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베를린 장벽붕괴 20주년과 한반도

등록 2009.11.09.
20년 전 오늘 동서독을 가로막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오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근처에서는 1.5km 길이에 세워진 높이 2.5m의 대형 도미노 장벽을 쓰러뜨리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폴란드 자유노조 지도자였던 레흐 바웬사가 첫 번째 도미노를 쓰러뜨렸습니다. 자유노조는 동유럽 공산주의 몰락의 신호탄이었습니다.

동서독은 장벽 붕괴 이듬 해 꿈에 그리던 통일국가 독일로 우뚝 섰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유럽 전체에 지각변동을 일으켜 동유럽 각국의 민주화를 거쳐 1991년 구소련의 해체로 정점에 도달했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1914년 1차대전 발발로 시작된 `극단의 시대`가 끝났다고 규정했습니다.

분단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우리에게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은 부러움과 함께 안타까움의 대상입니다. "우리는 왜 통일을 달성하지 못했는가"라는 자괴심과 "과연 남북한 통일은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동시에 듭니다. 독일국민은 2차대전 종전 이후 45년간 분단시대를 살았지만 우리는 어언 분단 64년을 넘겼습니다. 우리가 통일에 대한 염원을 구체적 행동으로 변환하지 못하면 분단은 점점 강하게 고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 20년, 통일 19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독일은 깊고도 컸던 분단의 상처를 지속적으로 치유하고 있습니다. 구동독 주민들은 분단 시절 박탈당했던 자유와 인권을 누리며 선진국 독일의 국민으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통독과정에 남북통일을 위한 교훈이 담겨있지만 우리는 잠시 관심을 기울였을 뿐입니다.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때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만들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들어 대북정책을 우선시하며 통일논의는 실종됐습니다. 통일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통일지상주의도 경계해야 하지만 분단의 고통을 외면하는 통일회피주의도 배격해야 합니다.

우리의 과제는 통일이 갑자기, 또는 다행스럽게도 점진적으로 다가올 경우에 대비해 최선의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통일논의를 활성화해 독일이 겪은 시행착오는 피하면서 남북의 이질화(異質化)를 극복해 평화적 통일로 가는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계기로 정부와 국민이 통일을 언젠가는 달성해야 할 목표로 가슴에 새겼으면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20년 전 오늘 동서독을 가로막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오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근처에서는 1.5km 길이에 세워진 높이 2.5m의 대형 도미노 장벽을 쓰러뜨리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폴란드 자유노조 지도자였던 레흐 바웬사가 첫 번째 도미노를 쓰러뜨렸습니다. 자유노조는 동유럽 공산주의 몰락의 신호탄이었습니다.

동서독은 장벽 붕괴 이듬 해 꿈에 그리던 통일국가 독일로 우뚝 섰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유럽 전체에 지각변동을 일으켜 동유럽 각국의 민주화를 거쳐 1991년 구소련의 해체로 정점에 도달했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1914년 1차대전 발발로 시작된 `극단의 시대`가 끝났다고 규정했습니다.

분단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우리에게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은 부러움과 함께 안타까움의 대상입니다. "우리는 왜 통일을 달성하지 못했는가"라는 자괴심과 "과연 남북한 통일은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동시에 듭니다. 독일국민은 2차대전 종전 이후 45년간 분단시대를 살았지만 우리는 어언 분단 64년을 넘겼습니다. 우리가 통일에 대한 염원을 구체적 행동으로 변환하지 못하면 분단은 점점 강하게 고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 20년, 통일 19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독일은 깊고도 컸던 분단의 상처를 지속적으로 치유하고 있습니다. 구동독 주민들은 분단 시절 박탈당했던 자유와 인권을 누리며 선진국 독일의 국민으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통독과정에 남북통일을 위한 교훈이 담겨있지만 우리는 잠시 관심을 기울였을 뿐입니다.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때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만들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들어 대북정책을 우선시하며 통일논의는 실종됐습니다. 통일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통일지상주의도 경계해야 하지만 분단의 고통을 외면하는 통일회피주의도 배격해야 합니다.

우리의 과제는 통일이 갑자기, 또는 다행스럽게도 점진적으로 다가올 경우에 대비해 최선의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통일논의를 활성화해 독일이 겪은 시행착오는 피하면서 남북의 이질화(異質化)를 극복해 평화적 통일로 가는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계기로 정부와 국민이 통일을 언젠가는 달성해야 할 목표로 가슴에 새겼으면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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