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등재’ 전세계 소리 없는 문화전쟁
등록 2009.07.16.(박제균 앵커) 최근 조선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벌써 9번째인데요. 문화유산으로는 2000년 고인돌 유적 이후 9년 만입니다.
(김현수 앵커) 최근 세계 유산 심사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소리 없는 문화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신 기자, 어제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알리는 행사가 있었죠?
(신광영 기자) 네.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알리는 대국민 보고회와 고유제가 15일 서울 종묘에서 열렸습니다. 고유제는 나라의 중대한 일을 역대 왕들에게 알리는 제사인데요. 종묘에서 고유제가 치러진 것은 순종 황제 이후 80여 년 만에 처음입니다.
(박 앵커) 조선 왕릉이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신광영) 네. 조선왕조 600년의 역사가 담긴 왕릉 40기가 모두 등재됐는데요. 최근 세계유산 심사기준이 엄격해지는 상황에서 40기를 한꺼번에 신청한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습니다. 단순한 유적, 유물의 현물적 가치 평가 뿐 아니라 왕릉에 얽힌 이야기와 왕실의 관습 같은 무형의 가치까지 폭넓게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 태릉이나 광릉 등 대부분의 왕릉은 도심 속에 있어서 그동안 숱한 개발 압력을 받으면서도 도심 속 문화유적을 꿋꿋이 지켜온 끝에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된 점도 평가받을 대목입니다.
(김 앵커) 최근 세계유산 선정 기준이 많이 까다로워지는 와중에 얻은 결과라 더 의미가 있는데요. 심사 기준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신광영) 네.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지난 2000년 경주역사유적지구와 고인돌 유적이 등재된 이후 9년 만입니다. 그 전에 2, 3년 단위로 등재가 됐던 것에 비하면 오랜 시간이 걸린 건데요. 과거에는 심사에 오른 문화유산 중 70%가 등재됐지만 올해는 33건 중 11건 만 등재돼 3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산하 기관으로 문화재 심사를 주관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즉 ICOMOS에서 유일한 한국인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는 이혜은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혜은 교수 /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본부 집행위원
"등재되는 것이 워낙 많다보니까 이제부터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것은 정말 뛰어난 가치가 있어야 되고 그 유산만이 아니면 다른 유산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 더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박 앵커) 그러다보니 조선왕릉 실사 과정에서도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죠?
(신광영) 네. 조선왕릉이 40개나 되다보니 일부 훼손된 곳이 있었는데요. 실사단을 이끌었던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보존문제로 흠이 잡히지 않을까 잔뜩 긴장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서울 주변에서 벗어나 강원도 영월에 있는 장릉에 갔을 때 그곳에 얽힌 단종애사를 들려주면서 실사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실사단을 서울 강남에 위치한 선·정릉에 안내하면서는 단체로 달리기를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창환 교수 / ICOMOS 한국위원
"청장님하고 만찬이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를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실사단에 오신 중국분이 꼭 한번 와보고 싶다고 해서 선정릉에 도착을 했는데 3내지 4만 명 되는 그 지역을 외곽을 같이 뛰었습니다."
(김 앵커) 자국의 세계문화유산을 한 건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각국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신광영) 네. ICOMOS 집행위원들은 자국 문화재가 심사대상이 될 경우 실사단에서 제외되지만 동료 위원들의 분위기를 파악해 자국 정부에 보완 방향을 조언합니다. 또 평소 친분이 있는 동료 위원들을 자신의 나라로 초청해 자연스럽게 문화재를 홍보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하기도 하는데요. 이스라엘의 경우 ICOMOS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도 유네스코 최종 논의 과정에서 아랍계 국가의 반대로 번번이 세계 유산 등재에 실패했습니다.
(박 앵커)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세계유산에 선정된 우리 문화재가 9곳이나 된다는 게 자랑스러운데요.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신광영) 네. 현재 890건의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우리나라는 그 중 1%인 9건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라 불교예술의 백미인 석굴암과 불국사가 1995년 등재됐고,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8만 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 장경판전도 같은 해 등재됐습니다. 2년 뒤인 1997년에는 조선시대 궁궐 중 임금들이 가장 오랜 기간 머물렀던 궁궐인 창덕궁과, 정조가 불운했던 아버지의 묘를 옮기면서 만든 수원화성도 세계문화유산에 포함됐습니다. 이밖에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 2000년 등재됐고 2007년에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한국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 앵커)이제는 조선왕릉에 이어 우리의 10번째 세계문화유산에 어떤 문화재가 선택될지 궁금해지는데요.
