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日 집권 민주당의 패배

등록 2010.07.13.
동아논평 : 日 집권 민주당의 패배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간 나오토 총리가 이끄는 집권 민주당이 패배했습니다. 참의원 전체 의석 242석 중 절반인 121석을 교체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44석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선거 전 116석이었던 민주당의 참의원 의석은 106석으로 줄어 간 정권은 취임 한 달 만에 위기에 빠졌습니다.

일본 민주당은 작년 8·30 총선에서 중의원 의석 480석의 64%인 308석을 얻는 압승을 거둬 54년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중의원 선거로부터 불과 열 달 만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간 총리가 취임 후 소비세율을 5%에서 10%로 올릴 뜻을 시사한 것이 결정적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일본은 국가채무가 1001조 엔을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한국의 6배인 200%에 이르는 `빚더미 국가`입니다. 재정 건전화를 위해 세출 조정과 함께 세수 확대가 절실하지만 소비세율 인상론은 이번에도 `정권의 무덤`이 됐습니다. 민주당이 지난해 집권을 위해 아동수당 등 포퓰리즘적 정책을 대거 채택하고 소비세율 동결을 공약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점은 우리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민이 혜택은 더 받겠다고 하면서도 세금 인상에는 반대하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의 딜레마입니다. 한국 역시 세원을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도 6·2 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 전면 무상급식 같은 포퓰리즘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애인과 고아 등 진정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선택적 복지정책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차별적 복지병에 빠지면 재정 악화와 국가경쟁력 추락, 다음 세대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소비세 문제와 함께 민주당 지도부의 내분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간 총리는 민주당 정권의 `대주주`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했고 이에 반발한 오자와는 선거에서 간 내각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최근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이는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일본 민주당의 패배를 보면서 깨닫는 바가 없는지 궁금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동아논평 : 日 집권 민주당의 패배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간 나오토 총리가 이끄는 집권 민주당이 패배했습니다. 참의원 전체 의석 242석 중 절반인 121석을 교체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44석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선거 전 116석이었던 민주당의 참의원 의석은 106석으로 줄어 간 정권은 취임 한 달 만에 위기에 빠졌습니다.

일본 민주당은 작년 8·30 총선에서 중의원 의석 480석의 64%인 308석을 얻는 압승을 거둬 54년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중의원 선거로부터 불과 열 달 만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간 총리가 취임 후 소비세율을 5%에서 10%로 올릴 뜻을 시사한 것이 결정적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일본은 국가채무가 1001조 엔을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한국의 6배인 200%에 이르는 `빚더미 국가`입니다. 재정 건전화를 위해 세출 조정과 함께 세수 확대가 절실하지만 소비세율 인상론은 이번에도 `정권의 무덤`이 됐습니다. 민주당이 지난해 집권을 위해 아동수당 등 포퓰리즘적 정책을 대거 채택하고 소비세율 동결을 공약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점은 우리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민이 혜택은 더 받겠다고 하면서도 세금 인상에는 반대하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의 딜레마입니다. 한국 역시 세원을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도 6·2 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 전면 무상급식 같은 포퓰리즘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애인과 고아 등 진정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선택적 복지정책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차별적 복지병에 빠지면 재정 악화와 국가경쟁력 추락, 다음 세대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소비세 문제와 함께 민주당 지도부의 내분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간 총리는 민주당 정권의 `대주주`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했고 이에 반발한 오자와는 선거에서 간 내각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최근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이는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일본 민주당의 패배를 보면서 깨닫는 바가 없는지 궁금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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