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北의 대화공세와 南의 逆제의

북한이 시리즈로 대화공세를 펴자 우리 정부가 핵을 포함한 당국회담을 하자는 반격카드를 내밀었습니다. 남북이 모두 회담을 거론한 것에 주목하면 대화 쪽으로 분위기가 변할 기미가 희미하게나마 보입니다. 그러나 남북이 다루자고 주장하는 의제가 달라 반향 없는 메아리가 될 가능성도 큽니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최선의 대응을 해야 합니다.

북한의 대화 공세 의도는 뻔합니다. 북한은 남북 최대 현안인 북핵과 천안함, 연평도사태는 제쳐놓고 적십자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관련 회담 재개를 제의했습니다. 북한은 어제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을 갖자는 통지문을 보내왔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도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핵개발과 무력도발은 묻어두고 현금과 쌀 비료를 챙길 수 있는 회담에 주력하겠다는 뜻이지요.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에 뜻이 있다면 신년 공동사설, 정부 정당 단체 연합성명,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 통지문을 시리즈로 동원해 파상공세를 펼칠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은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논의해야 하는지 밝히지도 않고 이런저런 회담을 하자고 합니다.

통일부는 북한의 대화제의를 위장평화 공세라고 일축하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및 추가 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을 요구했습니다. 통일부는 이와 함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이 필요하다며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의 대화공세를 정부가 보고만 있으면 이상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핵개발을 계속하고 같은 민족을 공격한 북한이 큰소리를 치고 피해자인 남한은 곤혹스러워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통일부가 남북 경색을 초래한 근본원인인 북한의 핵개발과 무력도발을 다룰 회담을 제안한 것은 올바른 선택입니다.

지금 남북 사이에서 필요한 것은 관광이 아니라 다시는 북이 남을 상대로 무력도발을 하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오늘 ＂남북대화를 권장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추가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묻어두고 북한이 원하는 회담으로 끌려가면 남북관계 정상화는 더욱 멀어집니다. 남북대화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