤘으며 한국에 클림트를 알리는 데 한몫을 했다. 같은 이름의 영화도 2005년 개봉했다.

세기말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감성은 20세기의 마지막을 살아가는 한국의 청춘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1990년대는 관능과 죽음이 공존하는 클림트의 그림을 담은 엽서와 화집, 소설과 평전 등이 잇따라 나왔고 새로운 세기가 열린 뒤에도 그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도 TV의 미술 프로그램과 여러 드라마에서 ‘클림트’의 이름을 폭넓게 각인시켰다.

2006년에는 ‘아델레 블로흐 바워의 초상’이 당시 회화 거래 사상 최고가에 팔리면서 클림트는 다시 유명세를 탔다. 2007년엔 ‘키스’를 예찬한 ‘신정아의 편지’라는 가짜 연서가 나돌면서 클림트가 화제에 올랐다. 요즘엔 ‘황금빛 키스로 세상을 중독시킨 화가 클림트를 찾아서’라는 문안 아래 그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행체험상품도 나왔다.

‘클림트 바이러스’는 기업의 문화마케팅에서도 감지된다. 애경과 코리아나 등은 샴푸와 화장품 용기에 클림트 작품을 활용했고, 장인가구도 그를 모티브로 삼은 시리즈를 만들었다.

한국도자기는 ‘키스’ ‘유디트Ⅰ’의 이미지가 담긴 도자기 제품을 선보였고, 종근당에선 두통약 ‘펜잘’의 포장을 바꾸면서 ‘아델레 블로흐 바워의 초상’을 활용했다.

아트숍에서도 클림트의 인기는 상한가다. 서울 예술의전당 아트숍에서는 1만 원부터 55만 원대까지 클림트 관련 상품을 팔고 있다. 아트숍의 윤슬기 씨는 “클림트 작품은 아트숍의 주력 상품”이라며 “‘키스’로 유명해졌으나 초상화와 풍경화로도 관심이 깊어지고, 다양한 연령대로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왜 클림트에 열광하는가

당대에 퇴폐적이라고 비난받은 클림트. 오늘날에는 낭만적이고 신비한 사랑을 표현한 연인들의 화가로 사랑받고 있다. 2000년 10월 개설된 싸이월드의 ‘클림트 클럽’에는 23만여 명이 가입할 만큼 국내서도 인기다.

덕수궁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세기말을 지나면서 청년기를 형성한 사람들은 세기말의 시대정신이 담긴 클림트의 작품과 공감할 요소가 많아 매니아층을 형성한 것 같다”며 “치명적 매력을 지닌 팜 파탈이란 주제, 그림의 성(性)적 내레이션 등 자극적 요소도 개방적 풍조와 맞물리면서 관심을 높인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클림트 황금빛 비밀‘전의 어시스트 큐레이터 비베케 페테르손 씨는 “20세기에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앤디 워홀이 있다면 클림트는 그보다 훨씬 앞서 그 벽을 허물었던 작가”라고 말했다.

세기말의 절망과 흥분, 아르누보의 장식 스타일이 녹아든 클림트의 작품. 첫눈에 화려함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안에는 죽음과 사랑의 오묘한 스펙트럼이 감춰져 있어 더욱 매혹적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영상취재=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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