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검은 백조 또 나올 텐데

등록 2009.09.14.
2008년 9월 15일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날입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만브라더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견디다 못해 이날 파산보호 신청을 했죠.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한국과 중국 등이 회복의 선두에서 달리고 있고 주요국들도 대부분 충격에서 벗어났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은 각국이 적극적으로 국제공조에 나선 결과입니다. 주요국들은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동시에 단행했고 총 2조4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일제히 추진했습니다. G20정상회의도 그런 노력의 하나였습니다. 또 각국에서 불안심리가 빠른 시일 내에 진정된 것도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잠재적인 불안요인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금융시장의 안정과 대형은행의 실적개선은 대부분 정부지원이나 자회사매각 덕분입니다. 이런 좋은 실적이 계속될지 불투명합니다. 특히 유럽 은행들은 은행부실이 여전한데다 경기회복이 늦어져 금융 불안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위기의 초기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금융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도 문제입니다. 미국의 경우 법안을 마련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돈만 찍어 푸는 것으로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검은 백조`라는 말이 있습니다. 백조는 보통 흰색이지만 검은색 백조도 나타날 수 있고 호주 등지에서는 실제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경제에서는 가능성이 0.1%밖에 안 되지만 충격이 매우 큰 사건을 말합니다. `검은 백조`라는 책을 쓴 나심 탈레브는 미국의 9·11 테러, 작년의 금융위기 등을 `검은 백조`의 사례로 꼽았습니다.

1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받고 국제금융질서를 손질하자는 논의가 많았죠. 그렇지만 지금은 위기도 잊고 각오도 잊어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또 다른 검은 백조가 나타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외부 충격에 특히 약한 한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을 더 민감하게 관리하고 충격흡수 능력을 미리미리 키워놓아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2008년 9월 15일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날입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만브라더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견디다 못해 이날 파산보호 신청을 했죠.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한국과 중국 등이 회복의 선두에서 달리고 있고 주요국들도 대부분 충격에서 벗어났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은 각국이 적극적으로 국제공조에 나선 결과입니다. 주요국들은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동시에 단행했고 총 2조4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일제히 추진했습니다. G20정상회의도 그런 노력의 하나였습니다. 또 각국에서 불안심리가 빠른 시일 내에 진정된 것도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잠재적인 불안요인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금융시장의 안정과 대형은행의 실적개선은 대부분 정부지원이나 자회사매각 덕분입니다. 이런 좋은 실적이 계속될지 불투명합니다. 특히 유럽 은행들은 은행부실이 여전한데다 경기회복이 늦어져 금융 불안의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위기의 초기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금융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도 문제입니다. 미국의 경우 법안을 마련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돈만 찍어 푸는 것으로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검은 백조`라는 말이 있습니다. 백조는 보통 흰색이지만 검은색 백조도 나타날 수 있고 호주 등지에서는 실제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경제에서는 가능성이 0.1%밖에 안 되지만 충격이 매우 큰 사건을 말합니다. `검은 백조`라는 책을 쓴 나심 탈레브는 미국의 9·11 테러, 작년의 금융위기 등을 `검은 백조`의 사례로 꼽았습니다.

1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받고 국제금융질서를 손질하자는 논의가 많았죠. 그렇지만 지금은 위기도 잊고 각오도 잊어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또 다른 검은 백조가 나타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외부 충격에 특히 약한 한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을 더 민감하게 관리하고 충격흡수 능력을 미리미리 키워놓아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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