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버티자? 재탕 삼탕 ‘데자뷔 국감’

등록 2010.10.28.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28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올해 국정감사가 지난주 막을 내렸는데요. 혹시 기억나는 이슈 있으십니까?

(김정안 앵커) 해마다 국감을 해도 늘 그 밥에 그 나물이라 국감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탐사리포트 일곱 번째 시간으로, 국감 질의 답변이 재탕 삼탕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 앵커) 신 기자, 국정감사가 20일간이나 진행됐는데 국감장에 배추나 산낙지가 등장한 거 외에는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네요.

(신광영 기자) 아무래도 국감장에서 오가는 질의 답변이 예전에 한번 쯤 들어봤던 내용들이라 좀처럼 관심이 가지 않으셨을 텐데요. 취재결과 같은 레퍼토리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정도 예상보다 심각했습니다.

***

매년 10월이 되면 여의도 국회엔 `호통의 계절`이 찾아옵니다.

국정감사장에서 수많은 지적과 반성이 오가지만 국감 후 바뀌는 건 많지 않습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 공공기관 임직원들에 대한 특혜 등은 해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

각기 다른 국회의원들이 돌아가며 문제를 제기하고 피감기관의 답변도 한결같습니다.

***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이 금융기관 감사로 재취업하는 낙하산 관행은 최근 5년 간 국감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2006년엔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 2007년엔 대통합민주신당 박상돈 의원, 2008년엔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 2009년엔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올해는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금감원의 낙하산 취업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금감원은 매번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지만 바뀐 건 없었습니다.

공기업 임원들이 해외출장 때 퍼스트클래스를 타는 문제도 자주 지적돼 왔습니다.

정부 지침상 퍼스트클래스는 대통령과 장관까지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과 한국개발연구원 등 공공기관 기관장들은 여전히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해 올해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인터뷰) 국민연금공단 관계자

"외형적으로 차관급이라고 하지만 이사장도 장관을 하시다 온 거고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

직급은 차관급이지만 업무의 중요성은 장관 못지않다는 겁니다.



정해걸 의원 "제가 2008년도에 강하게 얘기를 해서 사장님이 "규정에 맞도록 시정 하겠다"고 했었는데 근데 그 규정에 맞도록 시정을 아직도 안 하고 있습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 윤장배 사장 "다른 공공기관과 같이 해서 예,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지난 2008년 국정감사 때 직원들에게 시중 금리의 7분의 1수준인 1%라는 파격적인 이자로 돈을 대출해줘 지적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정해걸 / 한나라당 의원

"시정하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럼 시정이 된 것으로 알았는데 이번에 와서 보니까 시정이 안 됐더라고요."

******

(김 앵커) 국감장에선 고치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실제로 고치 않는 걸 보면 피감기관들이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크게 신경 쓰진 않는 분위기군요.

(신 기자) 네. 국정감사에서 그렇게 혼이 나고도 왜 제대로 바꾸지 못하는 걸까요. 피감기관들은 다양한 핑계를 대고 있었습니다.



***

국무총리나 외국 국가원수의 국내 이동을 위해 만든 귀빈열차.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귀빈열차의 파행 운영이 지적됐지만 철도공사는 귀빈열차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밝히지 않습니다.

(인터뷰) 한국철도공사 관계자

"(정비비용은 국방예산도 공개가 다 되는 상황인데 공개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인원이라든지 예산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일방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취재진은 귀빈열차가 평상시 주차돼 있다고 알려진 서울역에 가봤습니다.



"나가시면 저 앞에 건물 보이죠? (네, 시설공단이라고 써 있는)"

"(관리하시는 분이 몇 분 정도 되세요? 특동 사무실에 대충. 규모가 커요?) 네 커요. (일하시는 분도 많으시겠네요.) 네."

5년 간 이용률이 32차례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한국철도공사 간부들이 절반이상 사용해 귀빈열차는 사실상 사장 전용열차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2007년 국감에서 제기됐습니다.

이후에도 철도공사 사장들이 3차례 탔을 뿐 최근 2년 간 한 번도 운행되지 않았습니다.