(신광영) 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고 씨족 마을의 정착과 형성과정을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청은 올 1월 두 곳을 묶어 `한국의 역사마을`로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해 9월에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박 앵커) 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소리 없는 문화전쟁
(박제균 앵커) 최근 조선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벌써 9번째인데요. 문화유산으로는 2000년 고인돌 유적 이후 9년 만입니다.
(김현수 앵커) 최근 세계 유산 심사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소리 없는 문화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신 기자, 어제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알리는 행사가 있었죠?
(신광영 기자) 네.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알리는 대국민 보고회와 고유제가 15일 서울 종묘에서 열렸습니다. 고유제는 나라의 중대한 일을 역대 왕들에게 알리는 제사인데요. 종묘에서 고유제가 치러진 것은 순종 황제 이후 80여 년 만에 처음입니다.
(박 앵커) 조선 왕릉이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신광영) 네. 조선왕조 600년의 역사가 담긴 왕릉 40기가 모두 등재됐는데요. 최근 세계유산 심사기준이 엄격해지는 상황에서 40기를 한꺼번에 신청한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습니다. 단순한 유적, 유물의 현물적 가치 평가 뿐 아니라 왕릉에 얽힌 이야기와 왕실의 관습 같은 무형의 가치까지 폭넓게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 태릉이나 광릉 등 대부분의 왕릉은 도심 속에 있어서 그동안 숱한 개발 압력을 받으면서도 도심 속 문화유적을 꿋꿋이 지켜온 끝에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된 점도 평가받을 대목입니다.
(김 앵커) 최근 세계유산 선정 기준이 많이 까다로워지는 와중에 얻은 결과라 더 의미가 있는데요. 심사 기준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신광영) 네.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지난 2000년 경주역사유적지구와 고인돌 유적이 등재된 이후 9년 만입니다. 그 전에 2, 3년 단위로 등재가 됐던 것에 비하면 오랜 시간이 걸린 건데요. 과거에는 심사에 오른 문화유산 중 70%가 등재됐지만 올해는 33건 중 11건 만 등재돼 3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산하 기관으로 문화재 심사를 주관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즉 ICOMOS에서 유일한 한국인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는 이혜은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혜은 교수 /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본부 집행위원
"등재되는 것이 워낙 많다보니까 이제부터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것은 정말 뛰어난 가치가 있어야 되고 그 유산만이 아니면 다른 유산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 더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박 앵커) 그러다보니 조선왕릉 실사 과정에서도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죠?
(신광영) 네. 조선왕릉이 40개나 되다보니 일부 훼손된 곳이 있었는데요. 실사단을 이끌었던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보존문제로 흠이 잡히지 않을까 잔뜩 긴장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서울 주변에서 벗어나 강원도 영월에 있는 장릉에 갔을 때 그곳에 얽힌 단종애사를 들려주면서 실사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실사단을 서울 강남에 위치한 선·정릉에 안내하면서는 단체로 달리기를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창환 교수 / ICOMOS 한국위원
"청장님하고 만찬이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를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실사단에 오신 중국분이 꼭 한번 와보고 싶다고 해서 선정릉에 도착을 했는데 3내지 4만 명 되는 그 지역을 외곽을 같이 뛰었습니다."
(김 앵커) 자국의 세계문화유산을 한 건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각국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신광영) 네. ICOMOS 집행위원들은 자국 문화재가 심사대상이 될 경우 실사단에서 제외되지만 동료 위원들의 분위기를 파악해 자국 정부에 보완 방향을 조언합니다. 또 평소 친분이 있는 동료 위원들을 자신의 나라로 초청해 자연스럽게 문화재를 홍보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하기도 하는데요. 이스라엘의 경우 ICOMOS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도 유네스코 최종 논의 과정에서 아랍계 국가의 반대로 번번이 세계 유산 등재에 실패했습니다.
(박 앵커)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세계유산에 선정된 우리 문화재가 9곳이나 된다는 게 자랑스러운데요.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신광영) 네. 현재 890건의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우리나라는 그 중 1%인 9건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라 불교예술의 백미인 석굴암과 불국사가 1995년 등재됐고,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8만 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 장경판전도 같은 해 등재됐습니다. 2년 뒤인 1997년에는 조선시대 궁궐 중 임금들이 가장 오랜 기간 머물렀던 궁궐인 창덕궁과, 정조가 불운했던 아버지의 묘를 옮기면서 만든 수원화성도 세계문화유산에 포함됐습니다. 이밖에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 2000년 등재됐고 2007년에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한국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 앵커)이제는 조선왕릉에 이어 우리의 10번째 세계문화유산에 어떤 문화재가 선택될지 궁금해지는데요.
(신광영) 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고 씨족 마을의 정착과 형성과정을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청은 올 1월 두 곳을 묶어 `한국의 역사마을`로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해 9월에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박 앵커) 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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