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에도 명품백-유럽車 가격 하락? 글쎄…

등록 2010.10.12.
(신광영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12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한국과 유럽연합 EU가 지난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FTA협정문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지난 2007년 FTA협상을 시작한지 3년5개월 만입니다.

(구가인 앵커) 이로써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린 셈인데요. 우리 경제는 물론 실생활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경제부 정혜진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신 앵커) 정 기자, 먼저 이번 FTA가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부터 정리해주시죠.

(정 혜진 기자) 한-EU FTA를 가장 환영하는 곳은 바로 자동차 업계입니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EU시장에 수출을 할 때 내야 하는 관세는 평균 5.6%로 3.5%인 미국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의 경우 그동안 관세가 10%나 됐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EU FTA에 따라 1500cc가 넘는 중대형 승용차는 3년, 1500cc 이하인 소형 승용차는 5년 안에 이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집니다. 영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현대차 투싼을 예로 들면 현재 3만 유로인 가격이 2만7000유로까지 내려갈 여지가 생기는 것인데요. 현재 우리 업체들이 유럽시장에서 일본 업체 등과 치열한 점유율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한-EU FTA로 우리 업체들이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품목에 따라 2.7%에서 14%에 이르는 관세를 내고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요 부품 관세가 내년 7월 한-EU FTA 발효 즉시 철폐됨에 따라 국내 부품 업체들의 수출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실제로 BMW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벌써부터 한국산 자동차 부품 구매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입니다.

(구 앵커) 하지만 타격을 받는 업계도 있을 텐데요.

(정 기자) 그렇습니다. 독일 등이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계 분야나 정밀 화학 분야, 프랑스 등에서 많이 생산되는 고급 화장품을 비롯해 의약품처럼 EU 국가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부문도 매우 많습니다. 루이비통이나 페라가모, 샤넬 같은 유럽산 명품 소비가 늘면서 국내 의류 산업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고급차 시장에선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같은 유럽산 자동차들의 마케팅이 더 거세질 전망입니다.

(신 앵커) 그런데 유럽산 제품의 가격이 기대만큼 내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 어떻습니까?

(정 기자) 사실 최근 보도된 유럽산 제품의 가격 하락 예상치는 사라지는 관세율만큼 가격이 내릴 것을 가정해 나온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9130만 원 정도인 폭스바겐의 `페이튼 3.0 TDI` 모델은 8%의 관세가 사라지면 8460만 원, 6만 원짜리 이탈리아산 와인은 15% 관세가 사라지면 5만 원대 초반, 97만 원 짜리 루이비통 가방은 8% 관세 철폐를 감안할 때 90만까지 가격이 내릴 수 있다는 식의 단순 계산인데요. 하지만 관세가 사라진 만큼 소비자 가격을 내릴 업체가 실제로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는 명품의 속성을 고려할 때 가격은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 관세 철폐로 인한 이득을 광고 같은 마케팅 비용으로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구 앵커) 결국 한-EU FTA가 실제로 발효되는 내년 7월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거군요. 그런데 한-EU FTA가 완전한 발효 상태가 아닌 `잠정 발효`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정 기자) EU는 앞서 칠레와의 FTA에서도 잠정발효라는 특수한 장치를 두었는데요. 이는 EU의 특별한 성격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EU는 27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져 있어 실제 발효를 위해서는 27개국 각각의 의회에서 비준을 모두 받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 2, 3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EU는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EU의회에서의 비준만으로 FTA가 잠정발효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정발효는 실제 협정 내용의 99%가 발효되는 만큼 실제 발효와 내용적인 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신 앵커) 그렇다면 EU 의회나 한국 국회에서 한-EU FTA의 비준이 거부될 가능성도 있습니까?

(정 기자) 한국과 EU 의회는 내년 7월 잠정발효 전까지 비준을 바쳐야 합니다. 현재 우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대중소기업상생촉진법, 이른바 상생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요. 전통시장과 전통상점이 있는 곳 500미터 이내에서는 신규대기업슈퍼마켓, SSM의 출점을 제한하는 이 법에 대해 유럽의 유통업체들은 WTO협정 위반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테스코 등 유럽 업체들이 WTO협정 위반을 이유로 자국 정부와 EU의회를 통해 WTO에 우리나라를 제소할 경우 WTO협정조차 지키지 않는 나라와 어떻게 FTA를 하느냐는 식의 논리가 형성돼 EU의회에서의 비준에 진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한나라당은 유통산업발전법을 먼저 처리하고 상생법을 나중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에선 낙농업의 피해를 우려해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한-미 FTA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국회에서의 비준 과정이 순탄할 것이란 예상이 많습니다.

