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5] 동아논평, ‘서울대 총장, 다른 대학 출신에게도 열려 있어야’

등록 2009.03.25.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서울대 총장, 다른 대학 출신에게도 열려 있어야`, 홍찬식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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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대학은 미국에 있는 하버드대입니다. 세계 대학 평가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대학을 이끌고 있는 총장에 대해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데릭 보크 전 총장은 1971년부터 20년 동안 재직했습니다. 후임자인 닐 루빈스타인 총장은 1991년부터 10년간 일했습니다. 한번 총장으로 뽑아놓으면 오래 맡기는 게 전통입니다.

두 총장은 하버드대 학부 출신이 아닙니다. 보크 총장은 스탠포드대, 루빈스타인 총장은 프린스턴대 출신입니다. 하버드대 뿐 아니라 미국의 대학들은 총장 후보로 모교 출신, 타교 출신을 가리지 않습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모셔와 장기적 안목에서 대학을 이끌어 가도록 한 것, 이것이 하버드대의 성공 비결이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최고의 명문대학인 서울대는 4년 임기의 총장을 직선제로 뽑고 있습니다. 4년마다 학교는 선거로 몸살을 앓습니다. 점잖은 교수 분들이 패가 갈려 서로 기 싸움을 벌입니다. 학연 지연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총장에 뽑히면 선거 때 도와준 교수들에게 `보답`을 해야 합니다. 학교 내 보직을 정할 때 이들을 배려합니다. 선거에 진 쪽은 감정의 골이 남습니다. 서로 등을 돌리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직선제 총장은 대학개혁을 해야 할 때 강하게 추진하기도 어렵습니다. 자신을 뽑아준 교수들을 개혁 대상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총장은 나름대로 대학 발전의 청사진을 갖고 취임하지만 4년이라는 임기는 짧습니다. 국립대에서 총장 연임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른 교수들이 차기 총장이 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장들은 잠시 애를 쓰다가 물러납니다. 이래서는 대학 발전이 어렵습니다.

서울대 법인화위원회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미국처럼 총장추천위원회를 만들어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그동안의 폐해를 생각하면 때늦은 결정입니다.

서울대는 지난해 세계 100위 대학에 진입했지만 아직 갈 갈이 멉니다. 진정 세계적인 대학이 되려고 한다면 총장에 서울대 출신을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 개혁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대학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서울대 총장, 다른 대학 출신에게도 열려 있어야`, 홍찬식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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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대학은 미국에 있는 하버드대입니다. 세계 대학 평가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대학을 이끌고 있는 총장에 대해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데릭 보크 전 총장은 1971년부터 20년 동안 재직했습니다. 후임자인 닐 루빈스타인 총장은 1991년부터 10년간 일했습니다. 한번 총장으로 뽑아놓으면 오래 맡기는 게 전통입니다.

두 총장은 하버드대 학부 출신이 아닙니다. 보크 총장은 스탠포드대, 루빈스타인 총장은 프린스턴대 출신입니다. 하버드대 뿐 아니라 미국의 대학들은 총장 후보로 모교 출신, 타교 출신을 가리지 않습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모셔와 장기적 안목에서 대학을 이끌어 가도록 한 것, 이것이 하버드대의 성공 비결이었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최고의 명문대학인 서울대는 4년 임기의 총장을 직선제로 뽑고 있습니다. 4년마다 학교는 선거로 몸살을 앓습니다. 점잖은 교수 분들이 패가 갈려 서로 기 싸움을 벌입니다. 학연 지연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총장에 뽑히면 선거 때 도와준 교수들에게 `보답`을 해야 합니다. 학교 내 보직을 정할 때 이들을 배려합니다. 선거에 진 쪽은 감정의 골이 남습니다. 서로 등을 돌리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직선제 총장은 대학개혁을 해야 할 때 강하게 추진하기도 어렵습니다. 자신을 뽑아준 교수들을 개혁 대상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총장은 나름대로 대학 발전의 청사진을 갖고 취임하지만 4년이라는 임기는 짧습니다. 국립대에서 총장 연임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른 교수들이 차기 총장이 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장들은 잠시 애를 쓰다가 물러납니다. 이래서는 대학 발전이 어렵습니다.

서울대 법인화위원회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미국처럼 총장추천위원회를 만들어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그동안의 폐해를 생각하면 때늦은 결정입니다.

서울대는 지난해 세계 100위 대학에 진입했지만 아직 갈 갈이 멉니다. 진정 세계적인 대학이 되려고 한다면 총장에 서울대 출신을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 개혁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대학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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