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9] ‘읽는 맛’ 넘어 ‘보는 맛’…오스카 수상작 2편을 만나다

등록 2009.03.19.
(박제균 앵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는 극장에서 좋은 외국 영화를 만나기가 수월한 때이기도 합니다. 매년 2월 미국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들이 개봉하기 때문이죠.

(김현수 앵커) 올해 81회 아카데미의 주인공은 작품 감독 촬영 주제가상 등 8개 부문을 휩쓴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여우주연상을 받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였습니다. 이 두 편의 영화를 문화부 손택균 기자와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손 기자, 내용부터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손) 예. 먼저 `슬럼독 밀리어네어`입니다. 이 영화는 인도 뭄바이 빈민촌의 한 식당 웨이터가 TV 퀴즈 쇼에서 모든 문제를 맞혀 2000만 루피의 상금을 받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2000만 루피는 한국 원화로 약 5억5000만 원이죠.

`트레인스포팅`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니 보일 감독이 인도 배우들을 출연시켜서 찍었습니다. 화려한 스타나 볼거리가 없어서 얼핏 보면 그냥 단출한 소품 같은데요. 미국에서 지난해 11월 불과 열 개 극장에서 개봉한 뒤 여섯 주 만에 입소문에 힘입어서 상영관 수를 600개 가까이로 늘렸습니다. 그만큼 이야기가 재미있고, 보고 난 뒤 얻는 만족감이 큰 영화임을 관객들이 증명해 준 셈입니다.

20년 전 만들어진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은 작품인데요.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을 매끈하게 각색한 시나리오,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풋풋한 연기와 사랑스런 음악 등 모든 영화적 요소가 맛깔스럽게 균형을 이룬 행복한 영화입니다.

(박 앵커) 영화의 줄거리는 어떤 내용입니까?

(손) 주인공 자말 말리크는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열여덟 살 가난한 청년입니다. 영화는 어려운 문제를 척척 맞힌 말리크를 의심한 경찰이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하면서 `속임수를 자백하라`고 윽박지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원작 소설 `Q&A`를 보면 "퀴즈는 지식이 아니라 기억력을 견주는 게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바로 여기에 말리크가 기적처럼 우승한 이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살다 보면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절대 잊을 수 없게 뇌리에 새겨지는 순간을 가끔 만나게 되죠. 말리크는 거지, 여행지 호객꾼, 웨이터가 되기까지 자신의 고단한 인생 역정에서 쌓아 온 기억을 확인하는 듯한 질문들을 퀴즈 쇼에서 거짓말처럼 차례로 만납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누구나 인생에 한두 번쯤 엄청난 기회를 만난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를 슬며시 믿고 싶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김 앵커) `더 리더`는 어떤 영화인가요?

(손) 예. `더 리더`는 36세 여인과 15세 소년의 격정적 사랑을 그렸습니다. "사랑을 나누기 전에 책을 읽어 달라"고 요구하는 연인에게 침대와 욕조에 앉아서 `오디세이` `전쟁과 평화` 등을 읽어 주는 모습이 독특합니다. 설정이 다소 자극적이고 노출과 베드신도 적지 않지만 에로틱한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인연의 의미, 옳고 그른 가치관에 대한 성찰을 차분한 시선으로 풀어냈는데요.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홀로코스트에 관련됐던 주인공을 은근히 미화했다는 논란도 낳았습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주연 케이트 윈슬렛의 빼어난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지는 올해 아카데미상 결과가 발표되기 한 주 전에 `당대 최고의 배우`라는 제목으로 윈슬렛 특집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박 앵커) 두 영화 모두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통점이 있군요.

(손) 예. 하지만 원작을 풀어낸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소설과 달리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집중했습니다. 주인공 이름도 바꿨고 가장 중요한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인물도 달라졌습니다.

반면 `더 리더`는 책의 문장 하나하나를 거의 그대로 스크린 위에 옮겨 놓은 듯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현실과 과거 장면을 교차 편집하는 등 몇 가지 중요한 변화도 있는데요. 특히 냉정한 독백으로 끝맺었던 원작소설과 다른 따뜻한 시선이 영화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로 유명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다운 각색인데요. 영화와 소설을 비교하면서 달라진 점들을 찾는 재미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박앵커) 하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출연했던 아역배우의 아버지가 아역배우를 구타하는 장면이 공개돼 영화와는 다른 현실의 씁쓸함을 다시 한번 되씹게 만들기도 했지요, 손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제균 앵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는 극장에서 좋은 외국 영화를 만나기가 수월한 때이기도 합니다. 매년 2월 미국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들이 개봉하기 때문이죠.