무궁화열차 3량을 개조해 만든 귀빈열차는 개조비용만 20억원이 들었습니다.

가까스로 찾아간 귀빈열차 보관소는 보안시설로 분류돼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돼 있습니다.

직원은 몇 명인지,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 때 정년을 앞둔 한 직원이 취재진을 가로막으며 뜻밖의 얘기를 합니다.

(인터뷰) 철도공사 관계자

"국민에게 알려야 될 것은 틀림없이 맞는데 그래도 알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잖아요. 여기라도 좀 남은 몇 명이라도 한 3000명 가까이 있던 걸 100명이라도 놔두려고 하는 건데 지금 여기도 그럼 없어져. 제발 좀 부탁드릴게요."

***

1~2.5%의 저리대출 혜택 때문에 직원의 80%가 평균 2300여만 원을 빌려 쓰는 농수산물유통공사.

2008년 국감 지적 후 유통공사는 해당의원에게 제출한 사후조치 보고서에서 "노조와 협의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농수산물유통공사 국정감사 담당자

"(2008년 국감에도 이 문제가 나왔던 거 아세요? 정해걸 의원이 했을 텐데 그 때) 확인을 해봐야 되겠네요. 워낙 질의들이 많으니까. 그 내용으로 인수인계를 받은 내용은 없고요."

올해도 같은 문제가 지적된 것에 대해 유통공사는 최근 임금 인상분을 반납했고 성과급도 적게 받아 대출 이자까지 올리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

"노사협의를 해도 뭔 소리냐 돈 내놓고 얘기해라. 급여 깎인 거 내놓고 얘기해라 이거죠. (실제 노사협의가 됐습니까) 얘기를 실제 했습니다. 그랬는데 그런 부분은 논의 자체를 하지 말자고 그러니까."

유통공사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5200여만 원. 직장인 평균 연봉인 3800여만 원보다 37%가 높습니다.

***

방만 경영이나 복지 특혜 대한 국회의 지적을 인정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적 자체를 수용하지 않는 피감기관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고위 간부들의 금융기관 재취업을 방치해 감독당국과 기업의 유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규제하는 공직자윤리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입니다.

공직자윤리법 : 퇴직 전 3년 이내에 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된 기업에는 퇴직 후 2년 간 취업 금지

하지만 금감원 간부들은 규정에 저촉되지 위해 퇴직 전 총무팀 등 비감사 부서로 자리를 옮겨 신분을 `세탁`한 뒤 금융사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김덕수 / 조영택 의원 보좌관

"보험에 근무하던 분들이 은행으로 가고, 은행 쪽에 있던 분들은 보험사로 가고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피해가는 그런 편법적인 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 감사로 재취업하는 금감원 퇴직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추셉니다.

지난 2008년 국감장에선 의원의 추궁을 받던 금감원장이 뜻밖의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종창 금감원장 "금융기관에서 요청하는 경우에 보내는, 전문가로서 데려가는 그런 상황입니다."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 "금융기관에서 여러분한테 직원을 보내달라고 한다? 나 참,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네. 그러면 또 적당한 사람을 골라… 여러분들이 직업소개소예요?"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면 금감원이 화답하는 관행을 스스로 시인한 겁니다.

정관계 로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C&그룹의 경우도 기업 인수 합병 이후 자금난을 겪자 전직 금감원장을 영입해 문제를 해결하려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금감원은 그러나 국회가 이 문제를 진정 바로잡고자 한다면 입법기관으로서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면 된다고 항변합니다.

(인터뷰) 금감원 관계자

"사전에 많이 제한하고 그래야 한다면 그걸 법적으로 해결하셔야 되는데 실제 그건 해결하지도 않잖습니까. 본인 국회의원들이 입법안을 제출해놓고."

현재로선 법 개정이 피감기관의 변화를 강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국회에는 공직자의 재취업 요건을 강화하는 개정안이 2008년 7월 이후 10건이나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입법조사관

"(공직자)윤리법이요. 지금 많이 밀렸죠. 2008년, 2009년에 왜 안 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2010년에는 계속 다른 이슈가 있었거든요. 계류돼있는 게 1000건이고 한 달에 50건, 60건 씩 올라오니까."