(구 앵커) 예, 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신광영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12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한국과 유럽연합 EU가 지난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FTA협정문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지난 2007년 FTA협상을 시작한지 3년5개월 만입니다.

(구가인 앵커) 이로써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린 셈인데요. 우리 경제는 물론 실생활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경제부 정혜진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신 앵커) 정 기자, 먼저 이번 FTA가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부터 정리해주시죠.

(정 혜진 기자) 한-EU FTA를 가장 환영하는 곳은 바로 자동차 업계입니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EU시장에 수출을 할 때 내야 하는 관세는 평균 5.6%로 3.5%인 미국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의 경우 그동안 관세가 10%나 됐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EU FTA에 따라 1500cc가 넘는 중대형 승용차는 3년, 1500cc 이하인 소형 승용차는 5년 안에 이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집니다. 영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현대차 투싼을 예로 들면 현재 3만 유로인 가격이 2만7000유로까지 내려갈 여지가 생기는 것인데요. 현재 우리 업체들이 유럽시장에서 일본 업체 등과 치열한 점유율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한-EU FTA로 우리 업체들이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품목에 따라 2.7%에서 14%에 이르는 관세를 내고 있는 자동차 부품 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요 부품 관세가 내년 7월 한-EU FTA 발효 즉시 철폐됨에 따라 국내 부품 업체들의 수출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실제로 BMW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벌써부터 한국산 자동차 부품 구매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입니다.

(구 앵커) 하지만 타격을 받는 업계도 있을 텐데요.

(정 기자) 그렇습니다. 독일 등이 특히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계 분야나 정밀 화학 분야, 프랑스 등에서 많이 생산되는 고급 화장품을 비롯해 의약품처럼 EU 국가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부문도 매우 많습니다. 루이비통이나 페라가모, 샤넬 같은 유럽산 명품 소비가 늘면서 국내 의류 산업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고급차 시장에선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같은 유럽산 자동차들의 마케팅이 더 거세질 전망입니다.

(신 앵커) 그런데 유럽산 제품의 가격이 기대만큼 내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 어떻습니까?

(정 기자) 사실 최근 보도된 유럽산 제품의 가격 하락 예상치는 사라지는 관세율만큼 가격이 내릴 것을 가정해 나온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9130만 원 정도인 폭스바겐의 `페이튼 3.0 TDI` 모델은 8%의 관세가 사라지면 8460만 원, 6만 원짜리 이탈리아산 와인은 15% 관세가 사라지면 5만 원대 초반, 97만 원 짜리 루이비통 가방은 8% 관세 철폐를 감안할 때 90만까지 가격이 내릴 수 있다는 식의 단순 계산인데요. 하지만 관세가 사라진 만큼 소비자 가격을 내릴 업체가 실제로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는 명품의 속성을 고려할 때 가격은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 관세 철폐로 인한 이득을 광고 같은 마케팅 비용으로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구 앵커) 결국 한-EU FTA가 실제로 발효되는 내년 7월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거군요. 그런데 한-EU FTA가 완전한 발효 상태가 아닌 `잠정 발효`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정 기자) EU는 앞서 칠레와의 FTA에서도 잠정발효라는 특수한 장치를 두었는데요. 이는 EU의 특별한 성격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EU는 27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져 있어 실제 발효를 위해서는 27개국 각각의 의회에서 비준을 모두 받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 2, 3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EU는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EU의회에서의 비준만으로 FTA가 잠정발효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정발효는 실제 협정 내용의 99%가 발효되는 만큼 실제 발효와 내용적인 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신 앵커) 그렇다면 EU 의회나 한국 국회에서 한-EU FTA의 비준이 거부될 가능성도 있습니까?

(정 기자) 한국과 EU 의회는 내년 7월 잠정발효 전까지 비준을 바쳐야 합니다. 현재 우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대중소기업상생촉진법, 이른바 상생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요. 전통시장과 전통상점이 있는 곳 500미터 이내에서는 신규대기업슈퍼마켓, SSM의 출점을 제한하는 이 법에 대해 유럽의 유통업체들은 WTO협정 위반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테스코 등 유럽 업체들이 WTO협정 위반을 이유로 자국 정부와 EU의회를 통해 WTO에 우리나라를 제소할 경우 WTO협정조차 지키지 않는 나라와 어떻게 FTA를 하느냐는 식의 논리가 형성돼 EU의회에서의 비준에 진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한나라당은 유통산업발전법을 먼저 처리하고 상생법을 나중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에선 낙농업의 피해를 우려해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한-미 FTA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국회에서의 비준 과정이 순탄할 것이란 예상이 많습니다.

(구 앵커) 예, 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더보기
공유하기 닫기

VODA 인기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