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단체? 88만 원 세대의 방패막이

등록 2010.11.26.
청년노조 ‘청년유니온’ 대표 김영경 씨 인터뷰

‘청년유니온’은 구직자와 실직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을 표방한다. 만 15세부터 39세까지 ‘88만 원 세대’와 ‘예비 88만 원 세대’를 아우르는 우리나라 최초의 세대별 노조다. 조합원 대다수는 ‘백수’이거나 ‘비정규 노동’을 한다. 번듯한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주요 가입 대상자다.

‘청년유니온’은 아직 정식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실직자와 구직자로 이루어진 노조는 결격사유라며 노동조합 설립을 허가하지 않았다. 2009년 창립 신고를 한 후 올해만 3번 고용노동부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번번이 반려됐다.

하지만 앞으로 고용노동부는 ‘백수노조’ 불허 입장만을 되풀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청년유니온이 구직자의 노동자 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서울행정법원에 낸 ‘노동조합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재판부가 구직자와 실업자의 노동자 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설립 신고 시 조합원 인원 축소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서류보완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는 사유로 취소 소송은 기각됐지만 청년유니온 입장에서는 노조설립 가능성을 높여준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

청년유니온은 고용노동부에 다시 설립신고를 하거나 항소를 통해 노조 설립 반려 취소를 요청할 계획이다.

‘청년백수’들의 노동조합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청년 유니온 김영경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녀는 현재 파트타임 학원 강사를 하며 청년유니온을 이끌고 있다.



- 청년유니온은 어떤 단체인가

청년유니온은 청년세대를 위한 노동조합이다. 세대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만 15세부터 만 39세 미만 일을 하고 있거나 일을 하려고 하는 의사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다.

- 청년유니온을 만들게 된 배경은

헌법에 노동에 대한 권리가 보장돼 있음에도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사회 현실이다. 또 청년들이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파견직, 아르바이트 같은 형태로 일하다 보니 반복적으로 취업과 실업을 오갈 수밖에 없는 고용형태에 놓여 있다. 그래서 그들이 구직자나 실직자가 됐을 때 그에 상응하는 노동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용이 유연화된 시대에 필요한 노동조합의 형태라고 생각했다.

-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구직자들의 권익과 사회적인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업주들은 ‘아르바이트는 쉽게 해고해도 된다, 임금을 체납해도 된다, 최저임금을 안 줘도 된다’는 인식들이 팽배하다. 비단 업주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의 책임감도 많이 떨어진다. 쉽게 일을 구하고 쉽게 일을 그만두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 법원의 판결에도 노조설립 불허라는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노동부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 유럽도 실업자 노조를 인정하고 프랑스 같은 경우 학생노조도 인정한다. 실업자나 학생들도 현재는 일하고 있지 않더라도 자신의 미래의 사용자와의 교섭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돼 있기 때문에 노조를 인정하는 것이다.

- 고용노동부 입장에 대한 반론

고용노동부는 안정적인 곳에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 노동조합을 할 수 있다는 엄격한 시대착오적인 기준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구직자나 실업자가 많으면 노동조합으로의 정체성보다는 정치활동이나 반정부적인 활동을 많이 할 것이다’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다 보니까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우리는 억울하다. 고용노동부가 고용유연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왜 권리를 찾겠다고 하는 우리에게 말도 안 되는 이중 잣대를 들이미는지 모르겠다.

- 현재 어떤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나

일단 청년들의 실태조사를 최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청년들에 대한 정책을 많이 내놓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 통계자료가 없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청년 취업자들, 구직자들의 주거, 부채, 임금, 구직방법, 구직 비용 등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구직 촉진 수당, 자발적 퇴직자에게 실업수당 지급 등 현재 고용보험의 혜택을 더 확대하는 입법 활동도 하고 있다. 또 현재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상담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 청년유니온이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활동해 보니 노조로 인정받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조로 인정받게 되면 단체 교섭을 하면서 교섭 대상에 대한 강제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교섭에 유리한 부분이 있고 성과를 내기에도 훨씬 좋아서 그것을 보고 여기 가입해야겠다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차제가 폭발력을 갖지는 못할 것 같다. 청년유니온이 그것과 상관없이 본래의 취지대로 기존의 노조에서 끌어안지 못했던 특수한 형태에 있는 혹은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잘 끌고 대변하면서 실질적으로 사회에서 우리의 권리를 정당하게 찾는 사업을 구상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달린 것 같다.

