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手 조훈현 9단, 게임대회 출전한 사연

등록 2009.05.07.
[인터뷰] 국수(國手) 조훈현, 게임대회 출전한 사연

-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바둑도 변화해야”

- “e스포츠를 통해 바둑 더욱 보급될 것”

키보드와 마우스를 지나는 쉴새없는 손놀림, 화려한 폭죽과 세레모니, 피켓을 들고 환호하는 소녀 팬. 이런 것들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국수(國手) 조훈현(56) 9단이 최근 e스포츠 게임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게임인 바투(Batoo)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바투는 바둑을 응용해 만든 게임이다. 바둑이 가로와 세로 각각 19줄로 361칸을 두는데 비해 바투는 각각 11줄이다. 그 외에 돌을 숨기는 `히든`과 상대가 숨긴 돌을 찾아내는 ‘스캔’ 등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요소가 추가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바둑과 룰이 유사하다.

e 스포츠 게임장에서는 국수 조훈현도 ‘형’으로 불린다. 아들뻘도 안될 것 같은 어린 팬들이 ‘조훈현 형’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숨죽여 그의 게임을 지켜본다.

게임에서 승리한 조국수가 두 주먹을 번쩍 들어올리자 팬들은 환호했다. 곧 이어진 조국수의 마이크 어필은 현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바둑 국수가 아닌 바투 국수로 재탄생을 하겠습니다.”

지난 6일, 한가로이 오후 햇살을 즐기고 있는 조국수를 서울 평창동에 소재한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수 십년간 한국 바둑을 상징하는 존재였던 조국수. 그의 행보는 한국 바둑계를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조국수의 도전정신을 높이 사는 사람도 많았지만 바둑의 격조에 맞지 않는다며 그의 행보를 비난하는 사람도 많았다.

조국수는 “생각의 차이” 라고 잘라 말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바둑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침체된 바둑계를 활성화하기에 이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고 주장한다. 바투가 널리 보급되면 바둑으로 유입되는 인구도 많아질 것이라는게 조국수의 생각이다.

수 십년간 정상의 자리에 군림했던 뛰어난 기사였고,

또 한명의 국수, 이창호 9단을 길러낸 훌륭한 스승 조훈현. 이제는 바투의 선구자가 되려하는 그를 만나봤다.



-바투 대회에 처음 참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바둑이 침체기다 . 인기를 못 얻고 있는데, 이것은 바둑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최근 인터넷, 게임 등 놀이문화가 다양해지면서 바둑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타개할 방법을 궁리를 해봤다. 바둑이 배우게 되면 재미있는데 처음 배우기가 어렵다. 그런데 바투는 바둑을 게임화한 것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하겠구나 싶었다. 배우기도 더 쉽고. 마침 참가제의가 와서 경험삼아 해보게 됐다. 해봐야 어떤 것인지도 알게되고 하니까”

-해보니까 어떻던가?

“쉽게 배울 수 있겠더라. 바둑이 배우기 어렵지 않은가. 요즘 사람들 배워라 그러면 안 하는데, 놀아라 그러면 하지 않는가. 또 이 게임을 잘하려면 바둑을 잘해야 된다. 다른 점도 있지만 큰 테두리는 같으니까. 결국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바둑으로 들어오게 돼있다.”

-참가한다고 했을때 주변의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안다.

“맞다. 안좋게 보시는 분들은 “조훈현 국수 정도 되는 사람이 왜 이런 자리까지 와서 저런 짓을 하나” 하면서 게임을 하고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하는 것들을 반대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한국기원과 마찰은 없었는가

“있었다. “왜 정도를 어긋나느냐” 하면서 야단도 맞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까맣게 보는 걸 또 다른 사람은 하얗게 볼 수도 있는 거다. 바투가 바둑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 생각했을 때 해보다는 득이 많다고 생각했다. 생각의 차이다.”

-추후 바투가 널리 보급되면 바둑보다 바투의 시장이 더 커져서 바둑이 더욱 위축될 수 있지 않을까?

“최악의 경우, 바둑이 재미없고 바투가 재미있다? 그러면 바둑은 죽어야된다. 재미없으면 인기는 사그러드는 것이고 잘 안하게 되는 것이다. 바투가 정말 바둑보다 재미있다 그러면 바투가 살아남아야 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바둑과 바투가 상생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주변에서 기대하는 것보다 전적(1승 3패)이 좋지 않다.

“처음에는 해볼만하지 않겠느냐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젊은 사람들이 배우는 게 확실히 빠르더라.

실력보다는 나이탓을 하고 싶다.(웃음) 공부하면 어느 정도 성과는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 역할은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바둑으로 끌어들여서 바둑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바투에서의 세레모니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바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웃음) TV보면 수 백명의 관중이 모이고 그 앞에서 프로게이머들이 세레모니하는데 그 모습이 부러웠다. 바둑은 암만해도 100명, 200명 모으기 힘든데 스타크래프트 보니까 몇 백명, 몇 천명 모이더라.

‘바둑도 저렇게 할 수 있는데...’하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렇게 됐고, 관중들과 함께 즐기고 호흡하고 그런 것들이 좋았다.”