(김현수 앵커) 올해 81회 아카데미의 주인공은 작품 감독 촬영 주제가상 등 8개 부문을 휩쓴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여우주연상을 받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였습니다. 이 두 편의 영화를 문화부 손택균 기자와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손 기자, 내용부터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손) 예. 먼저 `슬럼독 밀리어네어`입니다. 이 영화는 인도 뭄바이 빈민촌의 한 식당 웨이터가 TV 퀴즈 쇼에서 모든 문제를 맞혀 2000만 루피의 상금을 받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2000만 루피는 한국 원화로 약 5억5000만 원이죠.

`트레인스포팅`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니 보일 감독이 인도 배우들을 출연시켜서 찍었습니다. 화려한 스타나 볼거리가 없어서 얼핏 보면 그냥 단출한 소품 같은데요. 미국에서 지난해 11월 불과 열 개 극장에서 개봉한 뒤 여섯 주 만에 입소문에 힘입어서 상영관 수를 600개 가까이로 늘렸습니다. 그만큼 이야기가 재미있고, 보고 난 뒤 얻는 만족감이 큰 영화임을 관객들이 증명해 준 셈입니다.

20년 전 만들어진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은 작품인데요.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을 매끈하게 각색한 시나리오,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풋풋한 연기와 사랑스런 음악 등 모든 영화적 요소가 맛깔스럽게 균형을 이룬 행복한 영화입니다.

(박 앵커) 영화의 줄거리는 어떤 내용입니까?

(손) 주인공 자말 말리크는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열여덟 살 가난한 청년입니다. 영화는 어려운 문제를 척척 맞힌 말리크를 의심한 경찰이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하면서 `속임수를 자백하라`고 윽박지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원작 소설 `Q&A`를 보면 "퀴즈는 지식이 아니라 기억력을 견주는 게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바로 여기에 말리크가 기적처럼 우승한 이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살다 보면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절대 잊을 수 없게 뇌리에 새겨지는 순간을 가끔 만나게 되죠. 말리크는 거지, 여행지 호객꾼, 웨이터가 되기까지 자신의 고단한 인생 역정에서 쌓아 온 기억을 확인하는 듯한 질문들을 퀴즈 쇼에서 거짓말처럼 차례로 만납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누구나 인생에 한두 번쯤 엄청난 기회를 만난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를 슬며시 믿고 싶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김 앵커) `더 리더`는 어떤 영화인가요?

(손) 예. `더 리더`는 36세 여인과 15세 소년의 격정적 사랑을 그렸습니다. "사랑을 나누기 전에 책을 읽어 달라"고 요구하는 연인에게 침대와 욕조에 앉아서 `오디세이` `전쟁과 평화` 등을 읽어 주는 모습이 독특합니다. 설정이 다소 자극적이고 노출과 베드신도 적지 않지만 에로틱한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인연의 의미, 옳고 그른 가치관에 대한 성찰을 차분한 시선으로 풀어냈는데요.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홀로코스트에 관련됐던 주인공을 은근히 미화했다는 논란도 낳았습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주연 케이트 윈슬렛의 빼어난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지는 올해 아카데미상 결과가 발표되기 한 주 전에 `당대 최고의 배우`라는 제목으로 윈슬렛 특집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박 앵커) 두 영화 모두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통점이 있군요.

(손) 예. 하지만 원작을 풀어낸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소설과 달리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집중했습니다. 주인공 이름도 바꿨고 가장 중요한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인물도 달라졌습니다.

반면 `더 리더`는 책의 문장 하나하나를 거의 그대로 스크린 위에 옮겨 놓은 듯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현실과 과거 장면을 교차 편집하는 등 몇 가지 중요한 변화도 있는데요. 특히 냉정한 독백으로 끝맺었던 원작소설과 다른 따뜻한 시선이 영화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로 유명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다운 각색인데요. 영화와 소설을 비교하면서 달라진 점들을 찾는 재미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박앵커) 하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출연했던 아역배우의 아버지가 아역배우를 구타하는 장면이 공개돼 영화와는 다른 현실의 씁쓸함을 다시 한번 되씹게 만들기도 했지요, 손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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