금감원은 또 외국의 경우 금융 감독 공무원들의 금융기관 재취업을 막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금감원 관계자

"(외국에서는 금감원 같은 감독기관에 있다가 일반 기업으로 가는 경우들이) 제한이 없습니다. 사후적으로 취업 이후에 업무상 유착관계라든지 이런 걸 방지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다 그렇게 돼있고요."

하지만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금융 기관 출신 간부들은 퇴직 전 1년 동안 두 달 이상 담당했던 회사에 대해 퇴직 후 1년 동안은 입사할 수 없습니다.

금감원이 작성한 국정감사용 업무보고에도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되는 규제 내용들이 명시돼 있습니다.

(인터뷰) 강경훈 교수 / 동국대 경영학과

"우리나라는 감독 당국이 금융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범위가 상당히 넓거든요. 미국이 영국 이런 경우에는 감독당국이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에서 하지 말라는 것만 안 하면 뭐라고 안 하거든요. 그니까 문화도 다른 거죠."

***

피감기관은 국정감사 전 전년도 지적사항에 대한 사후조치를 보고합니다.

하지만 형식적인 답변만 하고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국회가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보현 /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 보좌관

"계속 불합리한점이 있다 하더라도 기관이 지키지 않으면 그 다음 연도에 또 지적하는 그런 방식 외에는 크게 방법이 없습니다."

사안이 위중할 경우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할 수는 있지만 실제 청구가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국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장관 등 피감기관장으로 있다 국회의원으로 입장이 바뀐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국감에 대한 피감기관의 인식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터뷰) 이용섭 / 민주당 의원

"오늘 하루만 잘 버티면 끝난다. 현장에서 의원들하고 부딪히는 것 보다는 대체로 수용해주는 답변을 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좋다, 이런 생각들을 하거든요."

오늘 하루만 넘기자는 생각은 국회의원도 마찬가집니다.

취재진이 만난 국회의원 11명 중 자신의 지적사항을 추적 확인한 경우는 한 명 뿐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대인 / 국정감사NGO모니터단 단장

"국회의원들도 한바탕 떠들고 나면 이걸 했나 안 했나, 이것을 체크하지 않는, 말하자면 게으른 것이죠. 무책임한 것이고."

(인터뷰) 국회 보좌관

"상임위가 변동이 되잖아요. 통상 2년마다 상임위가 변동이 되고. 적어도 10가지는 지적하고 가는 건데 그걸 다 일일이 모니터링 하기는 수월하지 않죠."

그렇다보니 피감기관이 사후보고를 해도 확인하지 않거나, 피감기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이 호통만 치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인터뷰) 피감기관 관계자

"지난해에 해명이 된 이야기도 똑같이 나옵니다. 저희가 사전설명을 드리기도 하고 하는데도 국감 때마다 단골이기 때문에 저흰 늘 답변을 비슷하게 하고…"

이 때문에 국회 내에서도 국감 사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감 사후관리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어 자료를 불성실하게 냈거나 국감장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기관장 징계나 해임 등 구체적 조치를 법제화하자는 겁니다.

(인터뷰) 이용섭 / 민주당 의원

" 피감기관만 사후관리 하자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의 발언이나 주장이나 대안도 사후관리를 같이 해주자는 겁니다. 국회의원이 너무 황당한 얘기를 한다던지 인신공격을 한다던지 이런 부분은 국회 윤리위를 통해서 자체 경고도 하고 그걸 발표하게 되면 개선이 되는 거죠."

지난 2008년 국감 직후 이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동료 의원 18명도 뜻을 함께 했습니다.

국정감사를 실효성 있게 만드는 가장 국회다운 방법은 법을 만드는 겁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법처럼 피감기관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수많은 법안들은 기약 없이 계류돼 있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국정감사법 개정안마저 2년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습니다.

***

(박 앵커) 국회가 남의 눈의 티눈은 보면서 정작 자기 눈의 대들보는 못 보는 상황이군요. 이런 식의 국감이야말로 국력 낭비의 대표적 사례 같습니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28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올해 국정감사가 지난주 막을 내렸는데요. 혹시 기억나는 이슈 있으십니까?

