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고정관념 버리니 아파트도 예술!

등록 2009.02.20.
(박제균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12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공공프로젝트라고 해서 도시를 꾸밀 때 디자인이나 미술적인 아름다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죠. 그런데 아직까지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건설에 공공디자인 개념이 덜 적용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현수 앵커) 동아일보는 서울특별시 SH공사와 함께 공동주택 기획 '퍼블릭 하우징, 미래를 보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의 대표적인 공동주택을 취재하고 온 사진부 이훈구 차장이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이 차장, 취재를 해보니 어떻던가요?

(이훈구)예, 오스트리아 비엔나, 덴마크 코펜하겐, 그리고 영국 런던을 다녀왔습니다. 보통 공동주택이라면, 아파트 단지처럼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모양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이번에 다녀 온 곳들은 주거 생활 기능 뿐 아니라 디자인도 뛰어났습니다. 한마디로 공동주택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 있는 가소메터시티입니다. 원래 가스 저장 창고였다고 합니다. 그냥 버려질 뻔한 창고가 여러 건축가들의 공동작업으로 멋진 주거공간과 문화 복합단지로 변모한 것이지요.

커다란 원통형 건물 안이 온갖 현대적 시설로 가득했습니다. 대형 영화관, 식당, 심지어 카지노도 있었습니다. 아직 이 마을 주변은 개발이 안 됐기 때문에 이 곳 주민들은 의식주와 문화생활을 거의 다 이 안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둥그런 가스공장 골격을 유지하면서 내부를 완전히 개조해 주택과 상가시설이 한데 어우러지도록 만든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박 앵커) 덴마크의 아름다운 공동주택은 어떻던가요?

(이) 여기는 덴마크 코펜하겐 도심에서 10여킬로미터 떨어진 VM하우스입니다. 2005년에 완공됐는데요, 앞에서 보면 V자 모양이고, 뒤에서 보면 M자처럼 보인다고해서, VM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뾰쪽뾰쪽 튀어나온 삼각형 모양의 발코니가 아주 특이하게 생겼지요. 입주민들이 햇빛도 더 많이 받고 이웃과도 잘 인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합니다. 원래 발코니는 개인적인 공간인데요, 투명한데다 돌출돼 있으니 이웃과의 교류와 소통이 자연스럽게 활발해 집니다.

VM주택과 마주보고 있는 마운틴 드웰링입니다. 이름처럼 먼발치서 보면 마치 산처럼 생겼습니다. 11층 건물인데요, 각 층의 현관을 빨강 파랑 노랑 오렌지색 등으로 칠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지난해 완공됐을 때 전 세계의 건축가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렀다고 합니다. 주차공간이 아주 특이했기 때문인데요, 건물 안 쪽 공간이 거의 주차장입니다. 주차공간이 3분의 2라고 하니 얼핏 비효율의 극치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오히려 이런 역발상이 이 공동주택을 빛내주고 있습니다.

주민들도 오히려 편리하다며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집이 있는 각 층까지 에스컬레이터로 곧장 연결돼 있습니다. 주차장은 보통 삭막함이나 음산함이 느껴지는데요, 이 곳은 워낙 넓어 차를 세우기도 쉽고 조명도 밝아 화사하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앵커)런던은 어떻던가요? 런던 이라면 으레 천편일률적인 벽돌집이 떠오르는데 영국 정부가 2012년 올림픽을 앞두고 건축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밀레니엄 빌리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형형색색의 아파트 외관을 보고 여기가 정말 런던이 맞는지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호수와 산책로도 잘 갖춰져 있어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기에 좋습니다.

비엔나의 가소메터시티처럼 이 곳 역시 가스공장이었다고 합니다. 1980년대 공장이 문을 닫은 뒤 방치된 땅이었지만 스웨덴 건축가 랠프 어스킨에 의해 런던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 중 하나로 변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집이 특이하고 예뻐서 부유층이 살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직장인부터 저소득층, 노인에 이르기까지 소득수준이 다양합니다. 장애인과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이 20%인데요, 특이한 점은 임대주택과 일반 주택이 분리돼 있지 않고 뒤섞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임스 에버릿/ 시공 담당 건축가(자료화면 4초부터~21초까지)

이 프로젝트의 주요 개념은 환경에 중점을 둔 사회적 통합입니다.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박앵커) 우리나라도 뉴타운 같은 재개발사업이 한창인데요, 이런 멋진 공동주택이 생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건축가들의 뛰어난 창의성과 개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제도적 지원과 추진력, 그리고 주민들의 합의와 신뢰가 바탕이 돼야겠습니다. 동아일보는 매주 수요일 세계의 성공적인 공공주택개발 현장을 지면과 동아닷컴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유럽 외에도 일본의 친환경 개발 현장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국내 사례로는 북한산과 조화를 잘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은평뉴타운을 집중 조명하겠습니다.

(박앵커) 어서 서울이 콘크리트 성냥갑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차장, 수고했습니다.



