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민주당의 엉뚱한 화풀이

민주당은 지난 연말 예산안과 노동관계법안을 놓고 한나라당과 벌인 싸움에서 최대한 강경할 대로 나갔으나 처참하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4대강 예산의 일부가 깎이긴 했지만 한나라당이 자체 수정한 것이지 민주당이 협상으로 얻어낸 것은 아닙니다. 노동관계법안도 민주당 소속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이 단독으로 한나라당과 협상해 통과시킨 것이지 민주당이 한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민주당이 남긴 것이라곤 오로지 반대했다는 기록뿐입니다.

만약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 타협을 이끌어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4대강 예산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깎였을 것이고, 노동관계법안에도 민주당이 바라는 것이 조금이나마 들어갔을지 모릅니다. 그 공(功)은 민주당의 몫으로 기록될 것이고, 또한 민주당이 뭐든지 반대만 하는 정당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할 줄 아는 정당이라는 찬사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스스로 그런 좋은 기회를 걷어차 버리고 지금은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위원장이 한나라당과 짝짜꿍해 해당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그를 당 윤리위에 회부했습니다. 추 위원장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도 환노위 위원장으로서 책무를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타협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도 계속 회피하다 막판에 몰리자 바짝 달라붙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와의 의견 절충도 소홀히 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책임을 다하는 야당이라면 자신들이 앞장 서 타협안을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그 일을 추 위원장이 대신했는데도 민주당은 자신들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에서 그 타협안마저 깔아뭉갰고, 결국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화풀이로 지금 민주당은 추미애 위원장을 때리고,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말끝마다 국민을 들먹이지만 진짜 국민이 바라는 바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민주당이 명실 공히 국민과 궁합이 맞는 정치를 해보길 기대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