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광고주 협박사태

일부 세력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메이저신문 광고주에 대한 협박과 공갈을 벌이고 있습니다. 광우병 소동이 한창이던 작년 6월에 이어 1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 것입니다. 지난해 광고주 협박사태 때 인터넷에 광고주를 협박하는 글을 올리거나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부은 주동자들은 모두 법원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위력으로 제압한 업무방해＂라며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자칭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란 단체는 주로 메이저신문에 광고하는 한 중견 제약업체를 골라 그들의 입맛에 맞는 군소 좌파신문 두 곳에도 동등하게 광고를 내지 않으면 제품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박했습니다. 일단 공갈이 먹혀들자 이번에는 `대상기업 2호`를 물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정론매체`라고 치켜세우며 광고 게재를 강매한 두 마이너 신문은 발행부수가 메이저신문의 10분의 1에서 20분의 1에 불과하고 영향력도 현저히 낮습니다. 광고주들은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광고 효과가 훨씬 떨어지고 기업과 기업인에 적대적인 마이너 매체에 똑같이 광고하라는 것이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라고 반문합니다. 공갈범과 다른 게 뭐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광고주 협박세력은 자유시장 질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을 `민주주의자`들로 포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언어도단의 폭거가 민주주의라면 우리가 단호히 배격해야 하는 `사이비 민주주의`입니다.

검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언어폭력이나 사이버폭력에 대해서는 피해업체의 고소·고발과 상관없이 물리적 폭력에 준하여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강요나 공갈, 업무방해 혐의 등을 적용할 방침입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견해를 강요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협박, 공갈하거나 유무형의 폭력을 서슴지 않는 행위까지 용납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세력은 칼 포퍼가 말한 `열린사회의 적(敵)`일 뿐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