동아닷컴 동영상뉴스팀 | 이철 기자 kino27@donga.com

청년노조 ‘청년유니온’ 대표 김영경 씨 인터뷰

‘청년유니온’은 구직자와 실직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을 표방한다. 만 15세부터 39세까지 ‘88만 원 세대’와 ‘예비 88만 원 세대’를 아우르는 우리나라 최초의 세대별 노조다. 조합원 대다수는 ‘백수’이거나 ‘비정규 노동’을 한다. 번듯한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주요 가입 대상자다.

‘청년유니온’은 아직 정식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실직자와 구직자로 이루어진 노조는 결격사유라며 노동조합 설립을 허가하지 않았다. 2009년 창립 신고를 한 후 올해만 3번 고용노동부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번번이 반려됐다.

하지만 앞으로 고용노동부는 ‘백수노조’ 불허 입장만을 되풀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청년유니온이 구직자의 노동자 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서울행정법원에 낸 ‘노동조합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재판부가 구직자와 실업자의 노동자 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설립 신고 시 조합원 인원 축소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서류보완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는 사유로 취소 소송은 기각됐지만 청년유니온 입장에서는 노조설립 가능성을 높여준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

청년유니온은 고용노동부에 다시 설립신고를 하거나 항소를 통해 노조 설립 반려 취소를 요청할 계획이다.

‘청년백수’들의 노동조합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청년 유니온 김영경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녀는 현재 파트타임 학원 강사를 하며 청년유니온을 이끌고 있다.



- 청년유니온은 어떤 단체인가

청년유니온은 청년세대를 위한 노동조합이다. 세대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만 15세부터 만 39세 미만 일을 하고 있거나 일을 하려고 하는 의사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다.

- 청년유니온을 만들게 된 배경은

헌법에 노동에 대한 권리가 보장돼 있음에도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사회 현실이다. 또 청년들이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파견직, 아르바이트 같은 형태로 일하다 보니 반복적으로 취업과 실업을 오갈 수밖에 없는 고용형태에 놓여 있다. 그래서 그들이 구직자나 실직자가 됐을 때 그에 상응하는 노동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용이 유연화된 시대에 필요한 노동조합의 형태라고 생각했다.

-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구직자들의 권익과 사회적인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업주들은 ‘아르바이트는 쉽게 해고해도 된다, 임금을 체납해도 된다, 최저임금을 안 줘도 된다’는 인식들이 팽배하다. 비단 업주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의 책임감도 많이 떨어진다. 쉽게 일을 구하고 쉽게 일을 그만두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 법원의 판결에도 노조설립 불허라는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노동부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 유럽도 실업자 노조를 인정하고 프랑스 같은 경우 학생노조도 인정한다. 실업자나 학생들도 현재는 일하고 있지 않더라도 자신의 미래의 사용자와의 교섭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돼 있기 때문에 노조를 인정하는 것이다.

- 고용노동부 입장에 대한 반론

고용노동부는 안정적인 곳에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 노동조합을 할 수 있다는 엄격한 시대착오적인 기준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구직자나 실업자가 많으면 노동조합으로의 정체성보다는 정치활동이나 반정부적인 활동을 많이 할 것이다’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다 보니까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우리는 억울하다. 고용노동부가 고용유연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왜 권리를 찾겠다고 하는 우리에게 말도 안 되는 이중 잣대를 들이미는지 모르겠다.

- 현재 어떤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나

일단 청년들의 실태조사를 최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청년들에 대한 정책을 많이 내놓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 통계자료가 없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청년 취업자들, 구직자들의 주거, 부채, 임금, 구직방법, 구직 비용 등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구직 촉진 수당, 자발적 퇴직자에게 실업수당 지급 등 현재 고용보험의 혜택을 더 확대하는 입법 활동도 하고 있다. 또 현재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상담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 청년유니온이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활동해 보니 노조로 인정받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조로 인정받게 되면 단체 교섭을 하면서 교섭 대상에 대한 강제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교섭에 유리한 부분이 있고 성과를 내기에도 훨씬 좋아서 그것을 보고 여기 가입해야겠다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차제가 폭발력을 갖지는 못할 것 같다. 청년유니온이 그것과 상관없이 본래의 취지대로 기존의 노조에서 끌어안지 못했던 특수한 형태에 있는 혹은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잘 끌고 대변하면서 실질적으로 사회에서 우리의 권리를 정당하게 찾는 사업을 구상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달린 것 같다.

동아닷컴 동영상뉴스팀 | 이철 기자 kino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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