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기업 사기와 기업 범죄

등록 2011.01.25.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이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기업인들이 청와대를 방문하지 않고 대통령이 전경련 회관으로 찾아갔습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의 연구개발 센터를 수도권에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기업인들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동반성장에 신경을 쓰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간담회의 표면적 분위기는 일단 화기애애했다고 합니다. 최근 정부가 기업의 `군기`를 잡는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한껏 격려했습니다. 대통령과 만날 때 참석자들이 명찰을 달아야 하는 오랜 관행도 깼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취임 초반의 반기업 이미지를 벗고 친기업 행보에 적극적입니다. 오바마는 "서로 상충되거나, 투입되는 자금에 비해 가치가 없거나, 혹은 명백하게 멍청한 규제들은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정부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주요 미국 기업 총수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격려했고, JP모건체이스 회장 출신인 윌리엄 데일리를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 주체인 기업의 사기를 북돋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규제 혁파는 절실한 정책 과제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추구한다고 재계 일각의 불법, 탈법까지 용인할 수는 없습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424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했고 7000여 개의 차명계좌로 30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검찰 수사 내용대로라면 시장경제의 뿌리를 흔들고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단기 압축적 경제발전 과정에서 잘못된 기업 관행 등으로 비자금 조성 같은 불법, 탈법이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이유로든 기업 범죄를 묵인하거나 정당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기업인들은 누구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도록 자신과 회사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기업 사기를 높이면서도, 기업 범죄는 추상같이 다스려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야할 올바른 방향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들이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기업인들이 청와대를 방문하지 않고 대통령이 전경련 회관으로 찾아갔습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의 연구개발 센터를 수도권에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기업인들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동반성장에 신경을 쓰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간담회의 표면적 분위기는 일단 화기애애했다고 합니다. 최근 정부가 기업의 `군기`를 잡는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한껏 격려했습니다. 대통령과 만날 때 참석자들이 명찰을 달아야 하는 오랜 관행도 깼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취임 초반의 반기업 이미지를 벗고 친기업 행보에 적극적입니다. 오바마는 "서로 상충되거나, 투입되는 자금에 비해 가치가 없거나, 혹은 명백하게 멍청한 규제들은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정부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주요 미국 기업 총수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격려했고, JP모건체이스 회장 출신인 윌리엄 데일리를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 주체인 기업의 사기를 북돋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규제 혁파는 절실한 정책 과제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추구한다고 재계 일각의 불법, 탈법까지 용인할 수는 없습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424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했고 7000여 개의 차명계좌로 30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검찰 수사 내용대로라면 시장경제의 뿌리를 흔들고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단기 압축적 경제발전 과정에서 잘못된 기업 관행 등으로 비자금 조성 같은 불법, 탈법이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이유로든 기업 범죄를 묵인하거나 정당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기업인들은 누구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도록 자신과 회사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기업 사기를 높이면서도, 기업 범죄는 추상같이 다스려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야할 올바른 방향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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