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JAL의 몰락과 한국 항공업계

등록 2010.01.11.
일본항공(JAL)은 `일본의 날개` 또는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려 왔습니다. 해외여행이 어렵던 시절 외국을 방문한 일본인들이 쓴 책을 읽어보면 종종 JAL이 등장합니다. 주로 기체(機體)에 그려진 히노마루, 즉 일장기를 보면서 느낀 감격을 털어놓는 내용이지요. 한국인들도 대한항공(KAL)의 태극문양에서 비슷한 감동을 받곤 했습니다.

이런 JAL이 적자 누적에 따른 극심한 경영난으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회사의 자력갱생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이달 19일경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입니다. 채무초과액이 7000억~8000억 엔에 이르는 JAL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액은 총 1조엔, 우리 돈으로 13조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또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현 경영진을 대부분 퇴진시키고 민간 기업인에게 경영을 맡길 예정입니다.

한때 일본의 자랑이었던 JAL이 몰락한 결정적 원인은 뿌리 깊은 공기업 체질과 관료주의적 경영행태 때문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 노조의 난립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 플루 확산에 따른 항공수요 급감이 덮쳤습니다. JAL은 2001년 이후 세 번이나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법정관리라는 `극약처방`에 몰리게 됐습니다.

JAL의 추락은 우리나라 양대 항공사인 KAL과 아시아나항공에도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작년 말부터 다소 실적이 호전되긴 했지만 두 회사의 작년 경영실적과 체질은 그리 만족할 수준은 아닙니다. 전자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수출업종의 활약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항공업종은 유가 환율 경기 등 외부변수 영향이 큽니다. 하지만 외적 요인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천수답 경영`에 안주하거나, 국내 회사끼리 선의의 경쟁을 넘어서 걸핏하면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구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항공업계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같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JAL의 위기는 의미 있는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일본항공(JAL)은 `일본의 날개` 또는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려 왔습니다. 해외여행이 어렵던 시절 외국을 방문한 일본인들이 쓴 책을 읽어보면 종종 JAL이 등장합니다. 주로 기체(機體)에 그려진 히노마루, 즉 일장기를 보면서 느낀 감격을 털어놓는 내용이지요. 한국인들도 대한항공(KAL)의 태극문양에서 비슷한 감동을 받곤 했습니다.

이런 JAL이 적자 누적에 따른 극심한 경영난으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회사의 자력갱생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이달 19일경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입니다. 채무초과액이 7000억~8000억 엔에 이르는 JAL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액은 총 1조엔, 우리 돈으로 13조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또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현 경영진을 대부분 퇴진시키고 민간 기업인에게 경영을 맡길 예정입니다.

한때 일본의 자랑이었던 JAL이 몰락한 결정적 원인은 뿌리 깊은 공기업 체질과 관료주의적 경영행태 때문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 노조의 난립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 플루 확산에 따른 항공수요 급감이 덮쳤습니다. JAL은 2001년 이후 세 번이나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법정관리라는 `극약처방`에 몰리게 됐습니다.

JAL의 추락은 우리나라 양대 항공사인 KAL과 아시아나항공에도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작년 말부터 다소 실적이 호전되긴 했지만 두 회사의 작년 경영실적과 체질은 그리 만족할 수준은 아닙니다. 전자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수출업종의 활약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항공업종은 유가 환율 경기 등 외부변수 영향이 큽니다. 하지만 외적 요인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천수답 경영`에 안주하거나, 국내 회사끼리 선의의 경쟁을 넘어서 걸핏하면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구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항공업계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같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JAL의 위기는 의미 있는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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