(김정안 앵커) 해마다 국감을 해도 늘 그 밥에 그 나물이라 국감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탐사리포트 일곱 번째 시간으로, 국감 질의 답변이 재탕 삼탕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 앵커) 신 기자, 국정감사가 20일간이나 진행됐는데 국감장에 배추나 산낙지가 등장한 거 외에는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네요.

(신광영 기자) 아무래도 국감장에서 오가는 질의 답변이 예전에 한번 쯤 들어봤던 내용들이라 좀처럼 관심이 가지 않으셨을 텐데요. 취재결과 같은 레퍼토리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정도 예상보다 심각했습니다.

***

매년 10월이 되면 여의도 국회엔 `호통의 계절`이 찾아옵니다.

국정감사장에서 수많은 지적과 반성이 오가지만 국감 후 바뀌는 건 많지 않습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 공공기관 임직원들에 대한 특혜 등은 해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

각기 다른 국회의원들이 돌아가며 문제를 제기하고 피감기관의 답변도 한결같습니다.

***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이 금융기관 감사로 재취업하는 낙하산 관행은 최근 5년 간 국감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2006년엔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 2007년엔 대통합민주신당 박상돈 의원, 2008년엔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 2009년엔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올해는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금감원의 낙하산 취업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금감원은 매번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지만 바뀐 건 없었습니다.

공기업 임원들이 해외출장 때 퍼스트클래스를 타는 문제도 자주 지적돼 왔습니다.

정부 지침상 퍼스트클래스는 대통령과 장관까지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과 한국개발연구원 등 공공기관 기관장들은 여전히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해 올해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인터뷰) 국민연금공단 관계자

"외형적으로 차관급이라고 하지만 이사장도 장관을 하시다 온 거고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

직급은 차관급이지만 업무의 중요성은 장관 못지않다는 겁니다.



정해걸 의원 "제가 2008년도에 강하게 얘기를 해서 사장님이 "규정에 맞도록 시정 하겠다"고 했었는데 근데 그 규정에 맞도록 시정을 아직도 안 하고 있습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 윤장배 사장 "다른 공공기관과 같이 해서 예,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지난 2008년 국정감사 때 직원들에게 시중 금리의 7분의 1수준인 1%라는 파격적인 이자로 돈을 대출해줘 지적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정해걸 / 한나라당 의원

"시정하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럼 시정이 된 것으로 알았는데 이번에 와서 보니까 시정이 안 됐더라고요."

******

(김 앵커) 국감장에선 고치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실제로 고치 않는 걸 보면 피감기관들이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크게 신경 쓰진 않는 분위기군요.

(신 기자) 네. 국정감사에서 그렇게 혼이 나고도 왜 제대로 바꾸지 못하는 걸까요. 피감기관들은 다양한 핑계를 대고 있었습니다.



***

국무총리나 외국 국가원수의 국내 이동을 위해 만든 귀빈열차.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귀빈열차의 파행 운영이 지적됐지만 철도공사는 귀빈열차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밝히지 않습니다.

(인터뷰) 한국철도공사 관계자

"(정비비용은 국방예산도 공개가 다 되는 상황인데 공개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인원이라든지 예산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일방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취재진은 귀빈열차가 평상시 주차돼 있다고 알려진 서울역에 가봤습니다.



"나가시면 저 앞에 건물 보이죠? (네, 시설공단이라고 써 있는)"

"(관리하시는 분이 몇 분 정도 되세요? 특동 사무실에 대충. 규모가 커요?) 네 커요. (일하시는 분도 많으시겠네요.) 네."

5년 간 이용률이 32차례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한국철도공사 간부들이 절반이상 사용해 귀빈열차는 사실상 사장 전용열차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2007년 국감에서 제기됐습니다.

이후에도 철도공사 사장들이 3차례 탔을 뿐 최근 2년 간 한 번도 운행되지 않았습니다.

무궁화열차 3량을 개조해 만든 귀빈열차는 개조비용만 20억원이 들었습니다.

