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통일비용과 ‘경제 마인드’
등록 2010.10.22.북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통일은 종전보다 현실성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통일비용 논의는 감상적 차원이 아니라 `경제 마인드`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강 건너 불`로 여길 수는 없지만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 내 논의도 통일부가 독점하지 말고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가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통일세든, 예산의 일정 비율이든 통일비용을 적립하려면 그만큼 투자나 소비로 돌아가는 돈이 줄어듭니다. 통일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해마다 적립금 규모를 묶어두면 경기수축형 경제운용이 불가피합니다. 반면 적립된 돈을 굴리기 위해 국내외 국채에 장기투자하거나 기업에 빌려준다면 막상 통일이 닥쳤을 때 즉각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재정이 튼튼하면 갑자기 많은 재원이 소요되는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여력이 그만큼 커집니다.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은 압축적 경제개발 과정에서도 재정 건전성에 신경을 썼기 때문입니다. 최근 만난 전직 경제장관은 "조세부담률과 국가채무비율을 가급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가 북한 급변사태 시 세금인상이나 국채 발행을 통해 통일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통일세나 기금 적립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경제의 파이`를 더 키워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제의 절대 규모가 커지면 같은 통일비용이라도 국가적, 국민적 부담이 줄어듭니다. 반면 경제가 나빠지면 경기 부양을 위해 돈 쓸 곳은 많은데 세입은 축소돼 재정적자가 커지고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더 어려워집니다. 세입의 기반 확대 및 재정 건전화와 직결되는 경제성장은 통일 후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필수적 전제조건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통일비용 논의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 등 현실적 방안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힌 뒤 정부여당은 통일비용 조달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민화협 주최로 최근 열린 포럼에서는 정부 예산의 일부분, 가령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습니다.
북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통일은 종전보다 현실성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통일비용 논의는 감상적 차원이 아니라 `경제 마인드`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강 건너 불`로 여길 수는 없지만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 내 논의도 통일부가 독점하지 말고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가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통일세든, 예산의 일정 비율이든 통일비용을 적립하려면 그만큼 투자나 소비로 돌아가는 돈이 줄어듭니다. 통일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해마다 적립금 규모를 묶어두면 경기수축형 경제운용이 불가피합니다. 반면 적립된 돈을 굴리기 위해 국내외 국채에 장기투자하거나 기업에 빌려준다면 막상 통일이 닥쳤을 때 즉각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재정이 튼튼하면 갑자기 많은 재원이 소요되는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여력이 그만큼 커집니다.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은 압축적 경제개발 과정에서도 재정 건전성에 신경을 썼기 때문입니다. 최근 만난 전직 경제장관은 "조세부담률과 국가채무비율을 가급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가 북한 급변사태 시 세금인상이나 국채 발행을 통해 통일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통일세나 기금 적립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경제의 파이`를 더 키워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제의 절대 규모가 커지면 같은 통일비용이라도 국가적, 국민적 부담이 줄어듭니다. 반면 경제가 나빠지면 경기 부양을 위해 돈 쓸 곳은 많은데 세입은 축소돼 재정적자가 커지고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더 어려워집니다. 세입의 기반 확대 및 재정 건전화와 직결되는 경제성장은 통일 후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필수적 전제조건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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