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숙원’ 푼 건보개혁은 정치적 자살?

등록 2010.03.25.
건보개혁은 오바마의 정치적 자살?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25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23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새로운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서명하면서 미국민 거의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게 됐습니다. 1912년 시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건지 근 100년만의 일입니다.

(김현수 앵커) 네. 3200만 명의 무보험자가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돼 전 국민의 95%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법안의 골자라고 하는데요. 워싱턴의 하태원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하 특파원, (네 워싱턴 입니다) 이전의 제도와 달라진 점을 무엇입니까.

(하 특파원) 싼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보험이 없는 4600만명 중 3200만 명이 보험을 갖게 되는 시점은 2014년으로 예상됩니다. 법안 통과로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높은 보험료를 받거나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만 26세 이하의 자녀들은 부모의 가입으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청년층의 보험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강제규정도 생겨 저소득층을 제외하고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벌금도 부과됩니다.

(박 앵커) 21일 하원의 투표를 보면 공화당 의원 178명은 예외 없이 반대투표를 던졌는데요. 공화당이 결사반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 특파원) 미국 사회가 얼마나 양극화 됐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 8년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 8년 임기 동안 미국은 이른바 민주당을 지지하는 블루스테이트와 공화당을 선호하는 레드스테이트로 정확히 반분됐습니다. 특히 이번 건보개혁은 민주, 공화 양당이 11월 중간선거와 2012년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대한 승부처로 봤기 때문에 한치의 양보도 없었던 것입니다. 1993년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은 상, 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었지만 건보개혁 실패의 여파로 이듬해 선거에서 상, 하 양원을 공화당에 내준 쓰라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김 앵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공화당의 완강한 반대는 물론 민주당내 온건 보수 세력을 설득해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요. 100년 묵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하 특파원) 우선 과거 정부의 실패를 꼼꼼히 벤치마킹한 뒤 치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건보개혁 실패의 원인이 의회와의 소통 부족이란 점을 감안해 법안의 성안단계에서부터 통과과정을 상당 부분 의회의 자율에 맡겼습니다. 하지만 중대한 고비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국민참여토론회에 100번이 넘게 참여해 미국민들을 설득했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원들은 백악관으로 불러 직접 설득했습니다. 논란이 있었지만 건보개혁 통과를 직접 보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호주 순방을 두 번이나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박 앵커) 얻은 것이 있으면 잃은 것도 있을 텐테, 오바마 대통령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하 특파원) 자신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투입한 끝에 1세기가 넘도록 어느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건보개혁을 성사시킨 것은 향후 미국 역사에 기록될 업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력을 입증하면서 50% 이하로 떨어졌던 지지율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자살’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2008년 선거혁명을 일으킬 당시 미국민들이 열광했던 것은 분열된 미국을 다시 하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 때문이었지만 이번 건보개혁 통과과정에서 미국은 또 다시 심각한 국론분열을 경험했습니다.

(김 앵커) 엄청난 재정적자에다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미국으로서는 건보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원마련에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하 특파원) 의회예산국의 추정에 따르면 10년 동안 모두 9400억 달러의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연 소득 25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에게 매기는 메디케어 세율을 1.45%에서 1.95%로 상향 조정하고 보험회사와 제약회사 등 기업에 세금을 더 물려 재원을 충당할 계획입니다. 의회예산국이 2019년 이후부터 재정 적자 부담이 1380억 달러 줄 것이라고 추정을 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박 앵커) 공화당에서는 벌써부터 법안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남은 절차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하 특파원) 일단 하원이 21일 별도로 통과시킨 수정안을 상원이 승인해야 하며 상, 하 양원의 법안이 가지고 있는 차이점에 대한 조정절차가 필요합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절충안 마련이 이번 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아이오와주로 건보개혁 세일즈 투어에 나섭니다. 2007년 대선 출사표를 던질 당시 건보개혁 공약을 처음 발표한 곳을 찾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건보개혁은 오바마의 정치적 자살?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25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23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새로운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서명하면서 미국민 거의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게 됐습니다. 1912년 시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건지 근 100년만의 일입니다.

(김현수 앵커) 네. 3200만 명의 무보험자가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돼 전 국민의 95%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법안의 골자라고 하는데요. 워싱턴의 하태원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하 특파원, (네 워싱턴 입니다) 이전의 제도와 달라진 점을 무엇입니까.

(하 특파원) 싼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보험이 없는 4600만명 중 3200만 명이 보험을 갖게 되는 시점은 2014년으로 예상됩니다. 법안 통과로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높은 보험료를 받거나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만 26세 이하의 자녀들은 부모의 가입으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청년층의 보험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강제규정도 생겨 저소득층을 제외하고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벌금도 부과됩니다.

(박 앵커) 21일 하원의 투표를 보면 공화당 의원 178명은 예외 없이 반대투표를 던졌는데요. 공화당이 결사반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 특파원) 미국 사회가 얼마나 양극화 됐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 8년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 8년 임기 동안 미국은 이른바 민주당을 지지하는 블루스테이트와 공화당을 선호하는 레드스테이트로 정확히 반분됐습니다. 특히 이번 건보개혁은 민주, 공화 양당이 11월 중간선거와 2012년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대한 승부처로 봤기 때문에 한치의 양보도 없었던 것입니다. 1993년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은 상, 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었지만 건보개혁 실패의 여파로 이듬해 선거에서 상, 하 양원을 공화당에 내준 쓰라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김 앵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공화당의 완강한 반대는 물론 민주당내 온건 보수 세력을 설득해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요. 100년 묵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하 특파원) 우선 과거 정부의 실패를 꼼꼼히 벤치마킹한 뒤 치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건보개혁 실패의 원인이 의회와의 소통 부족이란 점을 감안해 법안의 성안단계에서부터 통과과정을 상당 부분 의회의 자율에 맡겼습니다. 하지만 중대한 고비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국민참여토론회에 100번이 넘게 참여해 미국민들을 설득했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원들은 백악관으로 불러 직접 설득했습니다. 논란이 있었지만 건보개혁 통과를 직접 보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호주 순방을 두 번이나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박 앵커) 얻은 것이 있으면 잃은 것도 있을 텐테, 오바마 대통령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하 특파원) 자신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투입한 끝에 1세기가 넘도록 어느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건보개혁을 성사시킨 것은 향후 미국 역사에 기록될 업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력을 입증하면서 50% 이하로 떨어졌던 지지율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자살’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2008년 선거혁명을 일으킬 당시 미국민들이 열광했던 것은 분열된 미국을 다시 하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 때문이었지만 이번 건보개혁 통과과정에서 미국은 또 다시 심각한 국론분열을 경험했습니다.

(김 앵커) 엄청난 재정적자에다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미국으로서는 건보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원마련에 부담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하 특파원) 의회예산국의 추정에 따르면 10년 동안 모두 9400억 달러의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연 소득 25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에게 매기는 메디케어 세율을 1.45%에서 1.95%로 상향 조정하고 보험회사와 제약회사 등 기업에 세금을 더 물려 재원을 충당할 계획입니다. 의회예산국이 2019년 이후부터 재정 적자 부담이 1380억 달러 줄 것이라고 추정을 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박 앵커) 공화당에서는 벌써부터 법안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남은 절차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하 특파원) 일단 하원이 21일 별도로 통과시킨 수정안을 상원이 승인해야 하며 상, 하 양원의 법안이 가지고 있는 차이점에 대한 조정절차가 필요합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절충안 마련이 이번 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아이오와주로 건보개혁 세일즈 투어에 나섭니다. 2007년 대선 출사표를 던질 당시 건보개혁 공약을 처음 발표한 곳을 찾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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