가까스로 찾아간 귀빈열차 보관소는 보안시설로 분류돼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돼 있습니다.

직원은 몇 명인지,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 때 정년을 앞둔 한 직원이 취재진을 가로막으며 뜻밖의 얘기를 합니다.

(인터뷰) 철도공사 관계자

"국민에게 알려야 될 것은 틀림없이 맞는데 그래도 알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잖아요. 여기라도 좀 남은 몇 명이라도 한 3000명 가까이 있던 걸 100명이라도 놔두려고 하는 건데 지금 여기도 그럼 없어져. 제발 좀 부탁드릴게요."

***

1~2.5%의 저리대출 혜택 때문에 직원의 80%가 평균 2300여만 원을 빌려 쓰는 농수산물유통공사.

2008년 국감 지적 후 유통공사는 해당의원에게 제출한 사후조치 보고서에서 "노조와 협의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농수산물유통공사 국정감사 담당자

"(2008년 국감에도 이 문제가 나왔던 거 아세요? 정해걸 의원이 했을 텐데 그 때) 확인을 해봐야 되겠네요. 워낙 질의들이 많으니까. 그 내용으로 인수인계를 받은 내용은 없고요."

올해도 같은 문제가 지적된 것에 대해 유통공사는 최근 임금 인상분을 반납했고 성과급도 적게 받아 대출 이자까지 올리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

"노사협의를 해도 뭔 소리냐 돈 내놓고 얘기해라. 급여 깎인 거 내놓고 얘기해라 이거죠. (실제 노사협의가 됐습니까) 얘기를 실제 했습니다. 그랬는데 그런 부분은 논의 자체를 하지 말자고 그러니까."

유통공사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5200여만 원. 직장인 평균 연봉인 3800여만 원보다 37%가 높습니다.

***

방만 경영이나 복지 특혜 대한 국회의 지적을 인정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적 자체를 수용하지 않는 피감기관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고위 간부들의 금융기관 재취업을 방치해 감독당국과 기업의 유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규제하는 공직자윤리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입니다.

공직자윤리법 : 퇴직 전 3년 이내에 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된 기업에는 퇴직 후 2년 간 취업 금지

하지만 금감원 간부들은 규정에 저촉되지 위해 퇴직 전 총무팀 등 비감사 부서로 자리를 옮겨 신분을 `세탁`한 뒤 금융사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김덕수 / 조영택 의원 보좌관

"보험에 근무하던 분들이 은행으로 가고, 은행 쪽에 있던 분들은 보험사로 가고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피해가는 그런 편법적인 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 감사로 재취업하는 금감원 퇴직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추셉니다.

지난 2008년 국감장에선 의원의 추궁을 받던 금감원장이 뜻밖의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종창 금감원장 "금융기관에서 요청하는 경우에 보내는, 전문가로서 데려가는 그런 상황입니다."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 "금융기관에서 여러분한테 직원을 보내달라고 한다? 나 참,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네. 그러면 또 적당한 사람을 골라… 여러분들이 직업소개소예요?"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면 금감원이 화답하는 관행을 스스로 시인한 겁니다.

정관계 로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C&그룹의 경우도 기업 인수 합병 이후 자금난을 겪자 전직 금감원장을 영입해 문제를 해결하려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금감원은 그러나 국회가 이 문제를 진정 바로잡고자 한다면 입법기관으로서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면 된다고 항변합니다.

(인터뷰) 금감원 관계자

"사전에 많이 제한하고 그래야 한다면 그걸 법적으로 해결하셔야 되는데 실제 그건 해결하지도 않잖습니까. 본인 국회의원들이 입법안을 제출해놓고."

현재로선 법 개정이 피감기관의 변화를 강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국회에는 공직자의 재취업 요건을 강화하는 개정안이 2008년 7월 이후 10건이나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입법조사관

"(공직자)윤리법이요. 지금 많이 밀렸죠. 2008년, 2009년에 왜 안 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2010년에는 계속 다른 이슈가 있었거든요. 계류돼있는 게 1000건이고 한 달에 50건, 60건 씩 올라오니까."