-차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토너먼트 참가는 어려울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공부도 많이 하고 배우는 것도 빨라 당해내기 힘들겠더라. 토너먼트에 참가하면 본선에 올라가기도 힘들지 않을까싶다. 하지만 초청경기든 이벤트성 대회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가할 의향이 있다.”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 100pd@donga.com

[인터뷰] 국수(國手) 조훈현, 게임대회 출전한 사연

-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바둑도 변화해야”

- “e스포츠를 통해 바둑 더욱 보급될 것”

키보드와 마우스를 지나는 쉴새없는 손놀림, 화려한 폭죽과 세레모니, 피켓을 들고 환호하는 소녀 팬. 이런 것들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국수(國手) 조훈현(56) 9단이 최근 e스포츠 게임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게임인 바투(Batoo)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바투는 바둑을 응용해 만든 게임이다. 바둑이 가로와 세로 각각 19줄로 361칸을 두는데 비해 바투는 각각 11줄이다. 그 외에 돌을 숨기는 `히든`과 상대가 숨긴 돌을 찾아내는 ‘스캔’ 등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요소가 추가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바둑과 룰이 유사하다.

e 스포츠 게임장에서는 국수 조훈현도 ‘형’으로 불린다. 아들뻘도 안될 것 같은 어린 팬들이 ‘조훈현 형’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숨죽여 그의 게임을 지켜본다.

게임에서 승리한 조국수가 두 주먹을 번쩍 들어올리자 팬들은 환호했다. 곧 이어진 조국수의 마이크 어필은 현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바둑 국수가 아닌 바투 국수로 재탄생을 하겠습니다.”

지난 6일, 한가로이 오후 햇살을 즐기고 있는 조국수를 서울 평창동에 소재한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수 십년간 한국 바둑을 상징하는 존재였던 조국수. 그의 행보는 한국 바둑계를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조국수의 도전정신을 높이 사는 사람도 많았지만 바둑의 격조에 맞지 않는다며 그의 행보를 비난하는 사람도 많았다.

조국수는 “생각의 차이” 라고 잘라 말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바둑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침체된 바둑계를 활성화하기에 이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고 주장한다. 바투가 널리 보급되면 바둑으로 유입되는 인구도 많아질 것이라는게 조국수의 생각이다.

수 십년간 정상의 자리에 군림했던 뛰어난 기사였고,

또 한명의 국수, 이창호 9단을 길러낸 훌륭한 스승 조훈현. 이제는 바투의 선구자가 되려하는 그를 만나봤다.



-바투 대회에 처음 참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바둑이 침체기다 . 인기를 못 얻고 있는데, 이것은 바둑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최근 인터넷, 게임 등 놀이문화가 다양해지면서 바둑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타개할 방법을 궁리를 해봤다. 바둑이 배우게 되면 재미있는데 처음 배우기가 어렵다. 그런데 바투는 바둑을 게임화한 것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하겠구나 싶었다. 배우기도 더 쉽고. 마침 참가제의가 와서 경험삼아 해보게 됐다. 해봐야 어떤 것인지도 알게되고 하니까”

-해보니까 어떻던가?

“쉽게 배울 수 있겠더라. 바둑이 배우기 어렵지 않은가. 요즘 사람들 배워라 그러면 안 하는데, 놀아라 그러면 하지 않는가. 또 이 게임을 잘하려면 바둑을 잘해야 된다. 다른 점도 있지만 큰 테두리는 같으니까. 결국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바둑으로 들어오게 돼있다.”

-참가한다고 했을때 주변의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안다.

“맞다. 안좋게 보시는 분들은 “조훈현 국수 정도 되는 사람이 왜 이런 자리까지 와서 저런 짓을 하나” 하면서 게임을 하고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하는 것들을 반대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한국기원과 마찰은 없었는가

“있었다. “왜 정도를 어긋나느냐” 하면서 야단도 맞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까맣게 보는 걸 또 다른 사람은 하얗게 볼 수도 있는 거다. 바투가 바둑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 생각했을 때 해보다는 득이 많다고 생각했다. 생각의 차이다.”

-추후 바투가 널리 보급되면 바둑보다 바투의 시장이 더 커져서 바둑이 더욱 위축될 수 있지 않을까?

“최악의 경우, 바둑이 재미없고 바투가 재미있다? 그러면 바둑은 죽어야된다. 재미없으면 인기는 사그러드는 것이고 잘 안하게 되는 것이다. 바투가 정말 바둑보다 재미있다 그러면 바투가 살아남아야 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바둑과 바투가 상생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주변에서 기대하는 것보다 전적(1승 3패)이 좋지 않다.

“처음에는 해볼만하지 않겠느냐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젊은 사람들이 배우는 게 확실히 빠르더라.

실력보다는 나이탓을 하고 싶다.(웃음) 공부하면 어느 정도 성과는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 역할은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바둑으로 끌어들여서 바둑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바투에서의 세레모니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바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웃음) TV보면 수 백명의 관중이 모이고 그 앞에서 프로게이머들이 세레모니하는데 그 모습이 부러웠다. 바둑은 암만해도 100명, 200명 모으기 힘든데 스타크래프트 보니까 몇 백명, 몇 천명 모이더라.

‘바둑도 저렇게 할 수 있는데...’하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렇게 됐고, 관중들과 함께 즐기고 호흡하고 그런 것들이 좋았다.”

-차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토너먼트 참가는 어려울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공부도 많이 하고 배우는 것도 빨라 당해내기 힘들겠더라. 토너먼트에 참가하면 본선에 올라가기도 힘들지 않을까싶다. 하지만 초청경기든 이벤트성 대회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가할 의향이 있다.”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 100p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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