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3] ‘재판개입 의혹’ 사법부에 무슨 일 있었기에...

등록 2009.03.23.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23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최근 사법부가 시끄럽습니다. 신영철 대법관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자 재판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재판 개입의 소지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현수 앵커) 신영철 대법관의 징계 수위를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 양상까지 띠고 있습니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사회부 법조팀 이종식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우선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사건에 대해 간단히 요약해 주시죠.

(이종식)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자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 처음 접수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특정 재판부에 초기 사건 8건이 모두 배당되자 일부 판사들이 불만을 표출했고 신영철 당시 법원장이 이들과 간담회를 열어 사건 배당 방식을 바꾸면서 갈등은 잠잠해 졌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9일 박재영 판사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가려 달라"며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고, 이에 따라 다른 판사들이 잇따라 시위 관련 재판을 중단하면서 갈등은 불거졌습니다.

재판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우려한 신영철 법원장은 10월과 11월 사이 담당 판사들에게 수차례 e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 "위헌심판과 관계없이 현행법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라"는 등의 재판 재촉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올해 2월 말 언론에 공개되면서 대법원은 진상 조사단을 꾸렸고 이달 16일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박 앵커) 진상조사단은 "재판에 개입했다고 여길 소지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죠. 이에 대한 법원 안팎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이) 판사들은 대체로 "예상보다 발표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기비판 정도가 세다"며 놀라는 반응입니다. 또 신 대법관이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만큼 차분하게 결과를 지쳐보자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일부 소장파 판사들과 시민단체들은 "신 대법관이 윤리위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김 앵커) 이번 사건이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입니까?

(이) 주요 원인으로는 사법부의 관료화와 소통의 장애, 대법관을 앞둔 신영철 당시 법원장의 과잉 의욕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사법부는 1949년 출범 초기 115명에 불과하던 법관 수가 60년 만인 지난해 2234명으로 늘었습니다. 이처럼 비대해진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법원은 재판의 진행과 양형, 배당 등을 관리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생겼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법행정 권력이 판사를 순화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반발해 왔습니다.

소통의 문제도 큽니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이런 아날로그적인 소통은 줄고 e메일 같은 디지털 방식의 소통이 만연되면서 서로 오해의 여지가 커졌습니다.

특히 지난해 대법관 임관이 유력했던 신영철 법원장이 사회적 관심이 큰 촛불 집회 사건을 신속하고 조용히 처리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 앵커) 이번 사건을 정권 교체 때마다 불거지는 법원 내 `이념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던데요?

(이) 그동안 벌어졌던 사법파동은 대부분 정권과 코드가 맞는 판사들을 중요 재판부나 행정처에 배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지면서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진보적 판사들의 지지를 받고 취임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현직에 있는데다 법원 내 코드 인사도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이전 사법파동과 같이 이념갈등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입니다.

문제를 촉발시킨 형사단독 판사들의 폭로 형태로 문제 제기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형사단독 판사들은 법원 내 언터처블 판사, 즉 건드릴 수 없는 판사로 통합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건을 맡음에도 사법행정 권력에서 가장 자유로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죠.

그럼에도 이들은 문제가 발생됐던 지난해 하반기 직접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지난달 본인들의 인사 배치가 모두 끝난 뒤 언론에 e메일 등을 공개해 문제를 확대시킨 점에 대해 판사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큽니다. 대법원장도 "판사들이 그 정도 e메일가지도 압력을 받으면 무슨 판사냐"고 불편한 심기를 비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박 앵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23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최근 사법부가 시끄럽습니다. 신영철 대법관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자 재판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재판 개입의 소지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현수 앵커) 신영철 대법관의 징계 수위를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 양상까지 띠고 있습니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사회부 법조팀 이종식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우선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사건에 대해 간단히 요약해 주시죠.

(이종식)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자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 처음 접수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특정 재판부에 초기 사건 8건이 모두 배당되자 일부 판사들이 불만을 표출했고 신영철 당시 법원장이 이들과 간담회를 열어 사건 배당 방식을 바꾸면서 갈등은 잠잠해 졌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9일 박재영 판사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가려 달라"며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고, 이에 따라 다른 판사들이 잇따라 시위 관련 재판을 중단하면서 갈등은 불거졌습니다.

재판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우려한 신영철 법원장은 10월과 11월 사이 담당 판사들에게 수차례 e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 "위헌심판과 관계없이 현행법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라"는 등의 재판 재촉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올해 2월 말 언론에 공개되면서 대법원은 진상 조사단을 꾸렸고 이달 16일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박 앵커) 진상조사단은 "재판에 개입했다고 여길 소지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죠. 이에 대한 법원 안팎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이) 판사들은 대체로 "예상보다 발표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기비판 정도가 세다"며 놀라는 반응입니다. 또 신 대법관이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만큼 차분하게 결과를 지쳐보자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일부 소장파 판사들과 시민단체들은 "신 대법관이 윤리위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김 앵커) 이번 사건이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입니까?

(이) 주요 원인으로는 사법부의 관료화와 소통의 장애, 대법관을 앞둔 신영철 당시 법원장의 과잉 의욕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사법부는 1949년 출범 초기 115명에 불과하던 법관 수가 60년 만인 지난해 2234명으로 늘었습니다. 이처럼 비대해진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법원은 재판의 진행과 양형, 배당 등을 관리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생겼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법행정 권력이 판사를 순화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반발해 왔습니다.

소통의 문제도 큽니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이런 아날로그적인 소통은 줄고 e메일 같은 디지털 방식의 소통이 만연되면서 서로 오해의 여지가 커졌습니다.

특히 지난해 대법관 임관이 유력했던 신영철 법원장이 사회적 관심이 큰 촛불 집회 사건을 신속하고 조용히 처리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 앵커) 이번 사건을 정권 교체 때마다 불거지는 법원 내 `이념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던데요?

(이) 그동안 벌어졌던 사법파동은 대부분 정권과 코드가 맞는 판사들을 중요 재판부나 행정처에 배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지면서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진보적 판사들의 지지를 받고 취임한 이용훈 대법원장이 현직에 있는데다 법원 내 코드 인사도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이전 사법파동과 같이 이념갈등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입니다.

문제를 촉발시킨 형사단독 판사들의 폭로 형태로 문제 제기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형사단독 판사들은 법원 내 언터처블 판사, 즉 건드릴 수 없는 판사로 통합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건을 맡음에도 사법행정 권력에서 가장 자유로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죠.

그럼에도 이들은 문제가 발생됐던 지난해 하반기 직접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지난달 본인들의 인사 배치가 모두 끝난 뒤 언론에 e메일 등을 공개해 문제를 확대시킨 점에 대해 판사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큽니다. 대법원장도 "판사들이 그 정도 e메일가지도 압력을 받으면 무슨 판사냐"고 불편한 심기를 비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박 앵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더보기
공유하기 닫기

VODA 인기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