금감원은 또 외국의 경우 금융 감독 공무원들의 금융기관 재취업을 막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금감원 관계자

"(외국에서는 금감원 같은 감독기관에 있다가 일반 기업으로 가는 경우들이) 제한이 없습니다. 사후적으로 취업 이후에 업무상 유착관계라든지 이런 걸 방지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다 그렇게 돼있고요."

하지만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금융 기관 출신 간부들은 퇴직 전 1년 동안 두 달 이상 담당했던 회사에 대해 퇴직 후 1년 동안은 입사할 수 없습니다.

금감원이 작성한 국정감사용 업무보고에도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되는 규제 내용들이 명시돼 있습니다.

(인터뷰) 강경훈 교수 / 동국대 경영학과

"우리나라는 감독 당국이 금융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범위가 상당히 넓거든요. 미국이 영국 이런 경우에는 감독당국이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에서 하지 말라는 것만 안 하면 뭐라고 안 하거든요. 그니까 문화도 다른 거죠."

***

피감기관은 국정감사 전 전년도 지적사항에 대한 사후조치를 보고합니다.

하지만 형식적인 답변만 하고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국회가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보현 /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 보좌관

"계속 불합리한점이 있다 하더라도 기관이 지키지 않으면 그 다음 연도에 또 지적하는 그런 방식 외에는 크게 방법이 없습니다."

사안이 위중할 경우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할 수는 있지만 실제 청구가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국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장관 등 피감기관장으로 있다 국회의원으로 입장이 바뀐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국감에 대한 피감기관의 인식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터뷰) 이용섭 / 민주당 의원

"오늘 하루만 잘 버티면 끝난다. 현장에서 의원들하고 부딪히는 것 보다는 대체로 수용해주는 답변을 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좋다, 이런 생각들을 하거든요."

오늘 하루만 넘기자는 생각은 국회의원도 마찬가집니다.

취재진이 만난 국회의원 11명 중 자신의 지적사항을 추적 확인한 경우는 한 명 뿐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대인 / 국정감사NGO모니터단 단장

"국회의원들도 한바탕 떠들고 나면 이걸 했나 안 했나, 이것을 체크하지 않는, 말하자면 게으른 것이죠. 무책임한 것이고."

(인터뷰) 국회 보좌관

"상임위가 변동이 되잖아요. 통상 2년마다 상임위가 변동이 되고. 적어도 10가지는 지적하고 가는 건데 그걸 다 일일이 모니터링 하기는 수월하지 않죠."

그렇다보니 피감기관이 사후보고를 해도 확인하지 않거나, 피감기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이 호통만 치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인터뷰) 피감기관 관계자

"지난해에 해명이 된 이야기도 똑같이 나옵니다. 저희가 사전설명을 드리기도 하고 하는데도 국감 때마다 단골이기 때문에 저흰 늘 답변을 비슷하게 하고…"

이 때문에 국회 내에서도 국감 사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감 사후관리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어 자료를 불성실하게 냈거나 국감장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기관장 징계나 해임 등 구체적 조치를 법제화하자는 겁니다.

(인터뷰) 이용섭 / 민주당 의원

" 피감기관만 사후관리 하자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의 발언이나 주장이나 대안도 사후관리를 같이 해주자는 겁니다. 국회의원이 너무 황당한 얘기를 한다던지 인신공격을 한다던지 이런 부분은 국회 윤리위를 통해서 자체 경고도 하고 그걸 발표하게 되면 개선이 되는 거죠."

지난 2008년 국감 직후 이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동료 의원 18명도 뜻을 함께 했습니다.

국정감사를 실효성 있게 만드는 가장 국회다운 방법은 법을 만드는 겁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법처럼 피감기관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수많은 법안들은 기약 없이 계류돼 있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국정감사법 개정안마저 2년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습니다.

***

(박 앵커) 국회가 남의 눈의 티눈은 보면서 정작 자기 눈의 대들보는 못 보는 상황이군요. 이런 식의 국감이야말로 국력 낭비의 대표적 사례 같습니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더보기
공유하기 닫기

VODA 인기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