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평화적 핵 이용 막는 족쇄

등록 2009.07.03.
원자력 발전에 이용되는 핵연료는 한 번 사용할 때 그것이 지닌 에너지의 20~30%만 소진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게 됩니다. 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막대한 에너지를 다시 뽑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작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족쇄 때문입니다.

하나는 1974년 미국과 맺은 원자력협정입니다. 이 협정에 따라 우리는 미국에서 원자력발전 관련 기술과 설비를 지원받아 비로소 원자력을 이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핵연료를 미국에서 구입해야 하고, 미국의 허락 없이는 핵연료를 만들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게 제약도 두었습니다.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족쇄는 1992년의 한반도비핵화선언입니다. 남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그만 평화적인 목적의 재처리까지 포기한다고 명시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북이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이제 한반도비핵화선언은 무의미해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현재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한 세계 5위의 원자력 사용국입니다. 앞으로도 기후변화와 고유가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인데, 사용 후 핵연료의 보관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닙니다.

이것을 재처리한다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에너지를 뽑아 쓸 수 있고, 남는 폐기물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꿩 먹고, 알 먹고 할 수 있는 이런 재활용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엄청난 손실입니다. 솔직히 자존심도 상합니다.

미국이 다 같은 미국산 핵연료를 사용하는 유럽연합이나 인도, 일본에 대해선 재처리를 허용하면서 우리한테만 금지한다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습니다. 핵무기 개발이 걱정된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입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가 가능하도록 개정돼야 마땅합니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미국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원자력 발전에 이용되는 핵연료는 한 번 사용할 때 그것이 지닌 에너지의 20~30%만 소진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게 됩니다. 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막대한 에너지를 다시 뽑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작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족쇄 때문입니다.

하나는 1974년 미국과 맺은 원자력협정입니다. 이 협정에 따라 우리는 미국에서 원자력발전 관련 기술과 설비를 지원받아 비로소 원자력을 이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핵연료를 미국에서 구입해야 하고, 미국의 허락 없이는 핵연료를 만들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게 제약도 두었습니다.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족쇄는 1992년의 한반도비핵화선언입니다. 남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그만 평화적인 목적의 재처리까지 포기한다고 명시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북이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이제 한반도비핵화선언은 무의미해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현재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한 세계 5위의 원자력 사용국입니다. 앞으로도 기후변화와 고유가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인데, 사용 후 핵연료의 보관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닙니다.

이것을 재처리한다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에너지를 뽑아 쓸 수 있고, 남는 폐기물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꿩 먹고, 알 먹고 할 수 있는 이런 재활용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엄청난 손실입니다. 솔직히 자존심도 상합니다.

미국이 다 같은 미국산 핵연료를 사용하는 유럽연합이나 인도, 일본에 대해선 재처리를 허용하면서 우리한테만 금지한다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습니다. 핵무기 개발이 걱정된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입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가 가능하도록 개정돼야 마땅합니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미국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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