비엔나=이훈구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ufo@donga.com

(박제균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12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공공프로젝트라고 해서 도시를 꾸밀 때 디자인이나 미술적인 아름다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죠. 그런데 아직까지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건설에 공공디자인 개념이 덜 적용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현수 앵커) 동아일보는 서울특별시 SH공사와 함께 공동주택 기획 '퍼블릭 하우징, 미래를 보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의 대표적인 공동주택을 취재하고 온 사진부 이훈구 차장이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이 차장, 취재를 해보니 어떻던가요?

(이훈구)예, 오스트리아 비엔나, 덴마크 코펜하겐, 그리고 영국 런던을 다녀왔습니다. 보통 공동주택이라면, 아파트 단지처럼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모양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이번에 다녀 온 곳들은 주거 생활 기능 뿐 아니라 디자인도 뛰어났습니다. 한마디로 공동주택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 있는 가소메터시티입니다. 원래 가스 저장 창고였다고 합니다. 그냥 버려질 뻔한 창고가 여러 건축가들의 공동작업으로 멋진 주거공간과 문화 복합단지로 변모한 것이지요.

커다란 원통형 건물 안이 온갖 현대적 시설로 가득했습니다. 대형 영화관, 식당, 심지어 카지노도 있었습니다. 아직 이 마을 주변은 개발이 안 됐기 때문에 이 곳 주민들은 의식주와 문화생활을 거의 다 이 안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둥그런 가스공장 골격을 유지하면서 내부를 완전히 개조해 주택과 상가시설이 한데 어우러지도록 만든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박 앵커) 덴마크의 아름다운 공동주택은 어떻던가요?

(이) 여기는 덴마크 코펜하겐 도심에서 10여킬로미터 떨어진 VM하우스입니다. 2005년에 완공됐는데요, 앞에서 보면 V자 모양이고, 뒤에서 보면 M자처럼 보인다고해서, VM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뾰쪽뾰쪽 튀어나온 삼각형 모양의 발코니가 아주 특이하게 생겼지요. 입주민들이 햇빛도 더 많이 받고 이웃과도 잘 인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합니다. 원래 발코니는 개인적인 공간인데요, 투명한데다 돌출돼 있으니 이웃과의 교류와 소통이 자연스럽게 활발해 집니다.

VM주택과 마주보고 있는 마운틴 드웰링입니다. 이름처럼 먼발치서 보면 마치 산처럼 생겼습니다. 11층 건물인데요, 각 층의 현관을 빨강 파랑 노랑 오렌지색 등으로 칠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지난해 완공됐을 때 전 세계의 건축가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렀다고 합니다. 주차공간이 아주 특이했기 때문인데요, 건물 안 쪽 공간이 거의 주차장입니다. 주차공간이 3분의 2라고 하니 얼핏 비효율의 극치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오히려 이런 역발상이 이 공동주택을 빛내주고 있습니다.

주민들도 오히려 편리하다며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집이 있는 각 층까지 에스컬레이터로 곧장 연결돼 있습니다. 주차장은 보통 삭막함이나 음산함이 느껴지는데요, 이 곳은 워낙 넓어 차를 세우기도 쉽고 조명도 밝아 화사하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앵커)런던은 어떻던가요? 런던 이라면 으레 천편일률적인 벽돌집이 떠오르는데 영국 정부가 2012년 올림픽을 앞두고 건축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밀레니엄 빌리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형형색색의 아파트 외관을 보고 여기가 정말 런던이 맞는지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호수와 산책로도 잘 갖춰져 있어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기에 좋습니다.

비엔나의 가소메터시티처럼 이 곳 역시 가스공장이었다고 합니다. 1980년대 공장이 문을 닫은 뒤 방치된 땅이었지만 스웨덴 건축가 랠프 어스킨에 의해 런던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 중 하나로 변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집이 특이하고 예뻐서 부유층이 살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직장인부터 저소득층, 노인에 이르기까지 소득수준이 다양합니다. 장애인과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이 20%인데요, 특이한 점은 임대주택과 일반 주택이 분리돼 있지 않고 뒤섞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임스 에버릿/ 시공 담당 건축가(자료화면 4초부터~21초까지)

이 프로젝트의 주요 개념은 환경에 중점을 둔 사회적 통합입니다.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박앵커) 우리나라도 뉴타운 같은 재개발사업이 한창인데요, 이런 멋진 공동주택이 생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건축가들의 뛰어난 창의성과 개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제도적 지원과 추진력, 그리고 주민들의 합의와 신뢰가 바탕이 돼야겠습니다. 동아일보는 매주 수요일 세계의 성공적인 공공주택개발 현장을 지면과 동아닷컴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유럽 외에도 일본의 친환경 개발 현장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국내 사례로는 북한산과 조화를 잘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은평뉴타운을 집중 조명하겠습니다.

(박앵커) 어서 서울이 콘크리트 성냥갑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차장, 수고했습니다.



비엔나=이훈구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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