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관계 ‘영불당두’서 ‘평기평좌’로…
등록 2011.01.25.(신 앵커) 하 부장,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미국을 방문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사자성어가 유난히 많이 등장했죠?
(하 부장) 네. 그렇습니다. 후 주석은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담 환영식에서 "21세기를 맞아 중미 양국 국민은 양국 관계가 더 잘 되기를, 각국 인민은 세계발전이 더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를 위해 우리는 마땅히 등고망원(登高望遠)하고 구동존이(求同存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등고망원이란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바라본다는 뜻이고 구동존이는 서로 이익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추구하되 서로 이견이 있는 부분은 굳이 현재 다투지 않고 일단 옆에 제쳐 두자는 얘깁니다. 따라서 이는 상호 경쟁자이면서도 서로 협조할 수밖에 없는 미중 관계를 잘 드러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와 신화(新華)통신 등 중국의 주요 언론 역시 이번 회담을 합작지려(合作之旅) 또는 석우지려(釋憂之旅)라고 표현했는데 이 역시 양국 모두 협력을 필요로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오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앵커) 사자성어로 중미 관계를 표현하는 것은 중국 지도부 뿐 아니라 미국 관리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다는 데 어떤 내용입니까?
(하종대) 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009년 2월 중국을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를 `동주공제(同舟共濟)`라고 표현했습니다. 동주공제는 `같은 배를 타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다`는 의미로 양국 관계의 협력을 강조한 말입니다. 클린턴 장관은 또 지난해 5월 제2차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는 `서로 길은 달라도 이르는 곳은 같다`라는 뜻의 `수도동귀(殊途同歸)`를 제시하며 비록 갈등 요소가 있더라도 양국의 전략적 목표가 서로 합치될 수 있음을 강조했고, 중국의 대화 파트너인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 역시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뜻의 `예상왕래(禮尙往來)`를 인용하며 협력할 의지가 있음을 피력했습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2009년 7월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미 관계는 `비바람 속에서도 같은 배를 타고 가는 관계`라며 `풍우동주(風雨同舟)`로 표현했습니다.
(앵커) 중미의 이런 관계는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 아닙니까? 과거엔 중미 관계를 어떻게 표현했나요?
(하종대)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현재 `건설적 협력 관계`입니다. 서로 협력해야만 상생할 수 있는 상호 의존적 관계라는 얘기입니다. 2003년 12월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원 총리는 `아중유니 니중유아`를 외쳤습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나 속에 너 있고 너 속에 나 있다`는 뜻으로 결국 미중 양국은 상호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중국의 외교 기조는 사실 세계 제1의 패권국가인 미국을 겨냥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중국 개혁개방의 총 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중국이 앞으로 100년간 걸어야 할 외교원칙으로 내세웠는데 이는 자신의 명성이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덩샤오핑은 혹시 이 외교원칙을 후계자들이 제대로 해석하지 않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보고 말년에 영불당두(永不當頭)라는 유훈을 남겼습니다. 영불당두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절대 전면에 나서지 말라`는 뜻이지만 덩의 속뜻은 절대 미국과 대적하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기조는 덩의 후계자인 장쩌민(江澤民) 시대까지는 잘 지켜졌습니다. 하지만 2002년 가을 후진타오(胡錦濤)가 집권하면서 중국의 외교기조는 화평굴기로 바뀌었고 국제무대에서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또 과거엔 상호불간섭을 외교 기조로 내세웠으나 요즘엔 "해야 할일은 피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를 외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주요 2개국(G2)으로서 대등관계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서로 대등한 관계라는 뜻의 `평기평좌(平起平坐)`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양국을 `차이메리카`라고 부르며 사실상 중국의 급부상을 인정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하 부장, 수고했습니다.
최근 중미 관계를 상징하는 사자성어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중 간의 역학관계를 4글자 안에 함축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얼마 전까지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하종대 사회부장과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신 앵커) 하 부장,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미국을 방문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사자성어가 유난히 많이 등장했죠?
(하 부장) 네. 그렇습니다. 후 주석은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담 환영식에서 "21세기를 맞아 중미 양국 국민은 양국 관계가 더 잘 되기를, 각국 인민은 세계발전이 더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를 위해 우리는 마땅히 등고망원(登高望遠)하고 구동존이(求同存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등고망원이란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바라본다는 뜻이고 구동존이는 서로 이익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추구하되 서로 이견이 있는 부분은 굳이 현재 다투지 않고 일단 옆에 제쳐 두자는 얘깁니다. 따라서 이는 상호 경쟁자이면서도 서로 협조할 수밖에 없는 미중 관계를 잘 드러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와 신화(新華)통신 등 중국의 주요 언론 역시 이번 회담을 합작지려(合作之旅) 또는 석우지려(釋憂之旅)라고 표현했는데 이 역시 양국 모두 협력을 필요로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오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앵커) 사자성어로 중미 관계를 표현하는 것은 중국 지도부 뿐 아니라 미국 관리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다는 데 어떤 내용입니까?
(하종대) 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009년 2월 중국을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를 `동주공제(同舟共濟)`라고 표현했습니다. 동주공제는 `같은 배를 타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다`는 의미로 양국 관계의 협력을 강조한 말입니다. 클린턴 장관은 또 지난해 5월 제2차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는 `서로 길은 달라도 이르는 곳은 같다`라는 뜻의 `수도동귀(殊途同歸)`를 제시하며 비록 갈등 요소가 있더라도 양국의 전략적 목표가 서로 합치될 수 있음을 강조했고, 중국의 대화 파트너인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 역시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뜻의 `예상왕래(禮尙往來)`를 인용하며 협력할 의지가 있음을 피력했습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2009년 7월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미 관계는 `비바람 속에서도 같은 배를 타고 가는 관계`라며 `풍우동주(風雨同舟)`로 표현했습니다.
(앵커) 중미의 이런 관계는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 아닙니까? 과거엔 중미 관계를 어떻게 표현했나요?
(하종대)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현재 `건설적 협력 관계`입니다. 서로 협력해야만 상생할 수 있는 상호 의존적 관계라는 얘기입니다. 2003년 12월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원 총리는 `아중유니 니중유아`를 외쳤습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나 속에 너 있고 너 속에 나 있다`는 뜻으로 결국 미중 양국은 상호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중국의 외교 기조는 사실 세계 제1의 패권국가인 미국을 겨냥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중국 개혁개방의 총 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중국이 앞으로 100년간 걸어야 할 외교원칙으로 내세웠는데 이는 자신의 명성이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덩샤오핑은 혹시 이 외교원칙을 후계자들이 제대로 해석하지 않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보고 말년에 영불당두(永不當頭)라는 유훈을 남겼습니다. 영불당두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절대 전면에 나서지 말라`는 뜻이지만 덩의 속뜻은 절대 미국과 대적하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기조는 덩의 후계자인 장쩌민(江澤民) 시대까지는 잘 지켜졌습니다. 하지만 2002년 가을 후진타오(胡錦濤)가 집권하면서 중국의 외교기조는 화평굴기로 바뀌었고 국제무대에서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또 과거엔 상호불간섭을 외교 기조로 내세웠으나 요즘엔 "해야 할일은 피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를 외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주요 2개국(G2)으로서 대등관계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서로 대등한 관계라는 뜻의 `평기평좌(平起平坐)`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양국을 `차이메리카`라고 부르며 사실상 중국의 급부상을 인정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하 부장,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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